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명이야기 - ‘100세 시대’의 수명과 노화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통계청은 2015년 11월 기준으로 실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만 100세 이상 고령자 수가 3,159명으로 2010년의 1,835명에 비해 72.2%(1,324명)가 증가했고, 그중 여성이 86.5%(2,731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2015년에 유엔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1990년에 95,000명 정도였던 100세 이상 고령자(Centenarian)의 수가 2015년에는 451,000명으로 4배가 넘게 증가했고, 2050년에는 36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엔은 2015년에 실시한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연령 분류 표준을 재정립해 0~17세는 미성년, 18세~65세는 청년, 66세~79세는 중년, 80세~100세는 노년 그리고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으로 구분해 보고했다.
이 보고에 따르면 60세는 청년이고, 70세도 노인이 아니라 중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수명이 늘어나며 맞이하고 있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삶에서 수명(壽命)과 노화(老化)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명 이야기
‘100세 삶’의 시대를 맞이하며 ‘평균수명’, ‘기대수명’, ‘건강수명’, ‘기대여명’, ‘희망수명’ 등 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수명(平均壽命)은 갓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를 나타내는 지표로 0세의 ‘기대수명(期待壽命)’이라고도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에 출생한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82.1년으로 2014년에 비해 0.3년 증가했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치 71.4년보다 10.7년이나 높은 것이다.
수명의 양(量)보다 질(質)을 더 중요하게 나타내는 ‘건강수명(健康壽命)’은 기대수명까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질병이나 장애 등의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우리나라의 2015년 건강수명은 73.2세로 질병이나 사고 없이 70세 넘게 사는 일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82.1세의 기대수명에 비해 8.9년이나 병치레나 부상 등으로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수명의 10%가 넘는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기대여명(期待餘命)’은 현재 나이에서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수명을 일컫는 말이다.
통계청의 ‘2015년 생명표’에 따르면 20세 청년의 기대여명은 62.5년(남성 59.4년, 여성 65.5년)이고, 60세 사람은 24.7년(남성 22.2년, 여성 27.0년)이며, 80세에 이르면 9.2년(남성 8.0년, 여성 10.1년)이 된다.
‘희망수명(希望壽命)’은 앞으로 살고 싶은 희망 생존 연수를 말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국민건강인식조사’에서 희망수명 평균은 84.0세로 기대수명 82.1세보다 1.9년이 높게 나타났다.
성별 비교에서 남성은 85.3세로 평균수명보다 6.3년 높았으나, 여성은 82.6세로 평균수명보다 오히려 2.6년이 낮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화의 이해
노화(Aging)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으로 접하게 되는 환경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환경요인으로는 흡연, 음주, 스트레스, 고혈압 등이 노화를 촉진시키는 주요 위험인자로 꼽히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 사춘기와 청년기를 지나 30대에 이르면 몸을 이루고 있는 기관이나 조직, 세포의 기능이 조금씩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체력과 함께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몸의 기능이 퇴화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이 감소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노화이다.
노화에 대한 이론은 세포 수준의 노화 이론과 개체 수준의 노화이론으로 구분이 된다.
세포 수준의 노화 이론으로는 유전시계 가설, 텔로미어 소멸이론, 마멸가설 등이 있으며,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 이론으로는 면역설, 온도의 영향, 소식이론, 산화적 스트레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텔로미어(Telomere) 소멸 이론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텔로미어의 감소에 따라 나타나는 노화 현상을 일컫는다.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염색체의 양쪽 끝에 존재하는 DNA와 단백질의 복합체인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완전한 복제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분열이 반복되며 길이가 짧아진다.
그리고 그 길이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짧아지면 세포분열이 멈추며 노화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노화가 주요 사회 관심사로 떠오르며, 노화에 관여하는 텔로미어의 메커니즘을 밝힌 미국의 블랙번, 그리더, 조스탁 교수가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 이론에서 ‘면역설’은 나이가 들면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어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이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청력이 감퇴되고,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나타나기도 하며,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노화와 연계해 건강하게 사는 ‘웰빙(Well-being)’, 여유롭게 늙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 그리고 아름답게 삶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이란 말들이 풍미(風靡)하고 있다.
유수(流水)와 같이 어김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따라 노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수명을 아름답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글을 읽고 기록도 하며, ‘100세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그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