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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생명이야기 - 시험관 아기,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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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결혼 후 아이를 갖고 싶어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불임 부부가 늘며,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사람 수가 늘고 있다.
 
1978년 영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500만 명이 넘는 시험관 아기들이 태어나 세상을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985년 서울대 장윤석 교수에 의해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이래 시험관 아기 시술이 점점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험관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은 무엇이며,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시험관 아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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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시험관 아기로 출생한 루이스 브라운(Louis Brown)은 어떻게 태어나게 된 것일까.

루이스의 어머니 레슬리 브라운(Lesley Brown)과 아버지 존 브라운(John Brown)은 결혼 후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9년 동안이나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이 부부의 불임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정자와 난자를 검사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밀검사 결과 부인에게서 난자가 만들어지는 난소(卵巢)와 수란관 사이에 있는 나팔관이 막혀 있는 이상이 발견됐다.

나팔관이 막혀 난소에서 배란되는 난자가 수란관으로 나가지 못해 정자와 만나 수정이 될 수 없는 것이 불임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불임 문제는 1977년 11월 당시 인공수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에드워즈(Robert Edwards) 박사와 부인과 전문의 스텝토(Patrick Steptoe) 박사에 의해 해결됐다.
 
에드워즈와 스텝토는 나팔관이 막혀 있는 부인의 난소로부터 성숙한 난자를 채취해 배양액이 담긴 시험관에서 남편으로부터 받아낸 정자를 넣어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시험관에서의 정자와 난자는 성공적으로 수정되었으며, 페트리접시로 옮겨 배양한 수정란의 세포분열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수정 후 48시간 정도 지난 배아(胚芽)를 부인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을 유도한 결과, 정상적으로 임신이 이루어져 1978년 7월 25일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체중 2.6㎏의 시험관 아기가 고고의 함성을 지르며 세상에 태어났다.

에드워즈 박사는 2010년에 시험관 아기 탄생이 ‘전 세계 모든 부부의 10% 이상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불임을 치료하는 길을 연공로’로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스텝토 박사는 1988년 사망하여 함께 수상하지 못함).


시험관 아기 시술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시험관 아기는 아기가 시험관에서 자라 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자와 난자의 수정과 초기 발생만 시험관에서 이루어지며, 그 다음 과정은 일반 태아들처럼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 태어나는 것이다.

‘시험관 아기’라는 말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시험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시험관 아기의 시술 과정은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다. 시험관 아기의 탄생을 위한 체외수정의 첫 번째 단계는 배란의 유도와 난포 성숙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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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난소에서 난자가 만들어져 배란되기 위해서는 난자가 생성되는 주머니인 난포의 크기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배란을 위해 난포의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배란유도제 주사를 맞을 수도 있다.

난포 성숙검사는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난포의 성장 정도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 검사를 통해 난자의 성숙 정도에 따라 난자의 채취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난포가 성숙되어 난자가 생성되면 난자를 채취하게 되는데, 난자 채취는 초음파기계를 질 내로 집어넣은 다음 긴 바늘을 이용하여 난자와 난포액을 흡입해내는 시술인 질식 초음파법이나 복강경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정자는 난자를 채취하는 날 남편으로부터 채취하거나 사전에 채취해 냉동 저장한 정자가 이용될 수 있다.

체외수정은 준비된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인공적으로 수정시키는 과정이다.

수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수정란이 만들어 지면 배지가 담긴 페트리접시로 옮겨 배양을 한다.

페트리 접시로 옮긴 수정란을 2~3일간 배양해 세포분열이 이루어져 배아가 형성되면 최종 단계인 자궁 내 이식을 통해 착상을 유도하며, 태반이 자궁벽에 성공적으로 착상되면 임신이 이루어진다.


시험관 아기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루이스가 자연임신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우려했으나, 첫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루이스가 26세에 결혼해 2006년에 자연임신으로 건강한 남자 아기를 출산함으로써 그 우려는 불식이 되었다.

시험관 아기의 탄생은 많은 불임 부부에게 기쁨을 주며 환영을 받고 있으나,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생성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윤리적, 종교적 관점에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루이스 브라운이 탄생한 지 38년이 지난 지금도 에드워즈 박사가 체외수정을 연구하던 초기부터 제기되어오고 있는 난자 공여와 매매, 대리모, 배아의 성 감별, 배아줄기세포의 이용, 배아에 대한 권리 등의 문제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시험관 수정 기술의 발달로 자궁 착상 전에 유전 진단을 통해 선별적으로 아기를 출생시키는 ‘맞춤형 아기’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맞춤형 아기는 희귀 혈액질환이나 암 등을 앓고 있는 자녀의 치료를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시험관 수정을 통해 질환을 지닌 자녀의 세포조직과 완전히 일치하는 특정 배아를 만들어 그 중 질병 유전자가 없는 정상적 배아를 골라 탄생시키는 아기를 말하는데, 이때 버려지는 배아에 대한 생명윤리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간의 출생과 관련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우려와 함께 윤리적, 종교적 관점에서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