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1 - R&D 세제지원 및 투자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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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학 선임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오늘 혁신에 매진하는 나라가 내일의 글로벌 경제를 지배할 것이다.”

이 말은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2014년 1월 28일에 했던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차원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를 이만큼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 직전의 상황이다.

조만간에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3D 프린팅 기술 등이 서로 연결되고 실용화되기 시작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술, 산업 조직과 구조, 비교 우위와 국제 분업, 그리고 일자리는 상당 부분 창조적 파괴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영역에서는 기업가적 발견을 통해서 신기술, 신산업과 비즈니스 모델 등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처럼 위협요인과 기회요인이 불확실한 시대일 수록 혁신역량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은 도시화,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해 과거의 1~3차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이 클 것이다.

예를들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0년 전 증기기관으로 촉발되었던 1차 산업혁명과 비교할 때 작금에 진행속도는 10배, 범위는 300배, 사회 충격은 3,000배 더 크다고 주장한다.

혁신역량에서 이미 세계 최고인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혁신에 대한 매진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가적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간 부문의 혁신 유인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의적 도전의 기업가정신을 가로막는 기존의 규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제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혁신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과 기업이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의지에 박차를 가하고 혁신 구현의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 또는 개선하는 등으로 생태계 조성에 매진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혁신전략(2015)」은 정확히 이 점을 반영하고 있다.
 
동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하여 민간 혁신 지원, 기초연구에 대한 공공투자 확대, 혁신 생태계 제도 인프라 구축을 골자로 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이 중에서 이 글과 관련된 민간 혁신 지원을 보면, 미국은 실질적으로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 기업의 혁신 유인을 높이겠다는 목표하에 기업 R&D의 조세지원 수준과 범위를 영구히 확대하겠다는 정책방향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미국만 민간 R&D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R&D 세제유인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R&D가 국가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라 해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OECD 조사에 의하면 2006~2013년 기간 동안에 자료 접근이 가능한 28개국 중 16개국에서 세제지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정부가 재정 자금으로 민간 R&D를 보조, 또는 지원하는 것과 달리 세제지원은 행정비용과 시장 왜곡 효과는 적고, 기업의 추가적인 R&D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재정지원보다는 세제지원을 늘리는 추세이며, 핀란드와 스웨덴은 그전에 없었던 세제지원 제도를 최근에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R&D 관련 정부 예산은 2006년에 약 9조 원에서 2017년에는 약 20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정부는 기초연구 확대 외에 경제 혁신을 선도한다는 목표 아래 제4차 산업혁명 대응(ICT 융합 촉진·인공지능 기술·AI-로봇 융합), 바이오 신산업과 미래 성장동력 육성, 중소·중견기업 R&D 지원 등에 많은 예산을 배분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혁신 구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창의와 도전에 닫혀 있는 ‘원칙 금지 - 예외 허용’ 규제 시스템이다.

이에 정부는 미국에서 처럼 규제 시스템을 ‘원칙 허용 - 예외 금지’ 방식으로 전환하고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이 부분은 아쉽게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로 기업 R&D 세제지원을 계속해서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R&D에 대해 연구개발 관련 준비금, 인건비, 출연금, 설비투자, 기술취득 등 여러 항목으로 구분하여 조세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그리고 제도 운영의 성과를 보면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조특법 제10조)가 조세지원 전체의 약 92%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약 5%이며 나머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 이 제도를 계속해서 축소해 왔다.

표 1은 1998년 이후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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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세제지원은 당기분 방식과 증가분 방식 중에서 선택 가능한데, 증가분 방식은 1998년 50%였으나 2016년 세제개편에서 대기업은 30%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당기분 방식은 1998년 5~6%에서 2016년에 대기업은 1~3%로 대폭 축소된 반면에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15%에서 25%로 확대하였다.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 주요국들이 민간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 R&D 투자 유인을 보강하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는 최근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서, 그것도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정부에서 R&D 유인을 거듭 줄였다는 사실은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또한 중소기업에게는 과도한 보호·지원을, 대기업에게는 강한 규제로 차별하는 산업정책이 ‘기업 피터팬 신드롬’을 낳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R&D 유인에서조차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중소기업 차별을 확대하는 정책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회의적이다.


GDP 대비 R&D 투자 및 조세지원 통계의 착시에 유의해야

우리 정부가 한편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업 R&D 유인을 축소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만큼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복지 재정을 위한 조세수입을 확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한 흔히들 말하듯이 GDP 대비 R&D 규모에서도 우리나라는 약 4.2%로 세계 주요국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GDP 대비 민간 R&D에 대한 지원(재정+세제지원)도 2013년 기준 0.42%로 OECD에서 비교한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도 세제지원 축소에 크게 한몫했을 수 있다.

그림 1은 우리나라 R&D 투자금액의 GDP 대비 비중이 대상국 중 가장 높은 4.23% 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림 2는 민간 R&D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GDP에서 점하는 비중을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

여기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GDP 대비 민간 R&D에 대한 정부 지원이 0.42%로 가장 높고, 이 중에서 세제지원에 기반한 지원은 GDP 대비 0.24%로 프랑스(0.26%) 다음으로 높다.
 
따라서 GDP를 기준으로 하는 R&D 활동과 정부 지원에 관한 그림 1과 그림 2의 통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R&D 투자는 이미 충분한 수준이고 정부 지원을 줄여도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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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국가 GDP 기준 통계만으로 그 나라의 혁신역량과 유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GDP 기준 통계는 각국의 평균적인 R&D 활동을 한눈에 국제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위한 R&D 외에도 공정상의 문제 해결을 위한 R&D, 단순히 세제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R&D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한 나라의 혁신역량을 나타내는 절대적인 지표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혁신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혁신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기업 데이터에 기초한 R&D 활동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기업 중심의 혁신역량을 측정하는 지표는 국가 GDP 대비 통계가 아니라 그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금액의 비중, 다시 말하면 R&D 집약도이다.

예를 들어 주요 선진국에서 R&D를 많이 하는 50대 기업을 추려서 R&D 집약도를 우리와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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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우리 기업들은 미국, 일본, 독일의 글로벌 혁신기업과 비교할 때 R&D 규모는 물론, 집약도 면에서도 한참 뒤떨어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부연하면, 우리 기업들은 어려운 국내외 환경 속에서도 R&D 투자를 부단히 늘려온 결과, 50대 기업의 R&D 집약도는 2010년 2.6%에서 최근에는 3.0%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우리 기업의 R&D 집약도는 미국 기업의 8.5%, 일본 기업의 5.0%, 독일 기업의 4.3%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 기업의 평균 투자금액은 최근에 프랑스 및 영국을 거의 따라 잡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1/8, 일본과는 1/3, 독일과는 1/2 수준에 불과하여 계속해서 더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세지원 확대로 민간 혁신 투자를 적극 견인해야 할 때

GDP 대비 세제지원 통계도 또 다른 착시(錯視) 현상을 야기한다.
 
이 수치가 높다고 해서 민간 R&D 세제유인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도는 동일해도 R&D 투자가 크면 GDP 대비 세제지원액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

기업 R&D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비율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해당국 기업이 R&D에 한 단위 투자했을 때 얼마나 세제지원을 받는가를 평가해서 국제 비교해야 한다.

표 3에서 이를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7.4%로서 미국(3.6%), 일본(4.9%)보다 높지만 영국(9.4%), 프랑스(17.9%) 등 다른 비교 대상국에 비해서 낮다.

표 3의 결과는 그림 2의 GDP 기준 지원 통계로 봤을 때와 전혀 다른 정책적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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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다시 평가하면 세제지원 비율은 2013년의 7.4%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2014년과 2016년에 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거듭 축소했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가 전 부문에서 동시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시대에 우리의 이러한 정책방향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민간 혁신역량의 기초에 해당하는 기업 R&D 세제유인을 강화하는 등으로 민간 혁신역량을 적극 지원하는 추세에서 우리만 역주행하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다.

R&D 세제지원을 얼마나 해야 비용과 효과 면에서 가장 적정한가에 대해 아직 확립된 이론은 없다.

참고로 최근 세제지원을 강화한 일본은 시험연구비 총액의 8~10%를, 영국은 10%를 세액공제하고 있다.

나라마다 조세제도의 구조와 내용을 떠나서 단순 비교하면 이들 나라의 세제유인은 우리의 1~3%에 비해 한참 높다.

GDP 대비 R&D 투자 및 지원 통계에 취해서 민간 혁신의 유인을 줄이고 안주할 때가 아닌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연구개발 및 혁신의 축적 시간이 짧은 것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R&D 세제유인 만큼은 경쟁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