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성과중심의 기술사업화·창업 생태계 고도화
2015년 정부 R&D 예산의 69.1%가 대학, 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에 투자되었고 기업에는 21.3%만이 지원되었다.
이렇듯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가 R&D 사업은 출연(연)이나 대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성과관리도 논문이나 특허 등 양적 성장 중심이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이 29만 3,237건에 이르는 등 지식창출 관점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최근에는 공공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에 힙입어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료 수입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민간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이 상업화까지 성공하여 매출이나 수익이 발생하는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어 공공연구기관 R&D 성과의 대부분이 사회 경제적 편익 창출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의 기술사업화 지원 제도의 개선방안과 기업 관점에서의 기술사업화 활성화 방안을 새롭게 재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술이전 사업화 및 창업 지원 정책과 현황
우리나라 기술이전 및 사업화 추진 정책은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술이전·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기술거래기관, 기술사업화 전문회사 등 민간 기술거래 중개 기관을 육성하는 한편, 대학이나 출연(연) 등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TLO, 기술지주회사 등 기술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전담조직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조성과 정책 운영에 힙입어 최근 6년간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 건수는 연평균 18.2%가 증가하여 기술 보유 증가율(8.5%)보다 높았으며, 기술료 수입도 연평균 12.3%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표 1).
그러나 기술이전의 내실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이전율은 38.6%로 미국의 36.9%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나 기술료 수입은 1/14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사업화 성과에 따른 순수 경상기술료도 9.9%에 불과하여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 크게 떨어지고 있다.
또한, 산업통산자원부에서 발간하는 기술이전·사업화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 받은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 않거나 활용이나 사업화 현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2015년의 경우 58.8%)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그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이전받은 기술의 절반 이상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술이전 성과평가가 건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표 2).
또한, 공공연구기관 보유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창업기업은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총 605개 기업으로 연구자 및 기관이 직접 창업한 기업이 548개(기관 평균 2.0개), 기술이전 또는 양도를 통해 설립된 기업이 57개(기관 평균 0.2개)인 것으로 조사되어 공공기관의 보유기술 이전이 창업과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기술 중심의 창업 활성화와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7개 부처에서 62개 사업에 6,15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사업 분야별로 살펴보면 사업화(2,870억 원), 멘토링 및 컨설팅(347억 원), 창업교육(302억 원), 시설 공간(300억 원), R&D(2,154억 원), 판로 및 해외 진출(151억 원) 등으로 창업이나 창업초기 기업의 R&D 지원이 전체의 81.6%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과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를 극복해야 안정적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제도는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지원제도만으로는 창업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2014년부터 기술신용대출을 실시, VC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민간 자본을 창업기업 지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다.
기술신용대출은 대출 평가시 물적 담보, 매출액 등 기업의 재무능력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력 평가를 반영하도록 하여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자금 공금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도 재무능력이 대출 기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VC는 투자위험 회피를 위해 멀지 않은 기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여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기대만큼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이전 사업화 및 창업 활성화 방안
전 세계적으로 기술 간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지식 확산을 통한 가치 창출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다양한 연구 주체 간의 협력을 통한성과 창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공공연구기관의 R&D 활동은 지식창출에 그치지 않고 지식 활용을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져야 그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좀처럼 장기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혁신형 중소기업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창업 지원기업 이력·성과조사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 지원기업들의 고용증가율이 19.3%로 중소기업 3.6%나 대기업 3.3%보다 5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매출액 증가율도 20.7%로 중소기업 8%, 대기업–4,7%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제도적 관점에서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고 혁신을 통한 중소기업의 성장 지원을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수요자(시장) 중심으로 기술사업화·창업 지원 제도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들은 개발진행 단계(39.9%), 개발기획 단계(29.0%), 사업화 단계(24.0%), 판로개척 단계(7.0%) 순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중기청의 창업 지원을 받은 기업은 자금조달 실패(43.0%), 영업·마케팅 실패(41.6%)를 폐업 원인으로 지적한 반면 R&D 및 시제품 제작 실패는 9.3%에 지나지 않고 있다.
흔히 말하는 다윈의 바다를 극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창업과 R&D 중심의 지원 제도에서 탈피하여 사업구조를 기업수요에 맞게 기업 성장단계(창업 초기 → 사업화 → 시장 진출)별로 구성하고 사업도 단순화·체계화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사업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기술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 시장진입에 실패하여 사라져가는 현실을 예방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초기 창업기업의 필요자금 조달 시장을 활성화하여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원활하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여야 한다.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기술신용대출제도는 대출심사시 기술능력을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반길 만한 변화이다.
그러나 재무능력을 같이 평가하고 있어 실질적인 대출은 재무능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신용대출 기업 중 신용등급 BB+ 이하 기업은 15.54%에 불과하다는 신문 보도도 있었다.
따라서 기업 대출금액의 일정 비율을 기술능력만으로 대출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의 손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에서 기술성만을 평가하여 보증서를 발급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 기반을 강화하여 기술금융의 중심축을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 VC 등을 M&A 전문 중개기관으로 육성하고 벤처, 스타트업을 인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활력제고 특별법」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의 안정성 및 투자자의 장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 감시·감독 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기관 보유기술 유통 체계를 이전받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점으로 개편하고 기술이전을 총괄하는 범부처 차원의 전담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청에서 발간한 2015년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창업기업의 10.8%만이 기술이전을 받았고 그중 84%가 기업으로부터 받았으며, 공공연구기관은 1.3%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공공기관 보유 기술은 미래기술 마당, 성과마루, NTB, NTIS 등을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공개되는 내용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구자 관점의 기술 내용 중심이다.
때문에 공공기술을 이전받고자 하는 기업들은 필요 기술을 검색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 기술을 찾았다 하여도 협상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기술에 대한 시장가치를 수요자 관점에서 재평가(시장화 가능, 시간 필요 기술, 시장 진입 등)된 통합 DB를 구축하여 일괄 제공하고 기술이전 총괄 전담조직에서 기술이전 협상, 계약 등을 일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기술의 적정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 확충도 기술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이다.
넷째, 출연(연)을 기업의 필요 기술을 공급하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출연(연) R&D의 일정 비율(10∼20%)을 창업기업 R&D와 연계되도록 가이드라인 설정하고 결과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여 출연(연)의 연구결과가 자연스럽게 창업기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중장기 기초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출연(연)의 고유 R&D 과제는 기업의 R&D와의 중복을 피하도록 5∼10년 뒤 상용화될 수 있는 과제에 집중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공공연구기관으로부터 이전된 기술의 50% 이상이 기업에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전도 양이 아닌 질적인 향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기술이전시 사업화를 위한 추가 개발에 개발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기업 파견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과제이다.
다섯째, 신기술 제품의 초기 시장진입 지원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 의무구매 제도를 확대하고 실효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 구매금액의 10%를 기술개발 제품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2015년 구매비율 미달성 기관이 55.7%에 달하고 전혀 없는 기관이 113개(14.8%)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의무구매 비율을 초과 달성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성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의무구매 비율도 전체 조달구매 금액의 10%로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기업들이 목표시장에 대한 사전 정보를 편리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HS 코드를 기준으로 품목별 수출국에 필요한 인증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규격인증에 소요되는 경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해외 규격인증에 필요한 시험성적서를 국내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험기관 확충 및 컨설팅 전문 인력 양성 등 연구개발서비스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예산 지원도 확대하여야 한다.
그 외에 R&D 지원도 창업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원 방식을 확대하여야 한다.
창업 3년 후 국내 기업의 생존율은 41.0%로 호주(62.8%), 미국(57.6%) 등 선진국보다 크게 뒤지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최하위 권에 머물고 있다.
시장의 투자·보육·멘토링을 조건으로 정부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방식을 확대하고 지원기간도 3년 이상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도록 초기 이자율은 낮고 이익 발생 시 추가로 이자를 부담하는 ‘이익공유형 대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 14살의 테슬라 시가총액이 114살 된 포드와 109살의 GM을 넘어섰다고 한다.
테슬라의 미래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대응에 따라 위험이 될 수도 있고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술 중심 창업기업들이 밟고 일어설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우리에게도 테슬라 같은 기업이 머지않아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