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4

기후기술의 국제 협력과 탄소 시장 활용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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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승우 센터장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책개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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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탄소 시장의 활성화는 국제기후기금의 확대와 함께 기후기술이 해외에 진출하는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탄소 시장은 선진국·개도국 간 협력 차원을 넘어서서 개도국 간 또는 선진국 간 다양한 기술협력을 통한 감축실적 배분 및 공유가 가능한 보다 유연한 시장 메커니즘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기후기술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나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실적 확보에도 기여하기 위해서는 개도국 기후 문제에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협력 프레임워크를 적극 개발·추진해야 한다.



기후변화 국제 협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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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파리협정은 선진국 위주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하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노력을 자발적으로 추진하도록 독려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의 탄생을 알렸다.
 
이러한 신기후체제 하에서 협약 이행의 성패는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 개도국에 대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의 필요성이 매우 강조된다.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메커니즘으로서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하였으며, 기술 메커니즘으로는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Climate Technology Center & Network)가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GCF는 102억 달러의 초기재원 공여약정을 체결하고 매년 약 20억 달러 규모로 개도국 기후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하였으며, CTCN은 50여 개국 240여 개 기후기술 전문기관을 회원으로 유치하여 개도국과의 기술협력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GCF와 CTCN의 설립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진시키고 있으며, 개도국별 기후사업 재정 지원 및 기술 지원을 각각 총괄할 수 있는 전담창구를 지정하도록 하여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후 기술은 크게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 기술과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기술로 구분되는데, 감축 기술은 저탄소 에너지 기술, 저탄소 교통 기술, 건축물·산업공정·기기 등의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등을 말하며, 적응 기술은 기후변화의 리스크와 피해를 저감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기술, 보건·식량·용수 확보 기술, 생태계 보호 기술 등을 포함한다.

개도국들은 일차적으로 부실한 국가 인프라로 인해 가뭄, 홍수, 태풍, 폭염,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응 기술을 시급히 필요로 하고 있으며, 나아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기후기술 국제 협력의 추진 방향

UNFCCC의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체제가 본격 가동되고, 많은 국제 기구, 국제 개발은행, 국가 원조 기관들이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함에 따라 선·개도국 간 기후 협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개도국 기후사업에 대한 재원이 확보됨에 따라 여러 선진국들의 국제 협력 전문기관들이 개도국 기후사업을 기획, 설계하여 개도국이 국제적 지원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후 개도국의 기후사업 발주시 자국의 기술과 기업이 유리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기술조건을 명시하는 이른바 '스펙인(Spec-in)' 작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제기금을 활용한 개도국의 기후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자금을 유치하고 자국 내 기후사업을 선진국의 기술에 의존하는 사업방식에서 탈피하여 자국이 주인의식(Country Ownership)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즉, 근본적으로 기후사업을 스스로 기획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과 역량 배양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 관련 기술이전은 초기적인 수준의 역량강화, 기술교육 형태로 주로 추진되어 왔으며, 선진국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의 양도나 공유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된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선진국에서 경제적 가치가 낮은 기술이 공여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개도국과의 기후기술 협력에 대한 요구는 계속 강조될 것이며, 경제적 가치가 높은 기술이 개도국에게 이전되게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개도국과의 기술협력이 서로에게 부가가치 창출에도움이 되도록 개도국 현지 기후사업에 적합한 공동기술 개발, 개발된 공동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수행할 합작회사 설립과 같은 이익공유형 기술협력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풍력, 지열, 연료전지, 전기차 등 감축기술은 하이엔드 지향적으로 정부기관이 연구개발 및 실증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부문에서의 상용화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상관측, 용수 공급, 생태계 보전, 바이오매스 활용 등 적응 기술은 오래전 상용화되어 있기는 하나 국제적으로 기술 차별성이 크지 않은 분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추진해야 할 개도국 기후기술 협력 방향은 정부,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환경 분야 기술개발사업을 개도국 시장 진출용으로 재편하여 개도국 현지 적합형 기술 또는 개도국 수요기관과의 공동연구 형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미래기후기술의 주요 수요자가 개도국이 될 것임을 인식하고 이들이 수요하는 분야에 적합한 비용, 유지·관리 조건, 기술특성 등이 발휘되도록 사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기후기술 국제협력 전문가 확충도 중요한 문제이다.

개도국의 기후사업은 기술이나 설비 자체의 우수성보다는 개도국의 문제점 분석, 대응방향설정, 재원조달 등과 관련된 종합적 컨설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사업개발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국내 컨설팅사나 엔지니어링사는 수익추구형 인프라 사업 개발을 주로 담당해 왔으며, 개도국의 개발협력 차원의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개도국 개발협력 프로젝트는 대부분 선진국의 원조기관이나 국제기구가 담당해 왔는데, 이들이 발주하는 개발협력 프로젝트에 한국의 컨설턴트가 참여한 실적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개도국과의 기후기술 협력은 기술공급자 차원에서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기후 기술 해외 진출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컨설턴트 육성과 병행해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기후기술 국제 협력과 탄소 시장

파리협정 제6조에서 탄소 감축실적의 국가 간 이전 방안(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을 명시함에 따라 국제적 탄소거래 메커니즘이 새로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국제 탄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본은 JCM(Joint Crediting Mechanism)을 제안하여 개도국과 일본 정부 간 양자합의로 추진해온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실적을 자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JCM 사업을 통해 일본의 저탄소 기술을 개도국에게 보급해 준다는 양자 MOU를 체결하고 저탄소기술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여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지원해 주고 있다.
 
JCM을 통해 일본은 자국의 기후기술을 개도국에 보급하면서 동시에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일본 정부가 확보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후체제에서 적용될 국가 간 탄소 거래의 방식은 2020년 이후 확정될 것이나 우리나라의 기후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해외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획재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2차 계획기간(2018~2020년)부터 국내 기업이 해외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그 실적의 일부를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즉, 국제적으로 탄소거래 방식이 확정되기 이전이지만 국내 기후기술을 이용한 해외 감축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내 배출권 거래 시장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국제 탄소 시장의 활성화는 국제기후기금의 확대와 함께 기후기술이 해외에 진출하는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과거 교토의정서에 따라 도입된 청정개발체제(CDM)가 선진국 기후기술의 개도국 진출의 경제적 토대를 제공해 준 것과 같이 신기후체제에서 도입될 새로운 탄소 시장은 선진국·개도국 간 협력 차원을 넘어서서 개도국 간 또는 선진국 간 다양한 기술협력을 통한 감축실적 배분 및 공유가 가능한 보다 유연한 시장 메커니즘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기후기술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나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실적 확보에도 기여하기 위해서 다양한 개도국과의 기후기술 협력이 확대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기술 공급자의 기술역량 증진뿐만 아니라 정부·공공기관이 개도국과 정책적으로 기후 협력 채널을 확보하고 우리나라 기후 기술이 개도국 기후 문제에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협력 프레임워크를 적극 개발·추진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