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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플러스 - 스마트폰 시장의 제2 혁신 꿈꾸는 ‘폴더블폰’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글_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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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작과 비교해 차별화된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시장은 장착 카메라 기능의 고사양화, CPU의 고성능화, 디스플레이의 고해상화, 홍채인식 기능 장착 등의 고스펙 경연을 거쳐 이제 액정의 크기를 키우는 대화면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 같은 고스펙 경연에도 불구하고 새 모델이 이전 모델에 비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대규모의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능상의 변화보다는 스마트폰 시장의 제2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 과연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혁신이란 무엇일까.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17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사 등 극소수 고객 회사를 대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비밀리에 공개한 것이다.

이후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의 프로토타입을 출시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에 의하면 수천 대 규모의 프로토타입을 출시해 시장 및 판매업체 등에서 품질을 검증한 다음, 정식 양산은 내년에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제2 혁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기능상의 장점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접을 수 있게 되면 마치 반지갑처럼 휴대가 좀 더 간편하게 바뀌는 대신 화면 크기는 2배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구부러지면 반으로 접은 형태뿐 아니라 팔찌처럼 손목에 감을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로의 변화 등 제품 활용도를 다양하게 늘릴 수 있게 된다.

접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게임을 할 때 터치 대신 구부리는 기능을 적용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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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폴더블 스마트폰은 태블릿PC와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패블릿폰(스마트폰+태블릿PC)의 수요까지 대체할 수 있어 한계에 부딪친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현재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의 상용화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이다. 밸리(Valley)라는 폴더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은 이미 ‘갤럭시X’라는 폴더블폰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처음 선보일 폴더블폰의 브랜드명은 갤럭시X1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폴더블폰은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 그리고 양쪽으로 접히는 인앤아웃폴딩 방식으로 크게 구분된다. 지난해 삼성은 인폴딩 방식과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각각 미국에 특허로 등록했다.

특허 도면에 의하면 인폴딩 형의 경우 갤럭시 노트4 엣지에서 처음 선보였던 엣지가 접이식 디스플레이 면에 적용돼 있어 접힌 상태에서도 문자나 알림 등의 간단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아웃폴딩 형에는 옆면에 전원 및 음량조절 버튼이, 그리고 아래쪽에는 홈버튼과 충전 및 PC 연결을 위한 단자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윗부분만 접히는 폴더블폰과 2개의 스마트폰을 나란히 이어붙인 듯한 폴더블폰의 특허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각각 승인받았다.

2개의 스마트폰을 이어붙인 모양의 디자인은 아웃폴딩 방식으로서 접을 경우 양면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되며, 펴면 태블릿처럼 넓은 화면의 사용이 가능하다.

애플도 디스플레이가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폰의 특허를 획득했는데, 세라믹 재질과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접으면 손거울 형태로 변신하는 폴더블폰의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으며, MS는 LG처럼 접으면 양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이 되는 폴더블폰을 기획 중이다.
 
그 밖에 레노버, 오포, 비보 등의 중국 기업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 양산에 도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이 처음 폴더블폰의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5년이다. 그리고 2008년에 접는 디스플레이의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폴더블폰의 개발에 그만큼 기술적인 난제가 많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복원력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수만 번을 접었다 펴도 기능 및 성능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기존 스마트폰의 경우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고 선명한 화면을 위해 유리를 덧대는데, 폴더블폰에서는 그럴 수 없다. 유리는 깨지기 쉬워 접고 펼 수 없기 때문이다.

디커플링 현상도 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디커플링이란 제품 내부의 패널 및 접착테이프들이 접힐 때 접착력을 잃어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접히는 부분에서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합쳐진 압력이 엄청난데 그 같은 힘을 견뎌야 하며, 지문인식 센서 등의 각종 민감한 장치를 접히는 구조에서도 이상 없이 작동하게끔 디자인해야 한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가 진정 의미 있는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모든 난제가 해결되고, 거기에다 기존 스마트폰이 미처 구현하지 못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삼성 갤럭시 노트7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이 폴더블폰도 사소한 실수 하나가 오히려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제품 출시가 올해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배병수 교수팀이 폴더블폰 상용화에 난제로 꼽히던 ‘플렉시블 하드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에는 유리를 덧대는 대신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PI 필름이 유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충격이나 흠집에도 강해야 한다. 배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필름 표면에 유리같은 경도를 구현함으로써 외부 충격에도 화면이 깨지거나 손상이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면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길 수 있다.
 
투명한 PI 필름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대부분 한국에 있으며, 가장 앞선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도 한국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에 의하면, 2020년에는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량이 1억6,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