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 우리 기업의 인력 확보,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 박재민 교수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
미래는 4차 산업혁명 사회로 불린다. 기계, 디지털, 바이오 기술이 융합한다.
이런 기술 변화는 인간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비단 기술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 그리고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미래의 모습 중 하나는 ‘아웃컴 이코노미(Outcome Economy)’다. 이곳에서 기업은 고객의 욕구와 행동을 실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기술 인력 수는 총 1,594,398명, 전체 근로자 수 대비 35.5%이다.
미충원 인원은 16,315명, 미충원율은 15.9%이며, 입사 1년 이내 퇴사자 수는 60,156명, 조기퇴사율은 41.7%에 달한다.
미충원 사유는 바로 활용 가능한 숙련 인력이 없어서(24.7%), 임금조건 불일치(21.3%)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을 맞은 우리 산업의 현주소다. 양적인 공급은 부족하지는 않다.
“부족인원/(현원+부족인원)×100”이란 공식으로 측정한 부족률은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어있는 일자리는 많고 조기퇴사율도 높다.
2014년 148,035명의 퇴직자 중에 신입자는 무려 5만여 명이며, 신입자 중 1년 이내 퇴사한 비중은 무려 64.1%에 달한다.
양적인 것보다 질적은 미스매치는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자들은 산업의 인력 부족이 네 가지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
첫째는 앞서 본 양적인 공급 부족이다.
둘째는 채워지지 않는 공석이다.
대개는 임금이 낮고 근로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면 수급 상황에 비해 공석은 커진다.
즉, 부족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미충원은 늘어난다.
세 번째는 지속적 공석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고착적인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특정 산업이나 직종을 기피한다면 웬만해서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지역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문화시설의 열악 등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네 번째는 숙련 부족에 의한 문제다.
일정한 기술이나 지식, 경험과 숙련을 보유한 인력을 찾기 어렵다.
공급 자체가 부족할 경우 기업은 적정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많은 탐색비용을 치르기도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2015년 1월에 말한 아웃컴 이코노미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기업들은 더 이상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결과(Quantifiable Results)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아웃컴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으며 우리 기업은 인력을 끄는데 실패하고 있다.
산업 전체적으로 경쟁력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연구인력으로 본 모습은 더 암울하다. 중소기업 연구소에는 고작 5명 정도의 연구원만 있다.
꼭 부정적요소는 아니지만 학사급 인력이 주축이다.
경제는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을 개선하는 정도로 경쟁하던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데, 연구인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무엇보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
모데나(Moderna), 블룸에너지(Bloom), 우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팔란티르(Palantir),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슬랙(Slack), 와비파커(Warby Parker) 같은 와해성 기업들(Distruptors)은 차치하고 기존 산업에서 경쟁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예전에 외국 선도 기업을 힘들게 ‘따라잡기’ 했다면 이제는 후발국가에 ‘뛰어넘기’를 당할 판이라는 푸념이 틀린말이 아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수없이 많은 연구인력 지원 제도가 있지 않던가?
한번 살펴보자. 우선 전문연구요원제도다. 석·박사급이면 3년간 기업에서 연구인력으로 대체 복무 기회를 준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지정기업 1,517개, 복무자 2,108명이 있다. 그런데 편입률은 62.3% 밖에 되지 않는다.
2023년까지 폐지 추진 중이라고 한다. 고용보조금 지원 제도라는 것도 있다.
신진 석·박사나 고경력 연구인력, 공공연구기관에서 연구인력을 파견 받을 때 연봉이나 급여의 50%를 지원해 준다.
실상 경쟁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R&D 사업 인건비 지원 제도를 쓰면 참여 인력 인건비에 대해서는 연구비로 산정할 수 있을 뿐더러 신규 채용자는 100% 계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연구전담요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나 소득세 비과세 같은 R&D 조세지원도 있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수요기업과 인력 간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이공계인력중개센터(RNDJob)’라는 구인/구직 정보 플랫폼을 비롯해 채용박람회나 맞춤형 취업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기업주와 근로자가 5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공동으로 적립하고 5년 만기가 되면 근로자가 원금과 이자를 수령하는 ‘내일채움공제 사업’이라는 것도 도입되어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산업기술 인력과 연구인력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몇 가지로 조사된 바 있다.
첫째, 인력 확보 문제는 기업 전반의 문제다.
둘째, 가장 큰 어려움은 특히 중소기업에서 목격되는 인건비 부담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이다.
이것은 기업의 정보 부족과 맞물려 기업의 눈높이 맞는 적정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고, 동시에 구인 비용이나 노력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수준이 되었다.
셋째, 구인 과정뿐 아니라 유지의 어려움이 최근 더 커지고 있다.
잦은 이직은 훈련비용은 물론 전문성 부족으로 기업에 더 크게 되돌아온다.
넷째, 이 같은 이유로 기업이 체감하는 훈련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기업 내부에서 감당하기는 어렵다.
또한 훈련 기관을 통해 충족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의 인력뿐 아니라 기술 미스매치에도 노출된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이것들은 기존의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중소·중견기업에 있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근무 환경과 임금 수준은 고용보조금이나 정부 R&D 사업을 통한 인건비, 감면금액이 작은 연구활동비 소득세 비과세 등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결국 기업의 인력 부족을 보는 인식을 바꾸지 않고 서는 해결이 어렵다.
학계에서는 이미 중소기업 취업자들이 차별 혹은 낙인(Scar)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다.
이 경우 정부가 중소기업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취업 유도 정책, 다시 말해 청년층의 눈높이를 낮추고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다시말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은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이것을 보상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종합적인 지원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근로자 지원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 중소기업의 근로자에 대해 복리후생, 훈련권 보장, 자녀교육지원 등을 기본권으로 제공하자.
상대적으로 복지와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약속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임금 격차를 보상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그 한 가지 방법으로 경력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
대학 과정과 민간교육기관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마련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기존의 소득공제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활동비 소득공제 상한도 더 높이고, 인력난이 더 심한 지방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에 대해 소득세 공제 혜택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고려해 볼만하다.
넷째는 예산 확충이다.
고용부담이 큰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존 인력이 포함된 예산은 누적될수록 신규 지원은 어려운 구조다.
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규 지원을 위한 예산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다섯째, 기업이 원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을 활용하자.
여러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계약학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폴리텍대학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단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멀티캠퍼스 형태로 활용하는 방법이어야 하겠다.
이미 많은 대학이 장기현장실습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소위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대학의 교육에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두 가지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 방식은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고, 기업과 원-플러스-원(1+1)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보내면, 기업은 직원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 줄어드는 직원의 근무시간은 보상되어야 한다.
두 번째 방식은 학점은행제와 유사한 평생교육학점제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으로 산업기술 인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그렇게 난망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여섯째는 정부의 정책 만들기다.
지금의 지원 제도를 보면 각각이 하나의 돌멩이처럼 보인다. 여러 개를 모아 쌓기도 어려울 뿐더러, 쌓아갈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언뜻 기업이 신제품을 다룰 때 활용하는 ‘가치 피라미드(Value Pyramid)’가 떠오른다.
어떤 학자는 이것을 기능, 감성, 삶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영향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블록을 제시했다.
그리고 기능적 요소부터 감성으로, 그 위에 삶의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공감이라는 벽돌을 쌓아 피라미드를 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우리 정책은 기업들에게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