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인사이트 - 초경쟁 시대의 핵심 역량은 실행력, ‘실행 프리미엄’으로 도약하라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 한인재 센터장/기자
동아일보 경영교육센터/ DBR·HBR코리아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아는 것만큼, 실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실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먼저 부딪쳐 앞날을 개척할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후발주자로 남을 것인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성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좋은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탁월한 실행’이 기업의 성공에 더 중요하다.
금융 위기 이후 실행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다.
글로벌 기업 CEO들은 입을 모아 ‘문제는 전략 그 자체가 아니고 전략의 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매출액 5억 달러 이상 1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올린 성과는 전략을 수립할 때 설정한 목표의 67%에 머물렀다.
바꿔 말하면 그 차이만큼은 전략 실행의 실패로 인한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
즉, 33%의 ‘성과 손실(Performance Loss)’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전략 실행력이 탁월한 기업들은 더 나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실행 프리미엄(Execution Premium)’을 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어떻게 실행력을 강화해 성과를 높일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경영진 그리고 임직원들은 ‘실행’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랐다고 말한다.
보통 실행이라고 하면 미리 보고하고 설정한 계획의 수행을 일컫는다.
직원들은 계획된 과제를 시한 내에 완수하고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실행은 단순히 계획을 수행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비전과 전략을 완벽하게 가다듬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전략을 실행해 나가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즉시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이때 실행의 주체인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은 필수다.
실행력이 강한 기업일수록 현장 직원들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시키는 데 탁월하다.
직원들이 기업의 핵심 가치와 조직문화를 내재화하고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와 자율성을 부여하는 리더십은 필요조건이다.
위기에 빛나는 실행의 리더십
조직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실행의 리더십이 빛을 발한다.
20세기 세계 정보기술 산업을 선도해 온 복사기의 대명사 제록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문제였다. 여기에 2000년 회계 부정 스캔들까지 터지자 제록스는 파산 직전의 위기를 맞았다.
누구도 무너져 가는 제록스의 CEO를 맡겠다고 나서지 않는 상황이었다.
제록스 이사회는 회사 매각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을 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복사기 판매원 출신의 앤 멀케이였다.
그는 25년간 제록스에서 일하는 동안 몇 번이나 가정을 위해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평범한 여직원이었다.
한마디로 화려한 학벌과 배경을 자랑하는 기존의 비즈니스 리더들과는 배경부터 달랐던 것이다.
이런 멀케이가 CEO에 취임하면서 제록스를 회생시키겠다고 약속하자 내외부에서 혹독한 조소가 쏟아졌다.
그러나 앤 멀케이는 결과로 증명했다. 단호한 혁신과 구조조정으로 취임 2년 만에 제록스를 다시 일으켰다.
그는 ‘철의 여인’이라 불리며 세계 최고의 여성 비즈니스 리더의 대명사가 됐다.
멀케이는 CEO에 취임하고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녔다.
또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전 세계의 제록스 직원들과 현장 영업 전략을 논의했다.
당시 제록스 내부에는 파산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 있었다.
그녀는 조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했다. 직원들의 눈앞에서, 파산의 위기에도 동요하지 않고 실천 방법을 모색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장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사의 비전과 희망에 대해 대화했다.
이런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은 직원들에게 회생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고, 현장 직원들이 자발적인 실천에 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실행의 핵심은 실무진
실행의 주체는 현장의 실무 직원들이다. 즉 실행력을 높이려면 실무진의 참여와 사기진작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일이 필수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로 유명한 포시즌스 호텔에는 따로 정해진 서비스 매뉴얼이 없다고 한다.
대신 서비스에 대한 큰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당신이 스스로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원칙에 기반해 현장 직원들은 스스로 고객에 대한 대응을 결정한다.
개별 서비스는 직원들이 고객 니즈를 스스로 파악해 유연하게 제공하도록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2015년까지 18년 연속으로 100대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 된 이 호텔의 저력은 바로 이같이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현장에서의 실행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41개국에 걸쳐 101개의 호텔 및 리조트를 운영하는 포시즌스의 창립자이자 수장인 이샤도어 샤프 회장은 사실 호텔 산업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캐나다에서 유대인 난민 출신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라 칭송하는 포시즌스의 가장 큰 성공 비결로 단연 샤프 회장을 꼽는다.
그런 그가 호텔업의 성공 조건으로 꼽는 첫 번째가 입지도 상품도 디자인도 아닌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결국 호텔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인성과 태도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직원들은 ‘고객을 응대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대하라’는 포시즌스의 골든 룰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받으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진 우수한 직원으로 길러진다.
이런 직원들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샤프 회장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매니저들에게는 혹시 부하 직원을 꾸짖을 상황이 생기더라도 ‘칭찬은 모두 앞에서, 비난은 개인적으로(Praise in public and criticize in private)’란 미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직원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현장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놓여 있다.
샤프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면 대 면 상황에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는 호텔업의 특성상 모든 직원들이 재량을 갖고 자기 선에서 책임지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본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고 상사가 일일이 모든 일을 지시하다 보면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감정노동 수준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의 실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민하게 실행하고 빨리 실패하라
“더 빨리 성공하려면 더 많은 실수를 하라.” IBM 창업자인 토머스 왓슨의 말이다.
어디서 시장의 판을 흔들 경쟁자가 나올지 모르는 시대다. 먼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기 십상이다.
빨리 실행하되 실패도 달가워해야 한다. 작은 실패가 있었다면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빨리 수정해 나가야 한다.
이때 실행의 속도와 성과를 높이려면, 실패를 용인하고 실수에서 배울 수 있도록 장려하는 조직문화와 평가 체계가 뒷받침해야 한다.
혼다는 ‘올해의 실패왕’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매년 연구자 중 가장 큰 실패를 한 직원에게 상금을 지급했다.
실수를 한 직원이 자책하고 위축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실패를 자산화하고 도전을 즐기도록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혼다의 노력은 혼다가 육상과 해상, 공중까지 아우르는 ‘작은 원동기’를 단 동력기계 분야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강자가 되는 원동력이 됐다.
가장 창조적인 조직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픽사도 ‘생산적인 실패’를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로 건설적인 비판을 하며 실수와 실패로부터 함께 배우는 학습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이처럼 실패를 장려하는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야말로 픽사의 성공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문제점을 지적하도록 하되, 건설적인 비판으로 이어질 때 만족도를 높이며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경영 판단을 내릴 때에는 ‘리얼 옵션(Real Option)’적 접근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투자에서 옵션은 팔 권리나 살 권리를 미리 사두었다가 만기일까지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소멸된다.
하지만 리얼 옵션은 다르다.
더 큰 시도를 하기 전에 그 발판이 될 수 있는 작은 시도(Option)에 투자해 성공할 때, 향후 큰 규모의 투자를 성공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재무적 관점의 옵션과 다른 점은 비록 실패하더라도 실패한 이유와 요인을 깨우치고 무엇을 향상시켜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먼저 시도해 보고 실패해 본 경험은 임직원들의 암묵적 지식으로 학습돼 조직의 노하우로 남아 있게 된다.
지나간 고도성장기에 한국 기업들의 무기는 강한 추진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기업들이 실행력 약화로 고민하고 있다.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경영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력을 키우며, 다시금 전략을 수정하며 실천해 나가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전략을 성과로 만들어 내는 실행력이야말로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핵심 역량이다.
< 참고문헌 >
< HDC > Insight Column “EXECUTION, NOW & HERE”, 한인재, 2017년 3, 4월호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 Special Report ‘Execution Premium’, 정종섭, 고준, 최현아, 송일석, 정재삼, 박경연, 박재형, 2010년 12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19호,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호텔 회장 인터뷰, 김현진, 2017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