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산업기술의 질적 성장을 통한 경제 재도약을
김이환 상임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핵’과 ‘사드’로 대표되는 북한 리스크,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도 사회·경제적인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기 대선 등의 정치적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인 신산업의 출현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이다.
그러나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우리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산업계 R&D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산업계 R&D를 활성화하기 위한 새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이하 ‘산기협’)는 우리 산업계가 안고 있는 내적, 외적 문제 해결은 물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새로운 산업기술 지원정책 방향 및 과제에 대해 새 정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산기협은 여러 차례 산업계 현장의 의견수렴을 거쳐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기술 지원정책 방향 및 추진과제를 수립하였다.
국내 산업계 R&D 현황과 문제점
우리나라 R&D 투자는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으며 국가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해 왔다.
2015년 기준 국가 전체 R&D 투자 규모는 66조 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특히, 기업 R&D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가 R&D의 핵심 주체로 성장해 왔다.
기업연구소 수도 2017년 3월 말 현재 38,611개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양적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 산업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질적 성장 없이 더 이상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 IoT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혁신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으나 R&D 추진에 있어 단기성과를 위한 개발연구에 집중하면서 R&D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
즉, ‘연구(Research)’ 기능이 약화되면서 혁신을 위한 씨앗기술 부족으로 전략적인 신기술 개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높은 R&D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R&D의 사업 기여도가 낮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성과 창출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연구문화로 자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역량 또한 부족하여 기술의 외부 획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핵심·고급인력의 대학·출연(연) 선호 현상으로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마저도 여전히 우수인력에 대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 산업기술 지원정책은 양적 성장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의 정부 R&D 성과에 대한 불신은 높은 수준01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특별기획 01. 산업계 R&D 현황과 문제점’ 참조).
새 정부 산업기술 지원정책 방향과 과제
이제 과거의 성공 경험에 머물러 기존의 정책과 제도, 전략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적응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비전과 정책방향으로 산업기술 지원정책을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산기협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산업기술 지원정책에 대한 산업계 현장 의견을 다양한 경로로 수렴하였다.
CTO, 기업 연구소장, 신기술(NET) 인증기업 등 R&D 네트워크 모임을 통한 의견과 함께 기업연구소 보유기업 R&D 책임자 의견 등 산업계 현장 의견수렴을 위해 CEO 및 CTO 등을 대상으로 3차에 걸쳐 의견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특히, 지난 4월에 실시한 의견조사에 따르면 새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정책은 ‘산업계 주도’로 구축된 ‘수평적, 개방적 혁신 생태계’ 속에서 ‘기업의 기술역량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표 1).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정부가 기업 규모별로 다른 정책 기조로 대응해온 것과 상치되는 것이며, 향후 기업 R&D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역량·질적 성장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기협은 새 정부가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과 함께 양적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 ‘산업기술의 질적 성장을 통한 경제 활력 회복’을 비전으로, 기술혁신 지원체계가 기존의 ‘정부 주도’에서 실질적인 ‘산업계 주도’로, 정부 정책 대상의 기준을 기업의 ‘규모(대, 중견, 중소) 중심’에서 기업의 ‘기술역량 중심’으로, 산·학·연·정 혁신 주체 간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혁신 생태계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생태계로 전환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번 특별기획은 이러한 방향을 기준으로 ‘새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방향에 대해 핵심 주제별로 구분하여 구성하였다.
우선,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체계(System)를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계 주도로 전환해 ‘산업계 중심의 혁신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즉, 정부는 중장기 계획 수립, 예산 지원에 중점을 두고 산업계가 사업기획, 선정 평가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기술 당·정·산협의체(가칭)’를 구성,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산업계 현장 의견이 정책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 R&D 사업 기획평가단(가칭)’을 운영하여 응용 및 개발 분야의 R&D 사업에 산업계가 사업기획, 과제 평가 등 전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에게 ‘못한다’는 인식을 벗고 ‘할 수 있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R&D인프라 및 규제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 규정 등을 정비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특별기획 02. 산업계 중심의 혁신 리더십 실현’ 참조).
두 번째로 산업기술혁신 지원정책이 기업 규모에 따른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역량’을 기반으로 한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구분하여 지원하던 방식을 지양하고 기술역량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구분하고 범부처 공통 기술역량 평가지수를 설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 정책의 근간인 법 및 제도가 기술혁신 역량을 중심으로 정비하는 등 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R&D 질적 성장모델을 제시하여 38,000여 개에 이르는 기업연구소를 R&D 저변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혁신형 기업 육성을 위한 ‘우수기업연구소 육성’으로 차별화하는 ‘기업연구소 Two-Track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의 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해 혁신 기술은 물론, 우수 연구인력이 기업과 대학·출연연구소 간에 원활히 순환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선순환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특별기획 03. 기술역량 중심의 질적 성장 지원정책 추진’ 참조).
세 번째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혁신 기술 기반의 기술사업화 및 창업 생태계를 고도화 해야 한다.
다산다사(多産多死)로 대표되는 창업 구조를 혁신기술 및 수요자 기반의 창업 지원으로 개편하고 정부가 기술기반 창업의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성과중심의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 정부 임기 내 혁신형 창업기업의 3만 개 육성을 제안한다.
또한, 기업들이 보유한 신기술 사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 정부가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특별기획 04. 성과중심의 기술사업화·창업 생태계 고도화’ 참조).
생태계의 참여자인 산·학·연 간의 협력체계를 산업계 혹은 산-산 중심의 기술협력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산·학·연 연구협력은 대학 또는 출연(연)을 중심으로 한 공공연구 부문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산-산 협력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규모, 산업을 초월한 산-산 기술협력 지원은 물론, 산업계 수요를 기반으로 산업계가 주도하는 협력의 패러다임을 정착시킴으로써 개방형 혁신의 실질적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특별기획 05. 개방형 혁신 시대, 기술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참조).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과거 성공 경험의 함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의 변화를 통한 재도약이 요구된다.
산기협은 지속적으로 산업기술 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를 새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며, 대한민국이 발 빠른 추격자에서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선도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01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차기 정부 산업기술 지원정책 수립에 대한 산업계 의견조사, 2017.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