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카데미 - 연구개발 전략 및 과제계획 수립
▲ 남태영 대표 SBI consulting Korea Agent
Technology Planning은 단순히 연구개발의 준비단계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 환경을 극복하고 기술사업화까지의 긴 여정을 안내하는 정글 가이드로서 기술경영 체계(MOT Framework)의 본체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세부 시행지침인 과제계획 수립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과 그 방법론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불확실한 미래 환경분석
(Environmental Analysis)
향후 5~10년의 사업이나 기술개발 방향을 미리 파악하고자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연구개발 환경이 점점 더 급변하고 있어 준비하는 노력 대비활용도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목적과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고 포장하기에 급급하고, 객관적인 접근을 시도하려고 해도 차고 넘치는 전문기관들의 자료에 치어서 제대로 된 분석을 수행하기 어렵다.
필요한 정보를 정제하는 방법의 하나로, 변화가 많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시나리오 기법의 일부를 활용한 환경 분석 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나리오는 미래예측 기법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프로세스가 복잡하여 사용해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번 호에서는 시나리오 프로세스의 일부를 차용하여 사용하기 편하게 변형한 것이다.
그림 1은 분석 프로세스를 요약한 것으로, Target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이슈를 규명한 후 그에 집중하여 관련 외부환경 인자를 찾고, 평가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본 프로세스의 특징은 집중된 영역에 한정해서만 분석을 하는 것이며, 습관적으로 ‘시장 동향, 기술 동향, 경쟁사 동향…’ 등을 줄줄이 분석하면서 실제 필요하지도 않는 부분까지도 분석하게 되는 수고를 덜고자 한다.
우선은 이슈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영향을 미치는 외부인자들(External Drivers &Forces)을 찾아내고, 이들 각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 것인지 그 정도를 평가해 보고 그중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그림 1, 3 by 3 Matrix의 노란 부분)을 규명한 후 이들만을 정리하여, 미래는 이 정도의 인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기법은 이 단계 이후 이들 인자들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서너 개의 미래 상황을 설정하여 진행하지만, 현업에서 사용하기에는 선별된 환경인자만으로도 충분하다.
즉 향후 5~10년은 다음의 외부인자 그룹에 의해 움직일 것이므로 필요하다면 이들 인자들에 한정해서만 더 조사해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신규, 차세대 성능, 최적화…’ 등의 말장난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보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겠구나 하고 인지할 수 있는 ‘Event’성 외부인자들까지 규명해 주어야 이후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 방향을 잡아가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규 디바이스 출현, 복합기능 적용’ 등의 애매한 환경인자보다는 ‘IMT 2000이 2014년 출시, Full Color AMLCD SXGA급이 $600에 2002년에 출시’ 등으로 구체적인 Event를 지정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들 Event들이 불확실할 수 있으므로 ‘몇 년 정도 늦어질 수 있겠다, 등급이 이 정도는 덜 나올 수 있겠다’ 등의 조건만 달아준다면, 추후 확인되는 정보들로 지속적으로 다듬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분석 자료의 신뢰성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그림 2).
주요 이벤트를 반영한 전략 수립
환경분석을 통해 주요 Event들이 확인되었으면,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기술 목표와 연계하여 전략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목표는 전사의 사업 방향이 정해져 있는 경우 그와 연결하면 될 것이고, 신규 사업이나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경우, 기회 발굴(Opportunity Search) 과정을 통하여 확인된 목표들과 접점을 찾아보고, 차후 본 업무 수행에 관여할 부문들과 합의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부분들의 합의이다.
기획이나 연구소 등 일부 부서에서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분석하여 만든 전략이라 할지라도 실무 부서에서 실제 그 일을 수행할 사람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으지 못하더라도 진행과정과 결과물은 수시로 공유하고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전략 수립의 핵심은 정밀하고 방대한 전략 자료를 모아서 결론을 내는 것보다는 전략의 조정(Strategy Alignment)과 조직 간의 공감(Consensus Building)이다.
관련자들이 공유하고 합의한 것이라면 추후에 얼마든지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을 것이고, 외부환경이 바뀌면 각자 필요에 의해 알아서 업데이트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제 계획(Project Plan)
과제 책임자(Project Mana-ger)는 승리한 전투에서 고지에 깃발을 꽂을 ‘젊은 소대장’이다. 그의 손에는 세부 작전 계획서가 있을 것이고, 소대원들은 그의 지휘에 따라 최후에 승리를 확인하는 수고를 할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과제 책임자가 만들어 내는 과제계획서는, 규모는 작지만 ‘종합적인 전투 지침서’가 되어야 한다.
커다란 전략을 레벨 다운하여 단기간 수행할 활동내역을 기재하고 있지만, 환경분석 결과인 Events, 기회 발굴에 의해 확인된 제품/기술 목표, 필요기술 및 Activity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므로 과제 책임자가 작성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가에 따라 과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과제 제안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략의 축소판이지만, 그 기본 골격은 지난 호에서 언급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의 NABC의 내용을 구체화 한 것으로 보아도 된다.
그림 3은 과제계획서 작성 항목과 관련 방법론에 대한 것으로, 대부분의 기업이나 공공 연구소에서도 유사한 목차들의 내용이 계획되고 수행된다.
서두의 ‘요약서’에는 가치 제안으로 작성한 내용을 각 사의 형식에 맞추어 요약 기재하면 되고, 이후 ‘추진 배경’은 환경분석 결과를, ‘목표 설정’은 기회 발굴의 결과로 나온 제품이나 기술의 목표 수준을 기재하고, ‘기술개발 전략’은 환경분석 결과와 목표 간의 연계성을 확인한 내용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제계획서 작성 시 단계별로 어떤 방법론을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요약서는 타당성이 확인된 과제계획의 엑기스인지(가치 제안), 추진 배경은 필요한 중요 외부환경만을 선별하여 분석한 것인지(Event), 목표는 충분히 정량화되어서 이를 수행할 누가 보아도 명확한지, 개발 전략은 환경분석-목표 설정 간의 관계를 잘 분석하여 반영한 것인지, 과제는 전략을 레벨 다운하여 도출한 것인지 등의 점검이 필요하겠다.
준비는 끝났다, 고지에 휘날릴 깃발을 기대하며
아직 연구개발을 시작하기 전이고 준비만 하느라 시간만 보낸 것 같아 걱정이 앞설 수 있다. ‘착안대국, 착수소국’. 크고 넓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하였으므로 이젠 한달음에 목적지까지 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언제 어떤 변수가 작용하여 지금까지의 계획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외부인자들을 감안하였고, 변화에 대응할 완충지대도 만들어 놓았으므로 자신 있게 첫발을 내디뎌도 좋을 것이다.
다만, 과제 수행 중 단계별로 성과가 나오더라도 실제 사업화 단계에서도 재연할 수 있을지, 스케일 업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등의 과제 수행 중 이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 호부터는 축적되어가는 연구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해야 연구개발을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통계에 기반하여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