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산업 제조업 지속성장의 기반, ‘소재·부품 산업의 초일류화’
▲ 정은미 선임연구위원 산업연구원
소재·부품의 경쟁력은 주력 산업의 고도화와 4차 산업혁명 견인의 전제조건이다. 일찍이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소재·부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재·부품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했으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등 신흥국은 범용 소재·부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우리와의 기술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2025년 세계 4대 소재·부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우리의 향후 대응전략을 살펴보자.
주력 산업 고부가가치 창출의 기반 : 소재․부품 산업
핵심 소재·부품의 조달 가능성과 공급 자율성은 완제품을 포함한 제조업 생산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원천이 되기 때문에 주력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소재·부품 산업의 기반 강화 및 연계를 위한 전략수립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내 산업 규모가 성장하더라도 핵심 소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으면 부가가치는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으며, 최종 제품의 종류 및 기능, 디자인 등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또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소재·부품 공급에 제약이 있을 경우 생산 및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 예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의 핵심소재·부품의 공급 및 수출 장애로 인하여 국내 생산이 일시 중단되거나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의 단기애로가 발생한 적이 있다.
나아가 소재·부품의 경쟁력은 주력 산업의 고도화와 4차 산업혁명 견인의 전제조건이 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반기술구현을 위해서는 초소형 센서, 지능형 반도체 등 융복합 첨단 신소재 및 부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철강, 기계, 자동차, 항공 등 기존 주력 산업가치사슬에서 산업 고도화를 위해서는 고부가 핵심소재·부품에 대한 선점이 긴요하다.
일찍이 소재·부품의 중요성을 인식한 선진국은 90년대에 이미 완제품에서 핵심 소재·부품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면서 산업·제품 구조 고도화에 대응하는 소재·부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첨단 핵심 소재·부품은 일본, 독일 등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범용 소재·부품의 경우 중국 등의 신흥국 생산규모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중국의 과학기술분야 집중 투자로 기술격차까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도 2000년대 이후 국산화와 수출 확대를 위한 업계의 노력과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2014년 기준으로 생산규모는 664조 원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44.6%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가가치 312조 원(64.3%), 종사자수 149만 명(51.3%), 사업체 수 2.6만 개(38.0%) 등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재·부품의 경우 저가 제품 위주에서 벗어나 점차 프리미엄급 제품의 생산과 수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부품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과 비교하여 2015년에 수출 4.3배, 무역수지 39배 증가를 기록했으며, 소재·부품 산업의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2011년 10위에서 2015년 5위로 성장했다.
그러나 점차 중국의 생산이 확대되고 자급도가 높아지면서 소재·부품의 수출 증가세가 급속도로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범용 소재·부품에서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무역특화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지만, 그동안 중국의 제조업 성장에 연계되어 늘어났던 수출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소재·부품 산업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8.9%(2001∼2005), 11.4%(2006∼2010), 0.9%(2011∼2015)로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으며, 대중국 수출 증가율도 동기간 40.5%에서 1.5%로 하락했다.
여기에 상위 7개 소재·부품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로 특정 기업 혹은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2015년 수출액 기준 상위 7개 품목이 소재·부품 수출과 무역수지에서 점하는 비중은 각각 45.0%, 68.4%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수출 규모 상위 소재 2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범용소재로 볼 수 있다.
수출 규모 상위 5개 부품에서도 핵심 소재·부품은 해외에 의존한 채 국내에서는 저가가치공정을 담당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집적회로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를 수입한 후 패키징 하여 재수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주력 산업 및 미래 신산업의 핵심 소재·부품 품질·기술 경쟁력은 여전히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의 급속한 추격에 의해 기술격차가 본격적으로 축소되면서 생산 및 수출 정체, 수입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소재 산업의 대일 무역 역조 및 핵심 소재의 해외 의존은 오히려 강화되어, 주력 및 미래 성장산업의 고부가치화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국내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소재·부품공급 체계의 고도화가 부진함에 따라 핵심 부품·신소재의 대외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화학 및 1차 금속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생산규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신소재에서는 지속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보여 생산구조에서의 취약성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주요 경쟁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융·복합 및 첨단·고부가가치 소재·부품개발에 국가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혁신네트워크(2012), 新하이테크 전략(2014)에 이은 MGI(Materials Genome Initiative), 일본의 재흥전략(2013)에 이은 MI(Materials Informatics)가 이에 해당하며, 중국의 중국제조 2025(2015) 등에서도 신소재 개발과 정밀부품 자급능력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 국가들의 공통점은 융복합 소재·부품 개발 및 4차 산업혁명과의 연계 하에 신제품 개발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신기술, AI 인프라 연계가 이에 해당한다.
나아가 소재가상공학 등 최신 기법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 인프라 확충과 산·학·연 협력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선진기업도 범용 분야의 소재·부품에 대해 구조조정하는 한편 신기술 기반 고부가 핵심 미래 산업용 첨단소재·부품 부문으로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신기술 융합에 의한 산업 구조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M&A,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제품개발과 시장 진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계 4대 소재·부품 수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지원 방향
국내에서는 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부품소재특별법)」의 제정 및 시행을 통해 지난 15년간 정책지원이 본격화되고 선진국 Catch-up 전략을 통해 성장기반 구축을 지원했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R&D 3.6조 원, 기반 구축 1조 원 등 총 4.6조 원이 투입되었으며, 2017년부터 추진 중인 「4차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세계 4대 소재·부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하에 100대 세계 최고 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첨단 신소재·부품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정부 역량 결집,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 인프라 구축, 소재·부품 산업의 고효율·친환경 생산체계 구축, 소재·부품 기업의 글로벌 진출 역량 강화를 4대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국내 제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생산구조 고도화와 제품 세분화에 대응하는 정밀·핵심부품의 생산 기반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미래성장 동력의 산업화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 로드맵을 작성하고 적기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의 전장 및 경량 소재, 로봇 대응 특수 금속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지, 3D 프린터용 소재 등이 있다.
로드맵의 작성 기준은 소재·부품의 중요성, 핵심성, 파급성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밀·핵심 소재·부품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기업 수요에 적기 대응하는 시범사업, ODA나 공공조달과 연계한 인증 시스템 확장이 필요하며, 소재·부품 기업 지원 인프라를 HW에서 SW로 전환하여 비용 절감 및 소재 개발 기간 단축을 지원해야 한다.
가상공학플랫폼, 계산과학플랫폼을 활용한 소재·부품의 개발 및 생산비용 절감 및 기간단축, 신뢰성 확보 및 최소효율규모 적정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신소재 개발 및 공급 기반을 구축하고 신수요 창출을 위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시장규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 진출지원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전략프로젝트(경량 소재), 창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이 필요하며, 글로벌 가치사슬 진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창출해야 한다.
또 신소재에 대해서는 소재 수요 기업과의 연계하에 국내 Track Record 확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유망제품(산업) 육성 초기 단계부터 부품·소재 국산화와 고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성장동력 정책 수립 초기에 부품·소재 조달 로드맵의 작성을 의무화하해서 소재 및 부품의 국내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로드맵의 작성을 통해 국내 조달, 공동 개발, 해외 기술도입, 해외구매로 구분한 후, 타당성과 산업 파급효과를 검토하여 이행하며, 단계적인 성과를 본 사업의 평가에 반영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네 번째로 기존 주력 산업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소재·부품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저렴한 생산비 입지에서 소비시장 입지로 전환되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경쟁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기능 소재와 정밀부품 생산에 필요한 해외 고가장비의 수입 문제를 해소하고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수소환원제철, 물을 사용하지 않는 염색 등 친환경 공정, 오존층 파괴 대체물질, 고효율 전지용 소재 등 친환경 제품의 개발과 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인수·지분 투자, 설비 수출 등과 연계하여 설비 운영(O&M) 기술·서비스 수출 촉진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재·부품 수요의 세분화와 고기능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주도의 생산 기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87%가 대기업 가치사슬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고부가가치 전환을 통한 글로벌 가치사슬로 진입하기 위한 역량은 매우 부족하다.
2015년 조사에서 국내 소재·부품 기업의 거래구조는 1차 벤더 29.1%, 2차 벤더 32.2%, 3차 벤더 25.7%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일의 보쉬는 세계 100여 개 자동차 업체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77%에 달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소재·부품전문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사례는 국내 수요산업과의 종속적-독점적 거래 관계를 벗어나 독립적 시장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친환경 공정, 스마트 공장보급·확산을 통해 공정경쟁력 향상과 비용 절감을 견인해야 하며, 기존의 국산화 위주의 R&D 전략을 벗어나 다양한 전략의 결합을 통해 전략적 소재·부품의 적기 공급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