(주)두산 이현순 부회장
인공지능, 제조기업의 차별화 혁신 전략으로 당장 실행해야 할 때
▲ 이현순 부회장 (주)두산
세계 최대 전시회인 CES에서 지난 3년간 “자율주행, 드론, 커넥티드 IoT, AR/VR, 음성인식” 등이 주요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제품들이 커다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트렌드들과 연계성이 높고,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입니다.
인공지능은 20세기 말 관심 분야로 떠올랐지만 너무 일찍 개화를 한 탓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부각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필수적인 핵심기술이 되었습니다.
‘컴퓨팅 파워의 비약적인 발전(GPU를 활용한 병렬 분산처리 등)’, ‘혁신적 알고리즘의 등장’, ‘대량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높아졌고, IT 산업뿐만 아니라 전자, 기계, 의료, 금융,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사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MIT, WEF(The World Economic Forum), 맥킨지, 가트너 그룹 등 유력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을 미래 유망 기술 분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이런 트렌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재영입 및 M&A를 통해서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친숙하게 접하게 된 것도 “알파고(AlpaGo)”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도 제2의 알파고가 계속 만들어지고 고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져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주요 사례가 자율주행 자동차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지, 판단, 제어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라이더, 카메라, GPS 등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외부 정보를 수집하고, 인지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스템에 의해 경로, 속도 등이 결정되며, 시스템의 판단에 따라 조향, 제동 등 기계적 동작이 실행됩니다. 판단하고 제어하는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완성차 업체부터 IT 업체까지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연구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GE 토드워터먼 부사장은 “오늘날 제조업은 50년, 25년, 짧게는 10년 전 산업의 모습을 벗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 경제와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각 나라별 4차 산업혁명이 혁신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제조기업의 가장 혁신적인 사례로 GE를 꼽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GE는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으로 탈바꿈하였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산업용 플랫폼 "Predix"를 개발하여, 다양한 타 산업 군에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GE는 산업용 플랫폼을 일종의 소프트웨어처럼 개발하여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GE는 2015년 인도에 ‘멀티 모달’ 공장을 세웠고, 제트엔진부터, 항공·오일·가스·철도 사업에 필요한 부품을 한 공장 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브릴리언트 공장(Brilliant Factory)’인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하고 공정을 최적화하여, 대량생산과 대량공급이라는 생산자 중심의 자동화 공장에서 소비자 수요에 맞춘 지능화 공장으로 진화시킨 것입니다.
원리는 공장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설비와 설비 간, 공장과 공장 간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함으로써 이전에는 고장이 나야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던 것에 반해, 미리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만들어 낸 데이터와 달리 기계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단시간에 방대한 양을 쏟아 내기 때문에, 데이터의 풍부함과 깊이, 다양성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Hurdle로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과거의 결과에 기반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능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애로사항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적용하고자 하는 분야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데이터와 더불어 데이터의 특성과 품질을 먼저 확보해야 하며, 분석을 위한 적용 알고리즘을 결정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결국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더욱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제조 산업에 가장 활용을 잘하는 나라가 독일입니다. 독일에서는 비영리연구소인 인공지능연구소(DFKI)가 기술을 선도하여 공유한 덕분에,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밸류체인이 형성되고 확고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의 예를 보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여, 100만 개 부품 생산 중 결함 부품이 11개로 감소하였으며, 생산성이 향상된 제조 경쟁력을 일궈내었습니다.
제조업에서는 인공지능이 적용된 스마트공장의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인공지능의 적용은 단순히 생산성만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생산된 제품에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즉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일회성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목적이 있고, 이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콘셉트로 제품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기존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개념입니다.
GE는 항공기 엔진을 판매 방식에서 리스 방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엔진에 센서를 부착하고 IoT를 적용하여 엔진의 사용 현황과 방식, 효율, 부품 마모상태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합니다.
이 결과를 항공사에 알려주고 엔진의 유지·보수·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여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때 인공지능이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세계 1, 2위 중장비 기업인 캐터필러와 고마츠 역시 하루라도 장비가 고장 나거나 멈춰 서면 막대한 손실을 입는 제품으로, 장비에 다양한 센서를 통해 기계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사전 서비스를 제공하여 예방보전을 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제조 기술력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 역량도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매된 제품의 지속적인 운영을 통하여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쌓고, 현장에 적응하는 지능적 자동화로 CRM(고객 관계 관리)이 발전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진정한 제조기업의 차별화 전략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고 두서없이 모든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도입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과연 도입하면 어디에 효과가 있을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인공지능 도입 전략이 필요하며, 그 이전에 무관심하게 버려지는 데이터와 확보되지 않은 데이터가 있다면, 양질의 데이터를 관리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또한 인재 육성과 개방형 환경 조성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조기업에서 인공지능 적용을 고민하고 있다면 인공지능이라는 마법상자에 매달리기보다 회사의 문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명확한 목표의식 속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전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 기반 사회로 이동되고 있고, 제조업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상황이 되고 있으며, 빠른 실행은 기업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