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기술역량 중심의 질적 성장 지원정책 추진

기술역량 중심의 R&D 시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저고용이 고착화되는 ‘뉴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OECD 회원국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렀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제기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 산업 판도를 일시에 뒤바꾸고 있다.

ICT 기술이 접목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신기술이 새로운 산업 분야를 창출하고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역시 전세계적인 트렌드이다. OECD 주요국의 합계출산율은 1.3명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들 국가의 65세 고령인구 비율은 이미 10%대에 진입해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기업 R&D에서 ‘기술역량 중심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저성장이 계속되자 기업들은 연구(R)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개발(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기술과 기술의 연결이 확대되고 기업 간 경쟁이 생태계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기업들은 단위 제품·서비스 경쟁력 차원을 넘어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질적 성장을 위한 당면 과제 ‘기술역량’

그렇다면 현재 우리 기업의 기술역량은 어떠한가? 그동안 우리 기업의 R&D는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개별 기업 수준이나 질적 측면에서는 크게 미흡하다.

2015년 기업 부문 R&D 투자 규모는 51조 1,364억 원으로 국가 R&D 투자의 77.5%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상위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의 투자규모는 상당히 열위하다.

중소기업의 84%는 연간 연구개발비가 5억 원을 넘지 못하고 대기업의 경우 50억 원 미만 기업이 62%에 달한다.

2015년 기업 부문 연구인력 수는 31만 7천여 명으로 국가 연구인력 수의 70.1%를 차지하고 있으나 기업 연구인력의 67%는 학사급 인력이고, 국내 전체 박사급 인력의 22%만이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은 취업 기피가 심하고 퇴직률이 높아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질적 역량의 부족은 기술 무역수지 적자와 선도국과의 기술 수준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술 무역수지는 2015년 6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고, 기술 수출액이 기술 도입액의 63%에 그쳐 있다.

10대 핵심기술 분야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미국의 78.4% 수준이며, 평균 4.4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술역량 중심으로 지원정책 전환돼야

2015년 국가 R&D 사업을 통한 기업체 지원 규모는 18조 8,747억 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21.4%를 차지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예산 지원이 매년 증가하여 중소기업에게 R&D 자금조달 창구를 제공하고 있다.

세제지원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연구·인력 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 기술이전·취득 등에 조세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2016년 기업의 R&D 세제 감면액은 2조 5,209억 원으로 이는 2015년 기준 기업체 R&D 투자액의 5%에 해당한다.

인력지원은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제도, 석·박사급 연구원 채용에 대한 인건비 보조, 일학습병행제를 통한 맞춤형 인력양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기술 지원정책은 공통적으로 기업 규모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여 지원해 왔다.

일례로 국가 R&D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에 한정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거나 세제지원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기업 규모만을 지원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기업군을 세분화하지 않고 또 기술혁신에 중요한 기술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실제 올해 4월 산기협이 기업연구소를 대상으로 기술역량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내에는 2개의 기업군이 존재하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4개의 기업군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2개 그룹 간에는 평균 연구원 수가 17배 차이가 나는 등 대기업 간에도 역량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4개 그룹 간에도 연구개발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등의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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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산기협이 기업 R&D 요소별로 정부 R&D 투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 자금, 인력, 역량, 지식, 협력, 성과 등의 순으로 자원 투입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지원의 경우 사업화보다 R&D에, 역량과 지식은 사업화에, 협력은 산학연 협력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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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술역량 분석과 정부 R&D 투자 구조 분석을 통해 볼 때, 기술역량 차이에 따른 차별적인 지원정책의 수립과 기술역량 제고와 관련하여 자원 투입이 미흡한 부분에 대한 투자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술역량 중심 지원을 위한 정책 과제

과제 1: 기술역량 기반 지원정책 재설계


기업연구소 설립 증가로 기업 R&D의 저변은 크게 확대되었다.

1981년 기업연구소 인정제도 도입 이후 기업연구소는 연평균 21% 증가하여 2017년 3월 말 기준으로 38,611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연구소의 62%는 연구원 수 5인 미만의 소규모 연구소이고 기업연구소 설립 기간도 5년이 되지 않아 기술력 축적이 부족하다.

따라서 새 정부의 산업기술 지원정책은 기업연구소의 기술혁신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역량 기반 지원정책 추진을 위한 법·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현재는 기업 구분을 중소기업 기본법 등에 근거하여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만 구분하고 있는데 기술역량에 근거한 평가지수의 도입과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매출액 외에 연구개발 투자 규모,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박사 연구원 수, 기술수출액, 연구소 존속 기간 등의 기준을 적용하여 기업군을 구분하고 관련법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가 R&D 사업, R&D 세제지원, 기술금융 지원, 기술 인증·구매지원 등에서 기술역량 기준에 따른 지원 차별화를 시행해 나가야 한다.

둘째, 기업연구소를 Two-track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업연구소는 신고요건을 기준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운영되어 수적 증가에 비해 역량 있는 기업연구소를 충분히 육성하지 못했다.

신고제도 외에 역량 있는 연구소를 별도로 선정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시범 운영되는 ‘우수 기업연구소 지정제도’를 전 산업으로 확대 적용하고 우수 기업연구소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정된 우수 연구소에 대한 인센티브 근거도 마련되어야 한다.

과제 2: 기술·인력 순환 파이프라인 구축

기업과 대학·출연(연) 간에는 기술·인력 순환 체계가 미흡하다. 대학·출연(연)은 기초·원천 분야에 중장기 연구를 통한 씨앗기술 공급이 필요하나 응용·개발 연구에서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자체 기술역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88.1%가 자체 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우수 연구인력 확보 애로가 크다. 중소기업 취업 기피가 계속되고 있고 대기업에 비해 이직률이 월등히 높다.

국내 연구인력 부족에도 해외 연구인력 활용은 저조하여 국내 기업연구소 중 외국인 연구인력 활용 기업은 3% 수준에 그쳐있다.

이를 위한 정책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고급 연구인력의 산업계 유입 촉진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수 인력 진출 및 장기재직을 유도하기 위해 비수도권 소재 중소기업 연구전담 요원에 대해서는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 총액의 일정 비율에 대해 소득세 공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 비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에 취업한 박사급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취업 후 1년 간 급여 총액의 50%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의 수요가 높은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유지하고 대기업 고경력 퇴직 엔지니어의 중소기업 재취업 매칭도 필요하다.

해외 연구인력 유치를 위한 영주권 발급 기준을 완화하여 첨단 산업 분야 연구원의 유입을 확대하고 국내에서 수학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 연계 프로그램과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대학 및 출연(연)의 기초·원천 기술공급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연구 중심 대학·출연(연)의 장기적 기술 축적 지원을 위해 단기·양적 성과평가를 지양하고, 중장기·질적 성과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또 대학·출연(연)의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공급 강화를 위해 대학·출연(연)의 연구성과, 보유 장비, 보유 기술, 수행 인력 등을 DB화하고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기업과 매칭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기업이 우수 연구집단을 통해 공공 R&D 과제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정부 R&D 사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

그동안 산업기술 지원정책은 질보다는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원방식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는 단순 방식을 적용해 왔다.
 
이제는 그 틀을 기술역량 중심의 지원정책 차별화로 바꿔야 한다. 기업의 기술역량을 제고하지 않으면 국가 기술혁신의 체질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키기 어렵다.

2017년 5월 들어서는 새 정부에서는 기술역량 기반 지원정책이 추진되어 기업의 기술역량이 강화되고 → 기술력을 통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 기업 경쟁력이 높아져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이 회복되는 기술혁신의 선순환 체계가 실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