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SSUE 02

성공하는 IP-R&D전략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14.png

▲ 이유미 그룹장
한국지식재산전략원


들어가며

기술개발 전쟁 중이던 주요 선진국은 이제 개발에서 활용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우리나라도 「제5차 기술이전 및 사업화 촉진 계획(안)」을 의결하며,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글에서는 R&D 성과물의 빠른 사업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바벨의 도서관과 4차 산업혁명
 

15.png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르가 쓴 소설 ‘바벨의 도서관’을 묘사한 그림이다. 바벨의 도서관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하는 책과 정보로 가득 찬 공간이다.

그런데 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원하는 것을 찾기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거나,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하게 되는 허점이 있었다.

우리도 바벨의 도서관에 묘사된 것과 같이 책이 늘어남으로써 함께 늘어나는 방의 개수처럼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려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업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찾아야 할 시기이며, ‘기술도입’이야 말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기술사업화의 첨병 기술도입

기술개발에서 사업화 성공을 위해 우리 기업들은 늘 ‘Make or Buy’라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기업 내부 자원이나 역량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사업화는 경우가 Make에 해당하나, Make만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이미 해당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초기 기술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에는 기술의 조기 확보를 위해 Buy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사업화를 위한 지름길이다.

Mansfield(1998년)의 "Patent and Innovation: An Empirical Study”에 의하면, 과거 Make에 의존하던 미국과 기술의 Copy와 Buy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일본의 ‘혁신 속도와 혁신 비용’을 비교할 때, 혁신속도는 1.8배, 혁신 비용은 1.23배 더 많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기술사업화를 위해 주요 선진국이 어떠한 과학기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의 정책 방향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는 'Lab to Market'

OECD MSTI(Main 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의 데이터를 참조하면, 중국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 추세가 계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은 2016 이후 그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는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창업 촉진을 위해 '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통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고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Lab-to-Market’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각 부처에서 Lab-to-Market활동의 장려를 위해 범부처 우선순위 목표(Cross-Agency Priority Goal)를 설정하고 에너지부(DOE), 국방부(DOD), 국립보건원(NIH), 국립과학재단(NSF) 등 기술 분야별 주요 부처를 중심으로 Lab-to-Market 활동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각 정부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NIH(국립보건원) 사례

NIH(국립보건원)는 매년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과 SBTT(Small Business Technology Transfer: 중소기업 기술이전)에 연 7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1982년 중소기업혁신 연구법에 근거하여 개발된 것으로 제품 상업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16.png


DARPA 기술이전 성공 사례
 

17.png


2014년(2013.10.~2014.9.3.)예산 기준 28억 달러로 국방종합 예산(683억 달러)의 약 4%에 해당하며, 미국정부 총 연구개발 예산(1,428억 달러)의 약 2%에 해당하는 예산을 투입하여, 타 분야 용합을 통해 비연속적인 이노베이션을 성공시켰다.

특히 DARPA의 경우 PM이 중심이 되어 우수한 연구자 등을 모아 이종분야 융합을 통한 Disruptive(비연속) Innovation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UCSD의 CONNECT Program 성공 사례

UCSD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에서 비영리 자립조직 형태로 설립되었다. 기업, 기술, 금융, 법률회사 등의 교류를 통해 기술사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Know Who와 Know How가 결합한 형태의 조직이다.

UCSD는 1985년 설립 후 1,000여 개 이상 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였으며, 투자유치자금이 15억 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UCSD가 이와 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대학-기업-투자자 협력(University-Industry-Capital Collaboration) 네트워크의 활용과 인적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통해 정보의 교류와 활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개(橋渡し)’ 시스템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4년 1월부터 산업구조심의회 산업기술환경분석회 연구개발·평가 소위원회를 개최했으며, 「橋渡し」システム(기술중개 시스템)을 혁신 방향으로 설계했다.

일본의 기술사업화를 위한 기술중개 시스템 구축(산·학·연·관 연계활동 촉진), 혁신 주최 간 상호 협력을 통한 우수 기술 시드 창출, 이노베이션을 담당할 인재 육성 및 유동화에 초점을 맞추어 정부를 중심으로 정책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중심 정책 기조에 따라, NEDO나 TIA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술중개 시스템(기술사업화)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NEDO 사례

NEDO에서는 기술사업화를 위해 NEDO기술전략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산·학·관이 모여 글로벌 기술전략을 세우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PM(Project Manager)에 의해 유연성과 기동을 확보하는 연구개발 메니지먼트를 실시함으로써 기업이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술집약형 기술과 사업화 목적의 최적 실시 체제를 확보하여 연구기반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재권에 있어서는 지재권 수탁자 귀속 원칙을 사업화에 대한 전제로 하여, 미활용 지재권의 제3자 허여를 원활하게 하고, 귀속 대상의 유연한 선택을 통해 대학이나 공공(연)에서 생성되는 미활용 특허의 적재를 방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도 모든 시스템의 흐름이 1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2~3년, 3~5년 등 중기 혹은 장기에 걸쳐 단계별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사업 종류 후 2년 시점의 사업화율 달성 목표를 50%로 진행하고 있다.


TIA-nano 성공 사례
 

18.png


혁신적 기술 시드를 신속하게 사업화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80개 이상의 대학과 220개사가 함께하며, 나노테크 분야의 2세대 기술 시드를 창출하여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 조직이다.

최근 성공 사례로 스미토모 전기공업의 6인치급 대형 웨이퍼 생산라인 구축이 있다.

2015년 11월부터 구축 진행한 실리콘 카바이드(SiC)전력 반도체의 양산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라인이 완성되어 가동을 시작하였으며, 이는 6인치급 대형 웨이퍼 프로세스를 실현한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으로는 세계 최초이다.

또한 국립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스미토모 전기공업주식회사가 상호 연계하여 준공하고, 양산 기술, 신뢰성 평가, 품질 평가 등 단계별로 함께 진행하여 양산 라인까지 구축하였으며, 실용화를 통해 본격 보급을 위한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2016.11.4.).


우리나라 기술사업화 혁신 방향
 

19.png


앞서 기술이전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다양한 사례와 성공 케이스에서 우리가 답습해야 할 부분은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단계별 진행이며, 두 번째는 사업 완료와 완료 후 1~2년간의 후속 모니터링 기간까지의 지속적 지원을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개발 정책은 마치 사계절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처럼 늘 다양하고 빠르게 확산되지만 그 순서가 없고, 정부 모든 부처에서 동일한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하나같이 해당 연도 내에 투입한 금액의 몇 배의 수익이 나오기를 강요하고 검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 내에서 나오는 성과는 어쩔 수 없이 잠깐 스쳐가는 유행가처럼 그때만 반짝하고 수년이 지나면 기억조차 없어지는 미미한 것뿐이다.
 
우리의 기술사업화 방향은 그림 4처럼 기반 연구, 응용 연구 그리고 실증과 사업화가 하나의 선상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그 진행프로세스 안에는 반드시 기업의 기술 니즈와 연구자의 연구 시드, 그리고 지재권이 함께 고려되어야 미국의 DARPA나 아이패드와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하반기 특허청에서는 IPLUG(아피플러그:IP활용 네트워크)라는 기술이전 플랫폼을 만들었다.

본 플랫폼을 통해 산업계의 니즈를 확보하고 이를 대학·공공(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IPLUG를 통해 150여 건의 특허가 기업에 이전되었으나, 기업이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추가 지원이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2017년부터는 위와 같은 프로세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특허청은 발명인터뷰 사업에는 POC(Proof of Concept)를 접목하고, 기타활용을 위한 신규 지원 사업으로 기술이 사용될 환경(생산 시스템이 구축된 기업 또는 이전 받을 기업이 실제 활용할 사업장)에서의 TEST를 위한 “실증 사업”과 기술 업그레이드에 따른 시제품 제작 지원을 통해 ‘기술이전에서 기술의 상용화’로 연착륙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계획 중이다.


마치며

현재 우리 과학기술 지원 정책은 다양한 부처와 정부기관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상호 간의 연계성 부재와 기업의 자립력 부족으로 인해 그 성과가 미비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현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 간의 역할을 연계시켜주고 서포트할 기술중개 그룹이 필요하며, 이들이야말로 기술이전 사업화의 바통존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과학기술 정책에서 바톤존(Baton Zone) 역할을 할 민간 거래기관과 대학·공공(연)의 기술사업화팀 등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시장을 확대해 간다면 산·학·연 간의 연계 강화를 통해 니즈에 맞는 기반연구와 응용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미활용 특허의 양산이나 기업의 기술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