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제20회 KOITA 기술혁신포럼
한국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산업기술 정책방향
지난 5월 24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이하 산기협)는 < 한국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산업기술 정책방향 >이란 주제 하에 제20회 KOITA 기술혁신포럼을 개최했다.
기업 CEO 및 CTO, 연구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진 본 포럼은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마련된 자리라 더욱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첫 발표자로 단상 위에 오른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 앞으로의 정책방향까지 제시했다.
권봉현 LS산전㈜ CTO, 이기현 성신전기공업(주) 대표, 유계현 ㈜우진 부회장은 산업현장에서 희망하는 기술혁신 지원정책이란 주제 아래 각각 4차 산업혁명, R&D 인력제도, R&D 지원제도 등에 대한 기업 애로 및 건의사항들을 발표했다.
또한 김종훈 산기협 본부장은 산업기술 진흥정책 차원에서 ① 산업계 중심의 혁신리더십 실현, ② 수요 기반 국가 R&D사업 혁신, ③ 미래지향적인 규제 및 인프라 개선, ④ 기술역량 중심으로 지원정책 재설계, ⑤기술·인력 순환 파이프라인 구축, ⑥기술 제20회 기술혁신포럼사업화 및 창업생태계의 고도화, ⑦기술 협력 패러다임 전환 등 크게 7가지 전략과 추진 과제를 제안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선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까지 60분간 진행됐다. 화두는 ‘새 정부에 바라는 산업기술 정책 방향’이었으며 변재완 한양대 교수의 사회로 박승용 (주)효성 전무와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헌 광운대 교수와 안경애 디지털타임스 부장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의 깊이를 더했다.
개회에 앞서 김이환 산기협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의하는 일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면서 “이젠 앞만 보는 양적 성장보다 기술혁신 역량의 질적 성장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의 포럼이 새 정부가 새로운 정책의 기틀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실효성 있는 제도의 구축을 위하여, 본 포럼을 통해서 등장한 다양한 의견은 실제로 새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발표 1
기업 혁신 환경의 변화와 새 정부의 산업정책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 및 기업들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까?
발표_강인수 원장(현대경제연구원)
여전히 미진한 4차 산업혁명 대응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 기조와 생산성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까지 등장해 산업환경도 대내외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이 되는 기술적인 혁명이다.
포인트는 속도/범위/영향력에 있어 3차 산업혁명과는 차원부터 다르다는 데에 있다. 획기적인 기술들이 인류 역사에선 유례가 없으리만치 급속도로 진보하고, 이와 같은 기술들에 의해 산업구조 재편 또한 대대적인 수준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초연결성 토대 하에 생산, 관리, 지배 구조 등의 전체 시스템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에 대비하는 우리 경제·산업 시스템은 현재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모로 미흡하다.
저출산·고령화, 자본투입 한계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시스템이 그러하다. 창의적 인적 자본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실상 그에 대한 투자는 왜곡된 형태로 이뤄지다보니 시대를 역행하는 결과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업을 경제 성장의 견인 산업이 아닌, 유휴노동력을 흡수하는 완충섹터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이다. 4차 산업혁명 준비 역시 미흡하다.
상장기업 및 중소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에 따르면 선진국의 60~70%밖에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과도한 규제와 부족한 법적 인프라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수요 지향적인 관점으로 사고 변화부터
그럼 우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야 할까? 우선 기존 기술 중심적(Technology Push)인 측면에서 국가위기 극복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되는 자양분이 곧 과학기술임을 인식하게 하는 수요 지향적(Demand Pull) 패러다임으로 전략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때 독일 ‘하이테크전략’을 참고하면 좋다.
한국 경제 시스템의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산업·기술·기업 간의 융합 촉진 및 신사업의 모델 창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융합/균형 발전, 신생 벤처기업들에 대한 기반 확충 및 투자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공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단기간에 결과물을 도출하게 하는 성과주의적인 R&D 지원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들이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이루어질 때, 산업 혁신 및 경제 성장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발표 2-①
산업현장에서 바라는 기술혁신 지원 정책 ① 4차 산업혁명
현존하는 국내 기술혁신 지원 정책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도 실효성을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정책을 거듭해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시도가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발표_권봉현 CTO(LS산전㈜)
세계 주요국의 4차 산업혁명 대비 추진 현황
4월 열린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2017 Hannover Messe)의 주제는 ‘통합 산업-가치 창출(Integrated Industry-creating Value)’이었다. 여기에서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과 데이터와 협력(Collaboration)이다.
특히 우리는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간의 전방위형 협력 시스템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제 핵심 인력들을 인터뷰한 결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 차는 크게 2가지로 나뉘었다.
향후 10~15년 이내 발생하게 될 대변혁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측과 소프트웨어나 장비/부품 등을 팔기 위한 선진국의 비즈니스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치부하는 소극적인 측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후자 측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아무 준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처한 환경에서 저마다의 롤에 맞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정부 및 업계 협회 주도 하에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들이 참여하는 형태이며 산-학-연의 연계 또한 활발하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미국은 IoT를 활용한 신규 사업모델 발굴과 생산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는 있으나 트럼프 집권 이후에는 그것도 미미한 상태이다.
일본도 뒤늦게 기존 생산성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상은 중국이다.
오는 2045년까지 세계 제조업을 주도하는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 제조 2025’를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획대로 실현되면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곳은 우리나라이다.
한국 특성을 반영하는 전략 및 지원 제도 필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산업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제조업이 전체 산업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수직계열화가 심각하며, 응용기술 대비 기반기술력이 약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새 정부 전략 포인트는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큰 기조이다. 이와 같은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정책이 일관성, 지속성을 견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건강하고 밝은 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달라지는 게임 룰에 맞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제공해야 한다. 즉 사업화 및 실증을 연계한 새로운 기회와 개방형 혁신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술혁신으로 가는 ‘선순환 사이클’ 정책이다.
발표 2-②
산업현장에서 바라는 기술혁신 지원 정책 ② R&D 인력 지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인력 지원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체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문제점을 진단, 개선점을 정리하여 본다.
발표_이기현 대표(성신전기공업㈜)
정부 인력지원 시스템에 대한 이해
정부에서 진행 중인 중소기업 인력양성제도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고등학생, 전문학사, 일반학사, 석/박사의 자격 취득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는 주관기관 별로 세분화되는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우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부터 기술사관 육성사업, 산학 맞춤기술 인력양성사업 등을 실시하고 산업인력공단에서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유니 테크(Uni-tech), 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같은 일&학습 병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재직자를 위한 지원제도도 다양하다. 학위과정(학사/석사/박사) 지원으로 중소기업 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 및 장기재직을 유도하는 중소기업 계약학과, 특성화고/마이스터고교 출신 기술-기능 인재들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연수생을 선발하는 재직자의 국비유학, 사업자가 소속근로자나 채용예정자 혹은 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하여 직업 훈련을 실시한 경우 소요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주 직업능력개발 지원제도 등이 있다.
R&D 인력지원제도로는 석/박사와 같은 고급 과학인재들이 병역의무 등에 의해 연구경력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3년간 기회를 부여하는 전문연구요원제도, 고경력과학기술인지원센터와 이공계인력중개센터에서 제공하는 채용공고/인력정보조회/채용박람회를 통해 연구인력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미취업 이공계 연구인력, 고경력 연구인력 채용지원제도가 있다.
기업 수요 중심 지원제로 개선되어야
이에 성신전기공업(주) 역시 내부인력들의 업무가치 및 자기성장 동력의 고양을 위해 인력유형별로 체계적인 지원프로그램들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여러 가지 애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산학 맞춤기술 인력양성 및 중소기업계약학과 사업의 경우 참여대학의 수가 적고 중소기업들에 맞는 관련학과 Pool이 적다.
게다가 고등학교, 전문학교, 일반 대학, 대학원이 1:1로 매칭되어 있어 선택 폭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전문요원연구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석/박사 지원자가 적고 이공계인력중개센터 인재 Pool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핵심 인력들에 대한 학업지원시 등록금이 근로자의 소득으로 잡혀 세금이나 기타보험금이 올라가는 것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므로 인력 Pool을 다각도로 확대하고 그에 따른 참여인력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력유지를 위해 근속연수별로 연구인재들의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고 육성인재들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 또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내부 인력육성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계약학과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제도도 다양하게 제공되길 희망한다.
발표 2-③
산업현장에서 바라는 기술혁신 지원 정책 ③ R&D 지원 제도
KOITA규제개선분과위원회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여러 가지 애로점을 파악하여 개선방안 등을 도출, 정부 측에 건의하는 일을 담당한다. 이에 조직 위원장으로서 산업기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발표_유계현 부회장(㈜우진)
다각도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
현존하는 중소기업 R&D 지원 사업 시스템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공급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 현금 부담률을 갑작스레 인상하여 자금 여유가 없는 소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소외되는 불상사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과거 경영난을 겪은 기업들이 무조건적으로 참여 제한을 받는 것도 문제이다.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나 기준의 탄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부 R&D 사업 평가위원들이 대학교수 등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다. 산업기술 현장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학술적으로만 과제를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매년마다 R&D 활동에 대한 세제 지원책이 축소되고 개편되는 것도 중소기업으로서는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기관별로 연구활동 등에 대한 해석까지 달라 혼란스러움만 가중시킨 상황이다. 이와 같이 불안정한 세제 지원 시스템은 중소기업들의 R&D 투자의지마저 감퇴시킬 수가 있다.
특히 신성장과 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제도와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세제 지원 조건들이 너무 까다롭다.
기술금융 지원에도 여러 애로점이 있다. 기술력보다는 재무건전성부터 따지는 까닭에 자금의 조달이 어려운 것이다.
납품처가 분명하고 기술력의 우수성이 입증되었으면 과거 이력에 상관없이 기술금융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수요지향적인 지원체계 확립 촉구
새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처지를 고려해 제도를 개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R&D 지원예산 중 중소기업 지원비를 2019년까지 현재 대비 5%p가량 확대해야 한다.
기초 R&D를 제한 산업기술 관련 사업 지원책은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공급자가 과제 타이틀을 설정하고 기업들을 모집하는 식이 아닌, 기업에서 R&D 과제를 설정하는 자유공모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 필요에 의거한 R&D는 기대할 수가 없다. 관행적인 행정서류들은 간소화하고, R&D 지원 사업들을 한눈에 검색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One-stop 시스템’ 구축도 급하다.
조세 지원 제도에는 무엇보다 안정성이 요구된다. 기존 1년 단위에서 탈피하여 3~4년 이상의 장기운용으로 개편돼야 제도적인 실효성을 거둘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R&D 활동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고 스타트업 기업들에 한해서는 조세환급제를 실시하여 보다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여야만 한다.
기술보증기금 보증한도액을 융자금의 100%로 상향 조정하고 기술보증시에는 수수료를 인하하여 주는 보증체계 역시 필요하다.
이렇듯이 R&D 관리 시스템을 수요지향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면 기술 보유 기업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연스레 4차 산업혁명까지 극복하리라고 본다.
발표 3
산업기술의 질적 성장을 통한 경제 활력 회복 정책 건의
산기협에서는 새 정부의 출범과 아울러 산업계 수요에 근거한 새로운 산업기술 지원정책들을 정리해 보았다. 산업계의 연구현장 및 산학연의 정책전문 의견, 산기협의 TF 활동 등을 종합하여 도출해 낸 건의안의 핵심 키워드는 ‘질적 성장’이다.
발표_김종훈 본부장(산기협)
수요지향 & 미래지향적인 인프라로 개선
기업 R&D의 신규 트렌드가 본격화된 상태이나 국내 기업들의 대응책은 미흡하다. 이에 산기협은 산업계가 주도하는 기술혁신 체계, 기술역량 중심 지원정책, 수평적 & 개방적 혁신 생태계 구축 등을 기본방향으로 총 7가지 정책안을 도출했다.
첫 번째가 산업계 중심의 혁신리더십 실현이다. 국회, 정부, 산업계가 참여하는 상설 정책협의기구 ‘(가칭) 산업기술 당·정·산 협의체’를 구성하여 산업계의 목소리를 상시 수렴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일관성이 있는 중장기적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이다.
과학적인 분석기반의 기술정책, 산업기술 관련법과 제도 등을 범부처적 차원으로 정비하고 R&D 세제 지원 확대 역시 중장기적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수요기반으로 국가 R&D 사업을 혁신해야 한다. 현재 R&D 투자의 핵심 플레이어와도 같은 기업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는 ‘국가 R&D 사업 기획평가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이와 함께 국가 R&D 사업 관리 통합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세 번째는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규제 및 인프라가 개선되어야 한다. 신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부터 실시하고, 아울러 지역 기술혁신 거점의 재구축도 이뤄져야 한다.
‘기술역량 중심’으로 지원정책 설계해야
네 번째는 기술역량 중심으로 법제도가 대폭 정비되어야 한다. 기업 규모가 아닌 역량 중심의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다. 기업연구소 Two-track 육성 또한 그의 일환이다.
올해부터 시범 추진되고 있는 ‘우수기업연구소 지정제도’의 확대로 기업연구소의 질적성장 추구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대응까지 꾀할 수가 있다.
다섯 번째로는 기술·인력 순환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야 한다. 대학, 출연(연)의 기초/원천기술 및 인력공급 지원 등을 강화하고 핵심 연구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연구전담요원의 소득공제혜택, 퇴직엔지니어의 활용 확대 등을 제안한다.
여섯째는 기술사업화와 창업생태계의 고도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다. 시장 중심의 창업지원 제도 구축, 공공기관 보유 기술 유통체계의 개편 및 범부처 총괄조직의 신설, 출연(연)을 기업 필요기술 전진으로 구축, 기술창업 초기 단계의 지원 강화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은 기술협력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산·산간에 기술협력 활성화는 물론이고 대-중소기업 간에 동반성장 위한 프로그램 다양화가 절실하다. 이와 함께 연구협력지수 도입 및 대학 산업기술 지원센터 구축 등은 물론, 산학연의 연구협력 협의체도 긴요하다.
패널토론
새 정부에 바라는 산업기술정책 방향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세계 경제/산업 시스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 아직 여러모로 미비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와 언론계의 전문가를 통해 효율적인 산업기술정책이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좌장_변재완 교수(한양대학교)
패널_박승용 전무((주)효성),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산업연구원), 이병헌 교수(광운대학교), 안경애 부장(디지털타임스)
변재완 교수 새 정부에 있어서 큰 화두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의 발굴일 것입니다. 현존하는 정책들이 많긴 합니다만,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제도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특히, R&D 시스템이 올바르게 운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오늘 토론에선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에서부터 수요기반 지원제도 운영, 미래지향적인 규제 개선까지 3가지 안을 다루고자 합니다.
먼저 첫 번째 4차 산업혁명에는 어떤 대응책이 필요할지 패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박승용 전무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혀 없던 신산업이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3차 산업혁명이 확대된 형태일 뿐이죠.
때문에 충분히 잘해 내리라고 봅니다. 다만 기존과 같은 정부 주도 방식으론 힘들 듯합니다. 민간에서 주도하되 실리콘밸리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전략을 짜면 먹거리는 앞으로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석인 선임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과는 기본 인프라가 전혀 다릅니다. 더군다나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규 핵심 기반기술 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 중에 자기 비즈니스 모델에다 적용시킬 만한 것이 없을까를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여기까진 정부 주도 하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 기반기술들을 얼마나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민간기업 주도 하에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정책들이 지난 정부에서처럼 5년간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권이 바뀌게 되어도 최소한 10~15년 정도는 정책이 지속될 수 있어야 긍정적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안경애 부장 우리 산업은 현재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즉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의 기회이자 기존 R&D 제도의 개혁을 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겁니다.
앞으로는 기초연구 인력들에 대한 다각적인 육성사업들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단기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할 대상입니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향후 50년간은 정부가 앞장서서 ‘열린 연구의 틀’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대기업에 대해 인센티브제를 적용하는 제도 또한 확대되길 바랍니다.
이병헌 교수 현재 직면한 경제 위기가 비단 4차 산업혁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복합적인 요인이죠. 그럼 우린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습니까? 세계 산업주도권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있습니다.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사업에 대한 투자가 불과 3~4년 만에 최소 2억 달러에서 최대 10억 달러까지 이뤄진 것만 보아도 짐작할 만하죠.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벤처캐피탈에 대한 투자액이 2조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른 한 축을 이야기하자면 이제 기술 없이 기기에만 의존하여 운영되는 기업들은 사라지고 특화 재료 및 부품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구개발 및 사업화에 대한 금융 투자부터 확대되어야 하겠습니다.
변재완 교수 4차 산업혁명은 그저 산업 또는 기술에만 국한되는 이슈쯤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삶이 변화하는 혁명이긴 하죠.
그렇지만 신규 사업 발굴보단 우리 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잘 풀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듯합니다.
이에 있어 끈기 있는 투지, 자신감은 기본으로 가져가야겠죠. 이번에는 두세 번째 이슈, 수요기반 지원제도 운영 및 미래지향적인 규제 개선책을 묶어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병헌 교수 저는 규제보다 정부 R&D 정책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R&D 정책은 기존 같은 정부 주도 시스템이 아닌, 사업 수행 주체자인 기업 주도하에 이뤄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려면 첫째, 국가연구개발 지원 방식부터 바뀌어야 하겠습니다.
특정 타이틀을 정해 놓고 기업들을 모집하는 식이 아닌 전체 R&D 프로그램들을 분야별로 분류하여 관련 기업이면 모두 참여/신청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 R&D 사업 수행과정에서 기업들이 들러리가 되지 않게 구조적인 개편을 요합니다. 산학연의 연구 과정을 보면 기업보다 연구소나 학교 측이 주가 되는 때가 적지않은데 이는 연구 실효성을 저해하는 길입니다.
셋째, R&D 자금 및 기간 등이 확대되어야 하겠습니다. 인력자원 및 R&D 지원 프로그램들을 패키지로 묶어 장기적인 사업의 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장석인 선임연구위원 우선은 민간과 정부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도권을 정부에서 가지느냐 민간에서 가지느냐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정부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고 민간에서 적극성을 내보이지 않는다면 전부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포인트는 기업 스스로가 여느 때보다도 기초연구 필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학이나 출연(연)에 R&D를 부탁해도 이를 수행해줄 만한 연구 인력 등이 부족하여 거절당하기가 일쑤라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애로점을 반영하여 체제 개선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승용 전무 한국의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거대 개념만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사업별로 기업별로 처한 상황들이 전부 다른데도 말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데에 유럽 ETP(European Technology Platform)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효과적일 듯 합니다.
산업체와 대학 및 국가연구소의 대표들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비전 설정부터 어젠다의 수립, 과제발굴 등을 하면 정부에서 그에 따른 지원들을 실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이와 더불어서 국가연구소가 가교역할을 하여 기업들이 상용화할 만한 R&D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안경애 부장 연구 조직과 기술 수요가 부합할 수 있도록 하는 실전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기업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선순환 경쟁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R&D 정책 기획부터 잘해줘야겠죠.
변재완 교수 기존 체제만을 고집하지 말고, 오늘 나온 제안을 기반으로 좋은 정책들이 실현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