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 Tech - 원전 블랙박스
Win Tech는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성과 확산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공동으로 우수 공공기술을 선별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김창회 부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ICT연구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설계 결함과 인적오류로 야기된 이전의 원전사고와는 달리 자연현상에 의해 야기된 사고로, 조기에 수습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발전소 내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진 및 해일로 인해 발전소가 침수되었고, 발전소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원뿐만 아니라 발전소 내에 있는 비상발전기 마저 침수로 동작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계측제어계통은 발전소 내외의 모든 전원이 차단됨에 따라 그 기능을 상실했고 필수안전 변수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밸브, 펌프 등 주요 기기의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로 지속됨으로써 사고 회복 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ICT연구부는 원전 블랙박스(Blackbox)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원전 사고시 원전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저장한 후 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로 그 정보를 전송하면 발전소 외부에서 이동형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감시 및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원자력발전소용 블랙박스와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을 개발해 본격 시제품 제작 및 상용화 준비에 돌입하여 향후 2025년 원전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그림 1은 원전 블랙박스, 위성통신,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 개념도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블랙박스는 내열성과 내충격성, 방수성이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고온에서 일정 시간 이상 견딜 수 있고, 깊은 바닷속에서도 초음파 신호를 송출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고도, 속도, 기수 방위, 수직 가속도, 시간, 비행기의 자세와 각 엔진의 추력 상태, 조종 날개의 움직임, 나침판 방향, 조종간 위치 등 많은 비행 데이터가 기록되어 있어 사고 직전의 비행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원전 블랙박스도 이와 유사한 장치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처럼 중앙제어실이 손상(그림 2)되고 전력 공급이 끊겨 계측제어시스템의 기능이 상실되어 원자로의 상태 확인은 물론 조작과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가 시작되었다.
원전 블랙박스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 내부 및 주변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온도, 수위, 유량, 수소 농도, 방사능 농도)로부터 신호를 수집하여 실시간 기록한 후 인공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에 있는 모바일원격 감시제어실로 그 신호를 전달한다. 따라서 원전 블랙박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원전 블랙박스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고 방사선 및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전자회로 설계(Radiation Hardened Electric Circuit Design)이다.
일반적으로 전자회로의 구성품인 반도체들은 에너지를 갖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TID(Total Ionizing Dose) 및 SEE(Single Event Effects)에 의해 이상 동작을 하게 된다.
TID 효과는 누적 방사선량에 의한 것으로 반도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내부에 이온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문턱전압(Threshold Voltage)이 변화되어 이상 동작이 발생하고 심화되면 회로 기저를 파손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SEE는 고 에너지를 갖는 방사선에 노출된 아날로그/디지털 반도체 회로가 순간적 이온화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신호에 대한 오류를 말한다.
또한, 반도체는 외부 온도에 의해 성능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외부 온도가 증가하면 핵의 격자 운동이 활발해지고, 핵의 격자운동은 자유전자와 충돌을 일으켜 자유전자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저항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원전 블랙박스는 침수에 대비해 완전 밀폐형으로 설계하였고, 방사선 노출에 대비하여 차폐하였기 때문에 전자회로에서 발생되는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선에 대한 내성이 강하면서 전력 소모가 낮은 전자소자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개발된 원전 블랙박스 시작품은 방사선량 1.2kGy, 외부 온도 80℃ 이하, 충격강도 15G, 100%침수, 수소폭발 대비 방폭형으로 제작하였다.
특히 고준위 방사선에 대한 내성 시험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연구소 방사선 조사시험시설에서 20여회 이상 시험을 통해 전자부품을 선정하였고, 그 전자부품을 사용한 회로에 대해 내성 시험을 수행하였다(그림 5).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30㎞ 이상 넓은 지역으로 소개될 경우 지속적으로 사고대응이 가능한 다수호기 동시 원격감시제어실이 필요하다.
이 제어실은 방사선 오염 및 환경재해로부터 벗어난 지역에 위치해야 하므로 이동 가능한 형태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차량 형태로 개발될 원격감시제어실은 1인 운전을 통해 원전 12개 호기를 동시에 감시, 통제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그림 6).
원전 블랙박스와 3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과의 데이터 통신은 위성통신을 사용하며,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의 천리안 위성 시험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격감시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시작품을 기반으로 2022년까지 원전 블랙박스는 외부 온도 200℃, 방사선량 5kGy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 통제 화면을 최적화하고, 위성통신에 대한 사이버 보안 기능을 보완하여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후 상용화의 일환으로 원전 적용성 시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르면 2025년경 국내 원전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연구원은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원자력 안전연구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