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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인사이트 - 앱 생태계에서 ‘스마트 스터디’가 살아남은 방법,
유연하고 빠르되 기본에 충실했다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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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때때로 혁명적인 제품이 등장해 모든 양상을 뒤바꿔버리죠(Every once in a while a revolutionary product comes along that changes everything).”

2007년 1월 9일, ‘맥월드 2007’에서 스티브 잡스는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아이팟, 전화기, 인터넷 접속 장치 세 가지를 하나로 합친 혁명적인 제품,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핸드폰을 재 발명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잡스의 의기양양한 말은 지나치지 않았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냈다. 아울러 ‘앱 생태계’도 출현시켰다. 플랫폼을 개방하고, 앱들이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일종의 ‘좌판’을 깔아준 것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신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소비자들을 쉽게 만날 통로가 필요했던 기업들이 망설일 이유란 없었다.
 
첫해에 만 6만 개 이상의 앱이 등록됐고 이제 그 숫자는 200만개를 웃돈다. 앱 생태계의 출현은 ‘배달의 민족’, ‘직방’과 같은 성공 모델을 낳았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같은 성공을 꿈꾸며 앱 비즈니스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신규 진입자들이 많다고 해서 결코 이 시장이 녹록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앱 생태계로 몰리면서 성공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실제로 앱을 기반으로 실질적으로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0년 세워진 유아 콘텐츠 기업 ‘스마트 스터디’는 그 극소수의 성공한 앱 이코노미 모델 중 하나이다.

과연 유아들을 상대로 앱을 출시해 돈을 벌 수 있을까란 의구심 어린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선제적으로 앱 시장에 도전했고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이제 엄마들은 동요 CD를 틀어주는 대신 스마트폰 속의 핑크퐁 앱을 플레이한다.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175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폰을 무대로 ‘핑크퐁 동요동화’, ‘핑크퐁 자장가’, ‘핑크퐁 ABC파닉스’, ‘핑크퐁구구단’, ‘핑크퐁 스티커 색칠놀이’ 등 다양한 유아전용 앱이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유튜브에서 무려 200만 명 이상(5개 채널 총합)의 채널 구독자를 모집하며 자연스레 해외에 이름을 알리더니 올해 1월 기준 112개국 앱 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튜브에서 ‘골드플레이 버튼’도 수여받았다. 해외 진출을 따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스타트업이 어느새 K-콘텐츠, 한류의 주역이 된 셈이다.

그들이 단순히 시기를 잘 만나, 운이 좋아 성공에 이른 것일까. 그들이 치열한 앱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민석 스마트 스터디 대표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살펴본 스마트 스터디의 혁신 전략을 소개한다.


유연하고 빨랐다, 의사결정의 혁신

사명인 ‘스마트 스터디’가 알려주다시피 이들은 사실 처음에는 진지하게 교육에 방점을 찍고 ‘모바일 학원’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이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교육 콘텐츠, 예컨대 ‘모바일 구몬’을 만들자는 그림에 가까웠다.

처음 앱으로 내놓은 것도 유치원 기관 교재와 영어 교육열을 고려한 영어 동화책앱이었다.

동요 앱은 가볍게 함께 출시한, 한 마디로 곁가지였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그들이 심혈을 기울인 영어 동화책이 아니라 신나는 동요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장 폭발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대다수의 전통적인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투자한 비용과 노력이 있는데, 과연 동요로 방향을 틀것인가.

아마 수차례의 회의와 보고를 가진 뒤에야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고, 시간은 꽤나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민석 대표와 대학 동기 등이 의기투합한 조직, 스마트 스터디는 달랐다.

창립멤버 대부분이 10년 이상 회사생활을 했고, 특히 게임업종에서 시장 반응 측정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제2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는 게 그들에게는 너무나 ‘본능적인’ 일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그쪽에서 왔다면 그쪽으로 재빠르게 전환하면 됐다고 봤다. 그들은 바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본질은 콘텐츠, 아낌없는 투자로 ‘콘텐츠 업그레이드’에 승부 

물론 의사결정이 아무리 빠르고 유연하다고 해도 결국 이들이 소비자들과 만나게 되는 최종 접점은 이들의 제품, 즉 서비스다.

만약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경쟁자들이 전쟁 중인 앱 생태계에서 결코 소비자들의 결제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대다수의 경쟁자들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려 하기보다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상당수 웹상의 유아 콘텐츠들은 사이트 방문자 수를 올려주기 위해 걸려 있는 것이었지, 돈을 벌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었다.

유아용 동영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들 최대한 ‘싸게 만들자’에 중점을 뒀다.

어찌 보면 이렇게 싸게 동영상을 제작하는 편이 콘텐츠 생산 속도를 높이고, 외연을 확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 스터디는 쉬운 방법을 포기하고 순수하게 콘텐츠의 질을 올리는 데 승부를 걸었다.

한 편에 500만 원, 다른 업체들의 10배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상당수 시장 관계자들이 “그렇게 투자해서 과연 돈을 남길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거렸지만 스마트 스터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 같은 콘텐츠 혁신 때문에 결국 ‘이 정도면 충분히 돈을 지불해도 좋다’는 소비자의 심리적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었다.

한번 ‘투자 → 콘텐츠 질 향상 → 소비자들의 선택’이라는 선순환이 만들어지자 계속해서 선순환이 작동됐다.

플랫폼에 최적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아예 새롭게 생산한 것도 주효했다. 유아 대상 모바일 시장을 주시하던 기존 출판사들은 콘텐츠를 모바일로 집어넣으면 팔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아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기존 전집을 그대로 모바일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스마트 스터디는 기존 콘텐츠를 모바일화 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애초에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

모바일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좀 더 다이내믹하고, 더 과장되어야 재미를 준다는 판단하에 화면전환 속도를 높였다.

율동도 더 크게 만들고, 클로즈업 빈도를 높이는 등 한 마디로 ‘오버’를 가미했다.

인터넷상에서 서비스되던 영상들도 모바일로 들어오면 뭔가 심심한데 스마트 스터디의 동영상은 심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모바일 콘텐츠를 새로 설계하고 제공했기 때문에, 모바일에 특화된 경쟁력을 발휘한 셈이었다.

위와 같이 콘텐츠의 질이 차별화되면서 글로벌 진출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사실 스마트 스터디는 별도의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어버전 앱은 당초 한국의 영어교육열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팔 수 있을 것 같아 만든 것이었다.

또 앱을 출시할 때 특정 국가를 제외하려면 160여 개 국가 중에서 거꾸로 골라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해외 앱 마켓에 앱들이 출시됐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모았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런 국가들에서 먼저 반응이 오더니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앱을 출시했더니, 자연스레 핑크퐁을 아는 사람이 늘고, 유튜브 구독자가 늘고, 앱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김민석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21세기 초연결사회의 해외 진출”이라고 말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의 혁신의 키(Key)는 사람

핑크퐁은 남다른 콘텐츠로 앱 생태계에서 살아남았고, 이제 그 외연을 만화영화, 게임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자신들의 최대 무기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꼽는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에서 결국 핵심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직원들을 선발하고, 그들의 창의성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선발과정부터 보자. 스마트 스터디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생산적인 사람을 선발한다.

예를 들어 똑같이 맛 집을 탐방하는 취미활동을 하더라도, 가서 먹고 혼자 사진 찍고 끝내는 사람과 거기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그에 대한 감상평을 블로그에 남겨 공유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공유하고 싶고, 정보를 알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바로 생산적인 사람이며, 이들을 선발하는 게 스마트 스터디의 목표다.

까다로운 선발과정 뒤에는 넘치는 자유가 주어진다. 연중 휴가가 무제한이고 재택근무도 자유롭다.

서로를 ‘족장’, ‘재미’와 같은 별명으로 부른다. 이렇게 자유가 주어진다고 스마트 스터디가 느슨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유로운 스마트 스터디는 ‘정글’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적당한 규칙이 있고 과제가 있으면 규칙을 해결하고, 해당 과제만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규칙이 없고, 주어진 과제가 없다면 어떨까. 직원들 스스로가 일을 찾아서 만들고, 주변 동료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실제로 직원들 가운데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여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직을 떠나기도 했다.

김민석 대표는 “‘스마트 스터디’라는 자유로운 조직에 적합한 사람들만을 선발하기 때문에 이 같은 자유가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김 대표의 고민은 ‘사람’이다. 20명 남짓한 창립멤버들이 뭉쳐 세운 조직이 이제 14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게 되는 등 몸집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멤버들을 창립멤버와 같이 다재다능한 ‘올 스타’로 키우는 데 조직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밝혔다.


Back to the Basic

스마트 스터디는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는 유연하고 빨랐지만, 콘텐츠의 질을 끌어올리고 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는 데는 엄격했다.

결국 키는 ‘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일지 모른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플랫폼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다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바로 기본이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무엇을 생산하는 기업인지, 소비자들을 최종적으로 접하는 접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잊어버려선 안 될 혁신의 기초일 것이다.


※ 이 기사는 필자가 DBR 222호(2017년 4월 1호)에 게재한 "DBR Interview : 유아들의 슈퍼스타 핑크퐁 아시죠? 동요 모바일 앱으로 전 세계 잡았죠”를 기반으로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