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2 - 민간 R&D 투자 현황과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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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계현 부회장 (주)우진


지난 2월 말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6에 머물렀다. 2012년 7월 조사에서 80 이하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기업들은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의 경영이 경직되기 쉽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새로운 투자는 유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고 리스크가 큰 R&D 투자는 ‘감축’의 유혹을 느끼기 쉬운 분야이다.

실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16.5%에 달하던 R&D 투자 증가율은 계속 하락하여 2015년에 2.6%로 1998년 외환위기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이 R&D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에 지금까지는 R&D 투자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데 기업의 여력은 점점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기술혁신을 책임지고 있는 CTO로서는 이만 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기술혁신은 한번 뒤처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야말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R&D 조세지원의 확대와 같이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할 때인 것이다.


우리나라 R&D 조세지원 현황

우리나라가 R&D 조세지원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82년이다.

1981년 기업연구소 신고 제도를 시행하면서, 다양한 지원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와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들 수 있다.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기업이 R&D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인건비 및 재료비, 위탁연구개발비 등)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소득세)에서 공제하는 제도로 현재 중소기업은 투자액의 25%를 대기업은 1~3%를 법인세(소득세)에서 감면받고 있다.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R&D 비용 중 시험연구시설 등 자산 투자액에 대한 것으로, 현재 공제율은 중소기업 6%, 중견기업 3%, 대기업 1%이다.

이 밖에도 기업연구소용 부동산에 대한 지방세 감면, 기술이전 및 취득에 관한 과세특례, 중소기업의 연구원 연구활동비 소득세 비과세 등 다양한 세제혜택이 기업의 R&D 투자를 돕고 있다.

이 같은 세제지원은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연구원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중의 상당액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었기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연구원 확보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필자의 기업도 이 제도를 통해 연구원을 많이 확충할 수 있었다.

우리 기업이 본격적인 R&D를 시작한 지 30여 년 만에 기술혁신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세제지원 제도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기업 R&D에 대한 세제지원이 점차 축소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세액공제」의 경우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공제대상 조정 및 공제율 하향으로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와 「연구소용 부동산 지방세 감면」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혜택마저 축소하는 등 지원 제도의 축소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매년 조세지원 제도가 바뀌고 있어 투자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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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세지원 제도 중에도 강화·확대되는 부분이 있다.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하여, 신성장 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신성장 분야는 투자액의 최대 30%를 세액감면 받을 수 있어, 활용하기에 따라 기업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투자 유인책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액공제 조건이 까다로워 활용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신성장산업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별도 전담조직 설치/구분회계 등의 추가 공제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기업이 이들 조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신산업 분야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 중에 45%만이 세액공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01

이처럼 R&D 조세지원이 축소되는 것은 전체 기업의 R&D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의 R&D 투자여력이 약화된 데다가 조세지원 규모마저 줄어들면서 기업의 R&D 투자 증가율은 매우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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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R&D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확대

기업의 R&D 투자는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직접적 연관이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R&D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므로 이를 확대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관련, 기업들은 R&D 세액공제율을 2013년 기준으로의 환원과 신성장동력 세액공제에 대한 조건 개선 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일반 R&D 세액공제율에서 2013년 수준인 3∼6%로, R&D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3%로 회복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각각 5%와 10%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소용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도 2016년 수준인 중소기업 75% 감면, 대기업·중견기업 50% 감면으로 되돌려야 한다.

만약 영구적인 R&D 조세지원 확대가 어렵다면, 한시적으로라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어려운 고비를 지혜롭게 넘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세법개정안을 통해 신성장산업 R&D 세액공제 한도액을 30% 수준까지 확대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으나, 제도의 기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세액공제 대상 기술의 범위를 판단하기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R&D 조세지원 범위 등과 관련하여 세무당국과 기업 간 이견 발생시 조정을 하는 것도 검토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기존의 R&D 조세지원 제도에서도 기업규모에 따라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의 성격이나 목적 등에 따라서 세율을 달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이후 정부 정책은 대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을 축소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기업이 국가 전체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신산업 육성이라는 목표 달성 측면을 고려할 때 정책적 방향을 재고할 여지가 있다.

즉 대·중소기업의 인위적인 구분보다 R&D 투자 집중도나 매출액 등에 따른 탄력적 지원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일이다.

중소기업 R&D 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일정률 이상의 투자액에 대해서는 감면율을 높이는 등 혼합형 공제율을 적용하거나, 기술취득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R&D 투자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가급적 안정성과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매년 바뀌는 제도에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번 바뀐 세제는 적어도 3~4년 정도는 유지되어야 기업이 예측 가능한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매년 제도가 바뀌면서 기업들이 지원 축소를 고려해 투자계획을 소극적으로 수립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R&D 비용처리에 대한 일관된 기준과 룰의 정립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R&D 비용에 대한 세무감사가 강화되고 있는데, 세무담당자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해서 곤혹스럽다는 기업인들을 종종 만난다.

정상적인 R&D 활동마저도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회의감마저 느낀다는 기업인도 있다.

세무당국입장에서는 법과 업무지침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겠지만, 간혹 기업 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 대해 기업들이 의도치 않은 위법을 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R&D 투자가 늘어나면 연구원의 채용을 늘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이 점을 감안하여 기업이 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01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세액공제 활용실태조사(20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