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개방형 혁신시대, 기술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이러한 환경변화에 기업 자체 역량만으로는 R&D를 하기에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기술에서 협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최근 일본은 글로벌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총연구 개발비 18조 엔 가운데 민간 기업이 12조 엔을 차지하는데 이 중 대학으로 들어간 연구비는 0.1조 엔에 불과하여 폐쇄적 경향이 강하였다.

그래서 2016년 8월 이노베이션 정책 보고를 통해 조직, 인재, 환경 정비 측면에서 아이디어 창출, 기술개발, 시장 획득을 위한 주체별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협의회 구축, 이노베이션 촉진, 산학관민 회의체 운영,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유니클로와 도레이의 기술력이 결합하여 히트 상품을 개발하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의 협력 성과가 나타 났다.

미쓰비시전기와 스미토모 중기계를 포함한 4개 기업은 제5세대 ‘중립자선 암 치료 장치’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새로운 시장 창조를 위한 협력 추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자체 연구개발 위주로 일본과 같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연구개발 활동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 획득 방법에 대한 최근 조사(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자체 개발(84.5%), 공동 개발(11.7%), 위탁 개발(2.0%), 라이선스·구매(1.5%), 인수합병(M&A)(0.3%)순으로 나타나 자체 개발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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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D와 WEF 조사를 2015년과 2016년 비교한 결과를 볼 때 산학 간 지식 전달 정도가 22위 → 34위, 기업 간 기술협력 정도는 35위 → 42위로 하락하였다.

인재유치를 위한 국가능력은 35위 → 49위, 대학-산업 간 R&D 협조는 26위 → 29위로 하락하여 개방형 혁신의 수준이 낮고 무엇보다 점차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기술사업화 관점에서 범부처적인 협력 체제 가동으로 개방형 혁신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확정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 계획(2017. 3.)에 따르면 외부 기술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외부 기술을 활용하여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민간 R&D도 기술 취득비 공제비율의 상향 추진, 기술혁신형 인수합병시 법인세 감면요건 완화 등 세제지원 강화, 국내외 연구인력 정보망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형 혁신을 바라보는 연구개발 주체의 인식을 전환하고 협력의 근본적인 틀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기존 정책과 제도의 틀을 가지고 협력의 성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새 정부는 기술협력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R&D 협력체계라 할 수 있는 산학연 연구협력에 있어, 산-산 중심의 기술협력, 산업계 중심의 산학연 연구협력으로 틀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산-산 간 기술협력 지원 강화

중소기업 연구현장에 근무하는 R&D 종사자를 만나 보면, 많은 이들이 R&D 협력을 하고자 할 때 대학, 출연(연)의 높은 연구비 요구, 개발 관점의 이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정부 R&D 사업에서 획일화된 산학연 협력연구 사업의 틀이 정해져 있어 이를 벗어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대학과 출연(연)에 대한 불신과 정부 R&D 사업의 획일성으로 연구협력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구개발 주체 기관별로 보면, 기업 간 사업·기술협력을 선호한다.

기업의 외부 기술 확보 수단으로 기업(60%) > 연구기관(21.8%) > 대학(13.6%) 등으로 나타나 기업을 가장 많이 선택하였고, 외부 협업 활동 관련 기업의 협력 파트너로 타 기업이 4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산기협, 2017. 1.).

실질적 도움 측면에서도 기업 간 R&D 협력이 대학 및 출연(연)과의 협력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조사되었다(산기협, 2017. 4.).

이제는 기업 간 사업·기술협력의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산-산 협력 강화를 위해 첫 번째,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제품·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협력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

대-중소기업을 기업 규모로 나누기보다 하나의 팀으로 엮어 R&D 사업을 수행하는 정책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 공동 R&D 과제 수행뿐 아니라 공동 신사업 추진과 해외 진출, 정보 교류, 중소기업 R&D 인력의 자질 향상 차원의 협력도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경우 기존 교육기관을 통한 기술교육에 있어 현장감 부족을 느끼는데, 현장 기술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대기업 개발 책임자를 통한 기술교육에 대한 수요는 높다고 하겠다.
 
R&D 교육 장려시책을 통한 역량 향상으로 대-중소기업 간 제품·기술에 대한 Quality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산-산 공동의 사업·기술 개발이 촉진되어야 한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의 산-산 기술협력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산업 간 융합형태의 새로운 사업·기술 접근에 아낌없는 정책지원이 필요한데, 서로 다른 산업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개발을 위한 융합사업에 대한 지원 즉, 융합형 기술개발 자금의 확대, 융합 협력 지원 전담기관의 설치 등이 필요하다.

협력 파트너의 발굴 등 정보 접근·활용 측면에서 산-산 기술협력의 기반 강화 정책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이 공동 기술개발 추진시 겪는 애로사항에는 관련 정보 부족(16.2%), 파트너 부족(13.7%), 의사소통(13.3%) 등 정보 접근·활용 측면이 43.2%에 달하고 있다(2016년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

기업 간 기술협력의 대표적인 성과 사례로는 제약회사 ‘대원제약’과 악취 제거 촉매 등 소재를 개발하는 중소업체 ‘퓨어스피어’가 공동으로 만든 레나메진 캡슐(IR52장영실상 수상(2017. 1.), (주)인프라텍-(주)엔라이트 간 협력하여 개발한 광섬유 조명 표지판 제조용 자동 침직 장치 설계 및 제조기술(신기술인증(2017. 4.) 등을 들 수 있다.

산기협에서도 기업의 자발적 제안에 따라 ‘회원협력 기술융합 클러스터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2017년의 경우 15개 내외 기술융합 클러스터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 간 제품·기술협력 정보 활성화를 위해 ‘테크비즈’를 운영하고 있다. ‘테크비즈’ 사이트에는 2017년 4월 현재 700여 개의 제품·기술이 등록되어 있으며, 제품 사진, 기술 명칭, 분야, 지역, 협력 희망 분야 등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세 번째, 기업 간 기술 M&A를 활성화하여 혁신기업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소규모 R&D 기업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R&D 활동의 기반인 기업연구소 38,200개(2017. 2월 기준) 가운데 연구원 4인 이하의 소규모 연구소는 23,700개로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R&D 기업 혹은 기술벤처는 개발된 기술만으로는 초기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 기술벤처와의 융합으로 성공 가능성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


산업계 중심의 산학연 연구협력

연구개발 주체 간 R&D 협력 현황(2015년 기준)을 살펴보면, 민간 부문의 R&D 투자 사용액 중 외부조달은 3조 원인데 공공 재원은 5.2%이며 해외 부문도 0.7%에 불과하다.

민간 부문의 R&D 투자 재원 중 약 2.1%(약 1조 원)만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 산학연 간 협력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다.

정부 R&D 재원과 민간의 자체 재원을 통한 협력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산업계에서 대학·출연(연)의 활용도가 낮은데 이는 대학, 출연(연)의 공급자 관점의 기술 제공, 성과에 대한 불안감 등 여러 이유가 있겠다. 때문에 이제는 기술수요자인 산업계가 주도하는 산학연 연구협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첫 번째, 산업계 중심의 산학연 연구협력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분야별/지역별 산학연 기술협력 협의체 구성·추진, 대학, 출연(연) 연구원 기업 파견제도의 법제화,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교수, 출연(연) 연구원에 대한 산학협력 DB를 구축하고 ‘연구협력지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 공공연구기관의 기능을 명확화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기초·원천’ 위주의 프로그램과 기업 지원의 ‘단기적이고 사업화’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명확하게 구분·재편할 필요가 있으며, 일정 기간 기술이전이 되지 않는 공공기술에 대해서는 무상 기술이전 추진, 패밀리 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세 번째, 대학의 산업계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도 산업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계 인사를 활용한 현장 맞춤형 공학교육의 확대(기업연구소-공대 연계), 산업현장 실습 프로그램(코업 프로그램)-정부 R&D 사업의 연계 추진, 출연(연)의 산업기술 지원체계인 기업공감원스톱지원센터(1379)와 같이 대학도 산업기술 지원체계인 「대학 산업기술지원센터」(가칭)설립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술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술협력은 투입한 자원과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하겠다.

이제는 협력의 틀을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성과 위주의 기술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하겠다. 새 정부는 기술협력의 기본방향을 산업계 중심에서 찾아야 한다.

산-산 간의 기술협력, 산업계 중심의 산학연 연구협력을 중점 추진정책으로 가져가야한다. 그럴 때만이 기술협력을 통한 성과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