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뚝심과 끈기의 연구열정과 리더십
공동 작성_ 정양헌 교수
(KAIST 기술경영학부)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브리드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 핵심이 되는 배터리 수요 역시 증가 추세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110억 달러에서 2020년 320억 달러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LG화학이 있다.
2015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실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된 LG화학은 현대기아차, GM, 포드 등 29개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누적 수주 금액은 36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눈부신 LG화학의 성과 뒤에는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명환 사장이 있었다.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
▲ 2014년 김명환 사장(당시 부사장, 오른쪽)이 구본무 LG 회장(왼쪽)에게 LG연구개발상 대상을 수상한 ‘케이블 배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는 11월,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김명환 사장을 만났다.
김명환 사장은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 진출 초기인 1997년부터 배터리연구소장을 역임한 배터리 전문가로, 국내 최초로 리튬 이온 전지 양산을 통해 LG화학의 전지 사업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서울대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했고, KAIST와 미국 애크런(AKRON)대에서 각각 화학공학 및 고분자공학에 대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LG화학에 근무하면서 신규 소재 개발 등 차세대 전지 기술 차별화 추진을 통해 고용량·고효율의 전지기술력을 확보하며 GM,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의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고 전력저장 전지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말에는 그간의 공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금의 김명환 사장을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회사의 기업 문화와 전략 방향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 회사는 소재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완성품을 중요시 했지만 이제는 소재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소재는 모든 산업에서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소재 부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업 전체의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소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우리 회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소재에 집중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LG화학이 오래 전부터 소재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멀리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라는 것이다.
“LG화학은 크게 기초소재 사업본부, 전지 사업본부, 정보전자소재 사업본부, 재료 부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979년에 설립된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전사차원의 R&D 성과창출 등 미래 준비를 담당하며 유진녕 사장(CTO)이 맡고 계십니다. 저는 전지 사업본부의 CTO 역할인 배터리연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40여 년 가까운 조직의 역사에서 기술연구원장은 세 번 밖에 바뀌지 않았고 후계자 구도로 이어지면서 조직의 문화와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소재 부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와 R&D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과거 국내에 다른 경쟁사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LG화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비결은 꾸준한 R&D와 인내의 힘이었다.
실제로 R&D에 대한 LG의 지원은 참으로 대단하다. 연구개발에 있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연구원에 대한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개발상’이라는 포상제도를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데 뛰어난 성과를 거둔 R&D 인재는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으로 발탁 승진시킨다.
화학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연구원들의 역할도 큰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전자 계열의 자매사에서 전지 사업본부로 오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화학 쪽 연구원들은 전자 분야와 사뭇 다르게 매사 조심스러워하더라는 겁니다. 어쩌면 당연한 거예요. 화학은 인내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죠. 화학은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고 기다리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전지는 B2B 사업이다 보니 신뢰가 아주 중요합니다. 철저한 검토를 통해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만 약속을 하고 향후 더 큰 부분을 제공하는 식으로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들이 항상 좋은 평가를 해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LG화학의 비전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캐치하고 그것을 현실화시켜서 제공하는 것이 LG화학의 역할이고 그것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차별화
▲ 2015년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김명환 사장(당시 부사장)이 구본무 LG 회장(왼쪽)에게 LG연구개발상을 수상한 장거리 주행 전기차용 ‘고밀도 배터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화학과 40여 년 가까이 함께해 오면서 보람과 어려움도 많았을 터. 배터리연구소의 수장으로서 그동안 어떠한 역할과 노력을 해왔는지 들어보았다.
“사실 저는 전지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에 석사를 마치고 연구원으로 들어왔을 때는 고분자 전공이었습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를 맡았는데 당시에는 다른 특허를 보고 재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도 고분자를 계속했고요.”
유학 이후 배터리연구소장으로 임명된 후 줄곧 전지를 연구해 온 그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기보다는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은 급변하는 기술의 트렌드를 잡아내고 그 기술을 이해해서 기업전체의 의사 결정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저는 제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배터리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는 것은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초기에는 내부적으로 투자에 비해 수익이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으니 외부의 시선은 말할 것도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한길을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배터리를 하면서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리 회사는 차별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1등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1등과 전혀 달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 일종의 탈추격 전략인데, 벤치마킹과 자본력을 통해 비용을 줄여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하지 않는 다른 부분을 찾아가자는 것이죠.”
남과 다르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성공사례들 가운데 김명환 사장은 LG화학의 고유 제조 기술인 ‘스택 앤 폴딩(Stack & Folding)’ 기법을 예로 들었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두루마리 휴지를 둘둘 마는 것과 같은 원리인 와인딩(Winding) 기법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스택 앤 폴딩방식은 전극을 셀 단위로 잘라서 쌓고 접음으로써 공간적인 면에서 효율을 높였다.
또 분리막도 개발했다. SRSⓇ(안전성강화분리막) 기술은 2004년 LG화학이 독자 개발한 배터리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기술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을 코팅해 열적·기계적 강도를 높여 내부단락을 방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이 비용이나 공정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안정성 면에서의 이득은 결코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후에 리콜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의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만 들어가고 수익을 내지 못하던 때였으니 외부는 물론 내부의 냉담한 반응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구본무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활용 전망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그때마다 회장님께서는 결코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며 독려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있었기에 뚝심있게 계획한 대로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LG화학은 지난해 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 >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가 있었고, 누적 수주금액은 36조 원을 돌파했다.
연구개발이 기술적 성과로만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업화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김명환 사장은 고객과의 소통을 첫손으로 꼽았다.
“저는 고객들과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사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봐야 고객 입장에선 차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이브리드카의 중요한 이슈는 이동거리와 직결되는 배터리 용량 부분인데 처음에는 경쟁사 대비 높은 스펙만을 목표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고객과 직접 만나보니까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하더라고요. 그 후 고객과의 충분한 미팅과 소통을 통해 파악한 부분을 토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객과의 소통은 새로운 접근방식과 차별화라는 의외의 성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간혹 고객이 원하는 것이 생각보다 높은 경우가 있는데 목표를 높게 잡고 진행하면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이 탄생할 수 있고 차별화된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죠. 실제로 다들 사용하면 안 된다는 소재를 사용해 개발을 성공시킨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탑 매니지먼트 미팅을 강조했다. B2B 사업인 만큼 회사 대 회사로 만나게 되는데 보통의 미팅 방식대로라면 자칫 과정이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사안을 최상위층과의 미팅을 통해 빠르고 간결하게, 그러면서 정말 원하는 부분을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탑 매니지먼트와 미팅을 통해 우리 쪽의 의사도 전달하고 있는데 그 결과 얻은 것도 많습니다. 한번은 전기차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는 우리가 일부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탑 매니지먼트 미팅 자리에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절충한 결과 성공적으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보텀 업(Bottom-up) 방식의 미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자인 최상위 층을 직접 만나서 의견을 듣다 보면 우리가 가진 의견과 아이디어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이 자동차용 전지에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가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은 선행 개발에 있었던 만큼 지속적인 차별화 유지를 위해서도 선행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1996년 소형배터리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 뒤져 있는 상황에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 결과 2000년에 자동차용 배터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꽤 이른 도전이었는데 그 모티브가 된 것이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인 도요타의 프리우스였습니다.”
프리우스는 처음 출시 때만 해도 차 외관이 그리 훌륭한 것도 아니어서 잠깐 유행하다 말겠지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LG화학의 판단은 달랐다.
에너지, 환경 문제는 지속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에 들어간 것이다.
“해외 출장을 갈 때면 길가에 하이브리드카가 돌아다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살피곤 했습니다. 그러다 한대라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을 위안 삼아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배터리를 시작한 것은 2005년이었고, 결국 2009년 첫 양산에 돌입했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선행 개발은 매우 중요하며 향후에도 선행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 3년 앞은 내다봐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바람직한 최고기술경영인의 덕목
▲ 2013년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행사에서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수상한 김명환 사장
LG화학이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리더로서 최고기술경영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명환 사장은 CEO와의 소통을 중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지금은 기술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CEO와 최고기술경영인는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른 만큼 CEO는 기술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부분을 서포트하는 것이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입니다.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공부하고 그것을 CEO와 함께 공유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좋은 최고기술경영인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개발만이 아니라 사업 경험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에 1년간 사업부장을 했는데 그때 느낀 게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사업화시킬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 기술개발을 할 때 공정, 품질, 인증은 물론 라인과 설비 구축같은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전체적인 기술이 같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다. 배터리의 경우 보통 용량과 효율을 올리는 데에만 치중할 경우 실제 양산까지 거리가 멀어질 수 있는데 LG화학은 전지를 시작한지 1년 만에 파일럿 라인을 깔고, 다시 1년 만에 양산라인을 깔았다.
전례 없는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개발의 결과물이 양산되기 위해서는 공정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수라고 생각한 덕분이었다.
그렇게 입사 이후 김명환 사장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사업화 성공률은 거의 100%에 달한다. 어떻게든 처음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할 때 그 성공률이 올라가고 미래 가치도 확보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좋은 최고기술경영인로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인재 발탁과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좋은 인재를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입니다. 연구개발에서 항상 남보다 앞서가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구 인력들이 중요합니다. 이때 좋은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뽑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력과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필요할 때에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LG화학이 2015년 공개한 밴드형 와이어 배터리
2015년 LG화학은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와이어’ 배터리를 개발해 냈다. 줄처럼 꼬고 감을 수 있는 형태로 주목을 받은 와이어 배터리는 공식적인 과제가 아니라 3명의 연구원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한 것이라곤 간섭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밖에 없습니다. 사실 특허 부분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막을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줬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자칫 연구를 위한 연구,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될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묵묵히 지켜보다가 정말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지원을 해주고 아닐 경우에는 중단도 시키면서 전체를 조화롭게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LG화학을 이끌어갈 후계자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후계자 양성은 최고기술경영인뿐 아니라 모든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후계자란 존재는 곧 자신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후계자와 함께 힘을 합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더 많은 힘을 얻었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조직 전체를 볼 때도 후계자가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이 한 사람의 리더에게 크게 의존할 경우 만약 그 리더가 존재하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결국 리더자신의 자유는 물론 조직의 자유도 제한될 것입니다.”
굿 컴퍼니(Good Company)는 리더가 부각되지만,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는 다른 사람들이 리더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후계자를 잘 양성해서 조직 전체의 역량이 커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 충북 청주시 소재 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검사하고 있다.
김명환 사장의 유학시절 이야기다. 박사 학위를 받기위해 미국에 막 도착했을 때 고분자학과가 아닌 다른과로 옮길 것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보통 7년은 돼야 할 만큼 졸업이 쉽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5년 정도를 목표로 시작한 도전이었기에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7년이나 걸릴까 하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4년 반 만에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때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남의 말만 듣고 쉽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 보고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변화가 많은 시대인 만큼 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뚝심 있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조금 앞서고 싶어서, 혹은 작은 불만이 있어서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비단 회사 생활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뚝심 있게 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일을 하던지 보람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제 삶에 있어 배터리는 ‘보람’입니다. 배터리는 이제 정말 중요한 산업이 되었고, 우리나라는 물론 LG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로 단가가 낮아지고 계속 발전이 된다면 에너지와 환경 문제가 개선되고 전 인류적 차원에서도 큰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가 하는 일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보람은 제 삶의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2015년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김명환 사장은 참 과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자리에 왔으니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요즘 근황을 묻는 질문에 ‘후배들이 발전해 나갈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 한다.
새로운 기술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앞으로는 어떤 기술이 떠오를지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 조직을 가다듬고, 서로 배운 것을 전달하자는 취지의 개발공유회를 만들어 상호 배움의 장을 제공해주고 있다.
“후배들에게 견고한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제게 주어진 미션입니다.”라는 그의 말을 통해 LG화학의 더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