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자동차 산업 차세대 자동차를 위한 차세대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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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규 부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이 수년째 감소하고 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 잠식도 커지고 있는 한편,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 등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생산 랭킹 세계 6위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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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 간 우리나라는 자동차 국내 생산 기준으로 미국, 일본, 독일, 중국에 이어 5위를 유지해 왔으나 2016년 인도에 추월당해 6위로 하락했다.

이는 국내 생산이 최대치였던 2011년(466만 대)에 비해 33만 대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인도는 내수를 기반으로 449만 대로 급증했다.

국내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내수와 수출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경쟁력 변화 때문이다. 우선 자동차 업계의 테스트 시장이자 수익 기반으로서의 역할을 해온 내수 부문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1998년 IMF 경제 위기, 2002년 말 신용경색 사태와 2008년의 글로벌 경기 침체 때와는 달리 2012년 이후 국산차의 부진은 수입차의 시장 잠식에 그 원인이 있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잠식 본격화

국산차 판매는 2012년 이후 연간 140만 대~157만 대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그러나 수입차는 2011년 10만 대를 돌파한 이후 매년 20% 이상 증가해 2015년 28만 4천 대로 승용차 시장의 18.2%를 기록하였다.

2016년에는 아우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문제로 소폭 감소했으나 2017년부터는 다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가 2,000만 대를 넘어섰으며 2016년 말 기준 가구당 1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시장은 이젠 성숙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호 또한 다양화되고 고급화되면서 수입차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50여 개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 수입차 업체들은 한-EU, 한-미 FTA로 관세가 없어지면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내수 규모가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국산차는 내수 기반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도 90년대 경기 호조와 함께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1996년 점유율이 8.4%까지 높아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버블경제 붕괴 이후 내수가 감소하면서 수입차 판매는 위축되어 2008년 4.9%로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6~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국산차 모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가 유럽의 디젤차가 잘 팔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사회지도층부터 높은 브랜드 선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일본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경쟁력의 근본적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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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수출도 4년 연속 부진한 상태다. 업체별로 원인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원가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해외 공급체제를 갖춰 3년 전부터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보다 많아졌다. 생산원가가 낮은 해외 거점에서 중소형차를 생산해 글로벌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수출 주력업체인 한국지엠의 경우 모그룹인 GM이 한국 공장 신차 투입보다는 중국, 인도, 멕시코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스페인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를 수입해 자사 브랜드로 내수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10년 전부터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중소형의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성능과 품질이 개선되면서 수출이 2002년 151만 대에서 2012년 317만 대로 2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국내에서는 신공장 투자를 중단했다.

2000년 이후 완성차 업계의 임금 상승률은 1인당 생산량이나 매출액 증가율을 두 배 이상 웃돌아 원가 경쟁력이 계속 악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성은 해외 공장의 50~65%에 불과하고 해외 경쟁업체 대비 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주력업체들의 경영전략 변화도 수출에 부정적이다. GM은 2016년부터 서유럽에서 오펠을 강화하는 대신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이 공급해온 연간 약 20만 대의 서유럽 수출이 중단되었다. 향후 글로벌 원가 및 생산성, 노사관계에 따라 신차 투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현대·기아차도 해외 공장 건설에 치중해 2016년 말 현재 해외 9개국에 연간 약 500만 대의 생산능력을 구축했다. 지난해 국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자 해외 생산 확대로 수출을 대체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내 공장에서 고비용, 저효율 상태가 지속된다면 해외 공장의 활용이 더 늘어날 것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개발이 생존 과제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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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환경 및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 욕구가 증대됨에 따라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고안전, 지능형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친환경 측면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상용화가 본격화 되었으며 전기차와 수소연료차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은 2013년 190만 대(2.2%)에서 2025년 1,720만 대(15.2%) 규모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차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과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첨단 나노기술 기반의 에너지 효율화와 친환경 신소재 기술도 빠르게 발전할 전망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도 연비 향상, 경량화, 다운사이징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안전, 지능형 자동차 측면에서는 자동차의 편의성 제고, 사고예방, 피해의 최소화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IT 기술의 발전과 안전과 편의에 대한 소비자 욕구 증대, 교통사고 저감의 필요성 등으로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은 필연적인 추세이다.

첨단 기술의 접목을 통해 단순 이동 수단에서 보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사고예방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특허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기업들이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 진입하여 완성차 업체와 협업하는 구도로 발전하고 있다.

한편,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공유경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과 함께 연관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하는 등 공유경제 도래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글로벌 스탠더드 정립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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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주된 요인은 대립적 노사관계에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자동차 업체들은 우리보다 앞서 글로벌 경쟁력을 기준으로 회사 경쟁력이 임금과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노사 간에 인식하고 협조적, 장기적 관계로 탈바꿈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아직도 후진적이고 대립적인 노사 관계를 갖고 있어 이를 바꾸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노사 핵심 이슈인 임금과 고용 간의 합리적인 빅딜을 추진해야 한다. 회사는 생산 유지를 통해 고용 보장과 신규 채용에 협조하고 노조는 임금 비용이 글로벌 경쟁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둘째, 임금협상의 새로운 교섭 주기가 필요하다. 신차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산업 특성을 감안하여 1년 단위 임금 및 단체 협상을 3~4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근로 형태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경기 변동에 따라 차종별, 공장별 수요 변동이 크기 때문에 수요에 따른 생산량 조절이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파견근로와 기간제 활용, 전환배치 등 근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차세대 자동차의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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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친환경차 보급은 더디고 기술 경쟁력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전기차 보급은 2016년 까지 누적으로 10,018대에 불과하며 시장 점유율은 0.2%로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완성차 업체의 스마트화 적용 능력은 선진 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나, 부품 단위의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3~5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레이다, 라이다, 영상센서 등 핵심 부품과 시스템 기술은 그 격차가 크다.

자동차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부품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전기차는 공용 플랫폼 기술과 IT 융합기술을 개발하고 사회 기반 시설을 활용한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센서, 전력반도체 등 핵심기술을 국산화하고 타산업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IT-인프라 연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법·규제 개선과 함께 시험 환경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향후에도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내연기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내연기관차는 부품의 연비·효율 개선 및 시스템 융합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배기규제 등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민간주도로 고효율·고성능 동력 시스템 기술 개발을 추진하여 시스템과 부품의 기술 수준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


자동차 정책 컨트롤타워 필요

자동차 산업은 기술적으로 여러 부문이 결합되어 있고, 소비자 보호와 환경 문제도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최대 수출 산업으로서 통상정책의 영향이 강하며, 노사 관계도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즉 자동차는 여러 정부 부처가 관련되어 있고 국민소득에 따른 시장 수준, 기업의 현실과 대응 능력과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미국은 국가자동차정책위원회(AAPC)에서 빅 3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산업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유럽도 자동차연구개발위원회(EUCAR)을 운영해 중복연구를 방지하고 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일본도 국립연구개발법인이자 신에너지 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인 NEDO를 운영함으로써 체계적인 기술개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최대 고용 산업이자 친환경 미래전략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기술과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체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