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탄소자원화 기술의 현황 및 산업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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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나 센터장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 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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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자원화 기술은 관련 시장의 미비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장벽 등으로 인하여 산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탄소자원화 핵심 요소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일부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면서 기술 성숙도와 경제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에 우리 산업계 역시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기보다, 탄소 선순환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통하여 미래 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5년 12월 파리협정의 타결과 2016년 11월 파리협정의 공식 발효로 인하여 2020년부터 모든 협약 당사국이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이른바 ‘신기후체제’가 공식 출범하였다.
 
그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후기술 R&D정책을 추구해왔으나, 이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 배출전망치(851백만 톤) 대비 37% 감축 목표(315백만 톤)를 확정하고, 현재 구체적인 감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16년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전환 부문 64.5백만 톤, 산업 부문 56.4백만 톤, 건물 부문 35.8백만 톤, 에너지 신산업 부문 28.2백만 톤, 수송 부문 25.9백만 톤, 공공·기타 부문 3.6백만 톤, 폐기물 부문 3.6백만 톤, 농축산 부문 1백만 톤(이상 국내 감축) 및 국외 감축 96백만 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와 같이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발전·산업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추진으로 인하여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전 부문에 있어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획기적인 보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추진은 관련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또한, 석유화학·철강·정유 산업분야의 경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사용 효율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화 등 상대적으로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산업 활동의 위축이나 해외 업체와의 경쟁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같은 국내 현황을 고려해볼 때,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함과 동시에 산업계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확보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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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자원화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임과 동시에 추가적인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어 앞서 언급한 산업계의 두 가지 당면 이슈인 온실가스 감축달성 및 산업 경쟁력 유지·확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혁신 기술이다.
 
탄소자원화 기술은 발전 및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 함유 가스(부생가스 또는 온실가스 : 이산화탄소, 메탄, 일산화탄소 등)를 대체자원으로 활용하여 화학제품 및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현재 대기로 직접 배출되거나 단순발전·열원으로 활용되어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는 탄소원을 전환하여 화학제품화하는 기술로서, 여러 기후기술 중 배출된 온실가스 등을 산업 자원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탄소 활용기술’에 속한다. (이와 대조되는 기후기술 개념으로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사전에 줄이는 ‘탄소 저감 기술’을 들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태양전지, 이차전지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탄소자원화 기술은 현재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제철·석유화학·발전 및 시멘트 산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및 부생가스 중 CO2, CH4, CO 등을 화학적 전환을 통하여 고부가 제품화하는 기술과 CO2와 발전·산업 폐기물을 이용하여 광물화 반응을 통해 그린시멘트 등의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부생가스 전환 기술은 제철소나 석유화학공단 등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By-product)를 분리·정제하여 촉매 전환 등을 통하여 연료 및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 산업 부생가스는 연간 CO 2,046만 톤, CH4 301만 톤, CO2 2,604만 톤이 발생하고 있으며, 부생가스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은 연간 6,000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국내 온실가스 발생량의 약 9%에 해당된다.
 
탄소자원화 기술로서의 부생가스 전환 기술은 부생가스 중 CO 및 메탄가스 등을 분리·정제하여 전환·제품화 공정에 활용하는 전략으로, 이미 해외 선진 기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기술이다.
 
덴마크의 Haldor-Topsoe사에서는 부생가스를 활용하여 메탄올을 생산하는 상용 플랜트(연간 110만 톤) 기술을 개발하여 이란에 수출한 바 있으며, 미국 Lanzatech사에서도 철강 부생가스를 발효 기술을 통해 에탄올로 전환하는 기술 상용화를 최근 완료하였다.

우리나라는 실증화 단계의 일부 요소 기술을 확보한 수준이며, 2017년 국가전략프로젝트를 통하여 부생가스 전환 각 요소기술의 통합·개선 및 통합 공정 실증화 연구가 본격적으로 수행될 예정이다.

CO2 전환 기술은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공단 등에서 대량 발생하는 CO2를 포집하여 화학적·생물학적 전환을 통해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전략 기술이다. 본 기술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현재 대다수의 기술이 원천·응용 기술개발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CO2 전환 기술이 주요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여겨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직접적 대규모 지원 및 관련 기술 분야의 투자집중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 기술은 이미 상용화 및 사업화 단계에 진입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Cuvestro사에서는 CO2 촉매 전환을 통하여 침대 매트리스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 폼을 상용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O2 유래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에서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CO2에서부터 자동차용 합성 연료인 e-디젤을 생산하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다.

아우디 측은 e-디젤 주입 차량이 주행테스트를 만족하였으며, e-디젤 가격 또한 리터당 1.5유로 정도로 일정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였다고 밝힌바 있다. (참고로 현재 독일 내 일반 디젤 가격은 리터당 0.65 유로 수준임)
 
한편, 아이슬란드의 CRI사는 풍부한 지열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여, 지열 전력에서부터 생산되는 전기와 CO2를 활용하여 메탄올 상용 생산 공정을 개발하였으며, 현재 연간 약 7,000만 톤 규모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간 탄소자원화 기술은 관련 시장의 미비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장벽 등으로 인하여 산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련 기술개발분야에 전략적 투자가 집중되면서 다양한 탄소자원화핵심 요소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일부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면서 기술 성숙도와 기술 경제성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주요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IMM)을 적극 활용할 예정인 만큼, 탄소자원화 기술의 효용성과 시장 진입 가능성 역시 함께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다양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향후 탄소자원화 기술을 통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적 부가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는 신탄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우리 산업계 역시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기보다, 탄소 선순환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통하여 미래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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