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하 기후기술 산업 활성화의 방향
▲ Editor 김형주 부장
녹색기술센터 정책연구부
부산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공대 기계 및 생산공학과·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후기술 국제협력, 환경친화설계 및 평가 부문이다.
파리협정 이후 기후변화는 몇몇 선진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글로벌 최우선 도전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도전을 우리 경제 성장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후기술의 개발과 함께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온실가스 해외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신기후체제의 도래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21차 당사국 총회를 통해 전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함으로써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1.5℃ 목표를 지향하는 파리합의문이 도출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90여 개국이 협정을 비준하고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의 60%를 넘게 되어 파리협정이 2016년 11월 4일 공식발효가 되었다.
신기후체제에서는 첫째, 모든 당사국들은 스스로 정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한 국가 감축 목표를 5년마다 제출하여 이행 점검을 받게 되고, 둘째, 기술 협력에 대한 재정 지원 및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R&D 협력과 기술 접근을 강화하며, 셋째, 효과적인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당사국 간의 자발적 협력에 따른 다양한 국제 탄소 시장 메커니즘을 설립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집권에 따라 글로벌 기후변화 정책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의 협약 탈퇴 후 예상되는 신재생 및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 대한 주도권 상실 등을 우려한 자국 내 기업 및 투자사들의 저항과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압력 등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방향 선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01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2015년 6월에 UNFCCC에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대비 37%, 즉 국내 감축을 통해 25.7%, 국제 탄소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한 해외 감축을 통해 11.3%를 달성하겠다는 국가 감축 목표(INDC02)를 제출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이 감축 목표 총괄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기후기술 확보 로드맵’(2016. 6), ‘제1차 기후 변화대응 기본계획’ 및 ‘국가온실가스감축 기본 로드맵’(2016. 12) 수립·시행을 통해 기술과 시장 중심의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보급, 에너지 효율 향상, 탄소 시장 활용 등의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활용 방안 마련뿐만 아니라 10대 기후기술 투자, 에너지 신산업육성 및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신기후체제하에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시장규모는 1,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부담인 동시에 혁신적인 기후기술 및 서비스의 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관련 산업 육성과 우리 기술의 해외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기후기술의 정의 및 기술 확보 로드맵
기후기술이란 크게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감축(Mitigation) 기술과 탄소 활용(Utilization) 기술,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감축기술은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화석 연료 대체 기술 및 열병합발전, 고효율기기와 같은 에너지 효율화 기술로 나눌 수 있다.
두 번째로 탄소활용 기술은 CO2 포집·저장 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과 같이 산업 활동 등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온실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는 대신에 원료, 화학소재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재이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기후변화 적응기술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리스크 저감을 위해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이러한 기후변화 적응기술은 크게 ‘관측 및 예측’과 ‘영향평가 및 적응’ 두 가지로 나뉜다.
관측 및 예측 분야는 기후변화 현상 규명, 기후변화 모니터링, 기후변화 예측으로 나뉘며, 영향 평가 및 적응 분야는 자연·환경, 산업·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부문으로 나누어진다.03
미래부는 지난 2016년 6월 기후변화 관련 13개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718개 과제의 연구개발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 관리할 수 있는 기후변화대응기술 확보 로드맵(CTR, Climate Technology Roadmap)을 구축하였다.
본 로드맵은 탄소 저감, 탄소자원화, 기후변화 적응의 3대 부문별로 10대 기후기술, 50대 세부기술군을 선정하고, 연구활동의 효과적인 결집, 공유, 조율을 통해 기후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극대화 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국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UNFCCC 기술-재정-시장 메커니즘 활용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미래 기술의 경우, 앞서 언급한 기후기술확보 로드맵을 기반으로 R&D 및 실증의 추진이 필요하나, 상용화 기술의 경우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감축 목표의 달성 및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 감축 목표가 2030년 BAU 대비 37% 감축 목표 중에서 11.3%를 국제 탄소 시장을 활용한 해외 감축분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개도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후기술을 활용한 해외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발굴 및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감축과 적응을 이행할 중요한 두 가지 이행수단이 기술(Technology)과 재원(Finance)이라는 관점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기술과 재정의 양대 메커니즘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 메커니즘은 협약 하의 당사국 간 기후기술의 개발 및 이전을 보다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설립된 제도로서 기술집행위원회(TEC, Technology Executive Committee)와 기후기술센터 네트워크(CTCN, Climate Technology Center Network)로 구성되어 있다.
TEC는 기술 수요 파악과 협력 장애요인 제거를 위한 기후기술 협력정책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CTCN은 사무국과 CTCN가입기관 및 당사국의 국가별 지정 기구와 협업을 통해 기술 지원, 역량 배양 및 지식공유 등 기술이전 이행업무를 추진한다.
기술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아이디어들을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연계하기 위하여 ‘재원’은 필수적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이 재정 메커니즘의 운영주체이며, GCF는 2020년까지 1천억 달러의 재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국제 탄소 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의 확보 부분이다. 교토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파리합의문에서는 세 가지 방향 즉, ① 협력적 접근(Cooperative Approaches) 하에서의 상쇄 접근 및 거래 접근, ② 지속가능개발 메커니즘, 그리고 ③ 비시장 접근법을 언급하고 있으며 향후 기후변화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규칙/기준이 논의 및 설정될 예정이다.
상쇄접근 측면에서는 일본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공동 크레딧 메커니즘(JCM)이 향후 한국형 메커니즘의 설립을 위한 참고 사례로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거래 접근 측면으로는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를 해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해외 배출권 거래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 검토가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 개발 메커니즘의 경우 대상 범위(국가, 부문 등)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UN 주도의 감축 방안인 만큼 신기후체제 하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시장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배출권 공급 잠재량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업운영에 따르는 본연의 리스크를 제외하면 감축 옵션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해외 배출권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다.
비시장 접근법의 경우 아직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고, 회계 상으로 감축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본 접근법은 국내의 각종 규제, 보조금, 교육 프로그램, R&D 그리고 NAMA, REDD+ 등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지원 실적 등을 감축실적으로 인정받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객관적인 정량화와 선진국-개도국 간의 국제적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단기간에 활용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비시장 접근법은 우리나라의 감축수단으로서의 활용을 고려하기보다는 개도국 지원을 위한 보조적이고 추가적인 수단으로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기술한 녹색기후기금과 같은 국제 공공재원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공 재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공여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공여금을 공여국의 배출권 확보를 위해 활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규모 면에서도 국제기구가 운영할 재원의 규모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투자 규모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UNEP는 전체 소요 재원의 85% 이상이 민간 부문에서 조달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차원에서도 해외 감축분 확보를 포함한 신기후체제 이행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하고,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는 2021~2030년간 약 28.6~33.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우리의 대응 방향
신기후체제 출범에 맞춰 국내 보유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적 차원의 기여와 국내 기술의 해외 진출이라는 경제적 기여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추진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글로벌 기후기술 협력체계의 수립
기술 성숙도에 따라 미래 핵심 기술을 차질 없이 개발하고, 필요에 따라 해외 현지 실증을 추진하며, 국제기구/국내외 공공기관/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기술 융합을 추진하고 경제적/환경적/사회적으로 우수한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기술 수요의 면밀한 분석에 기반하여 국내 유망기술 및 재원을 연계 지원하는 종합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협력 플랫폼을 통해 해외 감축분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 개발 및 추진현황의 종합적인 파악을 통해 국가, 산업섹터 단위의 세부적인 전략수립 및 실행도 가능하리라 본다.
(2) 국내 기후기술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기금의 조성
향후 한국이 2030년까지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 약 28.6~33.7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할 때, 국내 공공기후기금의 조성과 함께 민간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우 기후 기술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 추진시, 투자 및 참여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국내 민간투자기관이 기후프로젝트에 투자하려 할 때, 꺼릴 수밖에 없는 기술 유지 보수 및 개도국 정치, 경제 리스크 문제 등을 공공 부문과 비용분담 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3)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 확보를 위한 전략 및 이행계획의 수립
향후 진행될 시장 메커니즘 관련 유엔기후변화협상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우리나라가 해외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옵션들인 한국형 공동 크레딧 메커니즘, 배출권거래제 연계, 지속가능 개발 메커니즘의 활용, 비시장 접근법 활용 등을 고려한 적절한 감축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각 옵션들에 대한 이행 체계 및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제도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본 특별기획에서는 온실가스 저감 및 활용에 관한 최신 기술개발 동향 및 산업화 방향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 기술의 발굴 및 확산 방안을 소개하며 기후기술의 확산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국제 협력과 탄소 시장 활용의 중요성 및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안에 대해 이 분야 여러 전문가들이 고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신기후체제가 우리나라 기후기술이 세계로 도약하는 기회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01 한국경제, http://stock.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111059446
02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03 녹색 기후기술 백서, 녹색기술센터, 20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