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성공사례는 기업의 연구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성공프로젝트를 기술혁신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독점적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신제품 개발 전략 (주)대동이엔지
▲ 박경훈 이사 (주)대동이엔지
공동 작성_ 이동기 대표
((주)SBP전략경영연구소)
이정선 전문작가(프리랜서)
신화영 주임(KOITA)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교훈
미국 경영 전문가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내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역경에 처했을 때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한 회사는 살아남은 반면,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한 회사들은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용어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하노이 힐턴(Hanoi Hilton)’ 전쟁포로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미군 장교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의 이름에서 따왔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때 적군에게 잡혀 오랜 수감생활을 하다 생존해 돌아온 전쟁 영웅이다.
스톡데일은 암울한 감옥에서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제일 먼저 죽은 사람은 쉽게 예상되듯이 비관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희망으로 충만한 낙관주의자들이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도 아니다. 추수감사절 때엔 나가겠지, 크리스마스 때까진 나가겠지, 낙관주의자들의 이런 현실성 없는 희망이 계속될수록 희망이 꺾이는 횟수도 늘어난다.
실망과 좌절의 횟수가 늘어 희망의 우물이 완전히 말라버리면 그대로 힘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바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희망도 자주 꺾이면 독이 된다는 뜻이다.
경영의 불확실성과 치열한 제품·기술 경쟁 등의 어려움이 많은 오늘날, 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성공을 꿈꾸는 기업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고 있다.
위기극복 리더십 4가지 유형
저성장과 장기 불황을 극복할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지금 최고경영자(CEO) 혹은 연구개발의 책임자가 가져야 하는 리더십은 크게 7가지로 정리된다.
그 가운데 중요한 4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목표에 기반한 경영전략과 계획에 대한 변함없는 소신을 가지고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하되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
기업들 중에 당해 연도 혹은 중장기 경영목표를 가벼이 여기는 경우들을 종종 목격한다.
가령 매년 수립하는 사업계획과 목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세계 경기 둔화와 내부 인력의 이탈 및 노사분규 등 경영여건의 악화 등을 이유로 저조한 실적을 당연시 한다.
이렇게 어떤 문제를 당연시하면서 스스로 포기하거나 양보할 경우 사업전체가 흔들리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의 계획 시점에서부터 경영목표의 달성을 저해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석하고 인식함은 물론 상시적 점검과 대응 등 끊임없는 관리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목표 달성 의지가 내·외부 환경에 따라 좌절되거나 꺽이지 않고 도전과 열정 등 내부의 에너지가 식지 않도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현 시점에서 대등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와 경쟁하기보다는 기술적 차별화에 집중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존속과 유지를 위하여 당장의 실적에 기댈 수 있는 제품과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미래 시장에서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제품력을 확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시장은 ‘이 정도의 제품이면 경쟁해 볼 만하겠다’의 수준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우위성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차별화 포인트가 ‘가격’이라고 해서 무작정 경쟁제품보다 낮은 가격의 제품으로는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할 뿐더러 기업의 장기적 생존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
결국 ‘저가격화’ 전략 역시 향후 시점에서의 시장·고객이 요구하는 독특한 기능과 기술력이 기반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는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품 고유의 특성과 그에 따른 기술력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장과 고객의 미세한 변화와 요구(Needs)에 집중하여 새로운 기회가 자연스럽게 창출될 수 있도록 내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통적이면서 오랫동안 유지해 온 사업영역의 경우 시장의 미세한 니즈와 변화에 둔감해진다.
‘저런 상황은 과거부터 으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라는 생각이 변화를 가로 막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술적 한계나 규제 때문에로 새로이 이슈화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연관기술의 발전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성공한 신제품 가운데는 시장의 ‘사소한 요구’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들이 수없이 많다.
마지막 넷째는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이 강화될 수 있도록 경영자는 솔선수범하고, 추진축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의 경영여건이 좋지 못하면 가장 먼저 내부 직원의 ‘손길과 발걸음의 분주함’이 떨어지고, 그것은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면서 조직의 힘이 분산되게 한다.
이때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하고 의사소통의 핵심이 되어 내부의 에너지를 관리해야 한다.
혁신 활동의 확산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먼저 대화와 의견을 제시하여 내부의 소통을 이끌어야 초기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된다.
실제로 얼마 전 국내 한 기업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개방형 혁신체계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전혀 활성화 되지 않아 고민하던 상황에서 한 신입직원이 연구개발과 관련된 질문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최고경영자가 직접 답변을 올리자 다양한 계층과 연관 조직에서 의견과 해결 방안을 공유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조직문화 활성화의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장의 어려운 경쟁 환경 속에서 ‘타사와 동일한 제품 또는 특허 확보가 가능하지 않은 제품은 절대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대동이엔지의 연구개발 과정과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브리오 댐퍼(Brio Damper) 개발과정과 성공
대동이엔지는 어태치먼트(Attachment)라 불리는 굴삭기 장착 제품군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반을 깨는 유압 브레이커(암반 분쇄기) 종류인 해머(Hammer)와 리퍼(Ripper) 등을 주로 생산한다.
특히 해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균열이 있거나 약한 지반을 뚫는 리퍼는 세계최초 ‘진동’이라는 개념을 착안해 세계 50여 개국에 판매 중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32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며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장영실상을 수상한 제품은 굴삭기의 암 끝단에 장착되는 기계장치로 유압 브레이커(Breaker), 버킷(Bucket) 등 다양한 어태치먼트를 장착할 수 있는 부속품인 ‘브리오 댐퍼(Brio Damper)’다.
중장비인 굴착기에 충격이 지속되면 장비가 망가질 수 있고 작업자의 피로도도 가중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작업 때 발생하는 충격을 90% 이상 완화해줘 굴착기 수명을 연장하고 작업자의 피로도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대동이엔지 관계자는 “후발 경쟁주자가 등장할 수 있지만 굴착기 암에 부착하는 어태치먼트의 반력을 95% 이상 상쇄할 수 있는 기술을 쉽게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기술력에 있다.
대동이엔지의 기술기반 확보 과정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창업자 박정열 대표이사의 과거 경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박 대표는 자동차 정비사와 군복무시절 중장기 병과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건설기계 제조회사에서 근무했었다.
수입제품의 수리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엔지니어로서 한계를 느끼고 영업을 배우기 위해 지금은 문을 닫은 대농중공업이라는 회사로 이직해 유압 브레이커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영업에 문외한인데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6개월 동안 단 한 대의 제품도 팔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엔지니어 출신 영업사원인 그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래처의 제품이 고장 나면 부품을 구해 직접 수리를 해주자 ‘영업사원이 제품 수리도 가능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판매실적은 한 달에 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불황의 여파로 다니던 회사가 폐업하자 직접 창업에 뛰어든 박 대표는 그동안 체득한 기술 노하우와 지식을 활용하여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헤머)을 직접 개발하게 되었다.
이후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수입산에 비해 두 배의 가격 경쟁력을 가지면서 첫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첫 성공 후 대동이엔지는 차기 신제품 개발 대상을 진동 리퍼(Ripper)로 정하고 현장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토로했던 작업상의 어려움과 고충을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유압 브레이커와 같은 기계장치에서 발생되는 진동/충격이 사용자들의 신체적 고통을 가중시킴은 물론 굴삭기 자체의 내구수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동안 제품개발 과정에서 작업자의 건강 문제는 고려된 적 없던 상황이라 새로운 진동 래퍼 개발은 더욱 시급한 과제로 다가왔다.
대동이엔지는 굴착 작업 중 발생하는 반력을 상쇄하기 위해 유압과 같은 힘을 이용하지 않고 기계 메커니즘의 원리로 해결하는 것을 개발 목표로 삼았다.
이를위해 작업 중 발생되는 발생 반력을 50% 이상 상쇄하는 것을 목표 성능으로 2013년부터 설계, 시제품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현장 테스트 결과 발생 반력 50%에 턱없이 모자라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다시 연구개발로 피드백되어 수차례 재설계를 진행했지만 현장 테스트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연구개발 비용에 따른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개발 중단 얘기까지 나왔다.
회사의 대표조차도 개발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됐다.
일반제품에 적용하는 일자형 샤프트가 아닌 굴절식 샤프트를 적용한 결과 수직 반력을 수평운동으로 쉽게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굴착 작업시 발생하는 반력 중 95% 이상을 상쇄할 수 있었다.
운전자의 물리적인 근골격계 보호와 함께 굴착기 내구수명 확보가 가능한 획기적인 제품이 탄생된 것이다.
2013년부터 진행된 연구개발과정에서 기술 메커니즘의 구현, 부품 파손, 성능 불만족 등을 극복하기 위해 시험품 24개를 만들어 109번 실험을 실시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끝에 2015년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해외 바이어들 앞에서 시연한 결과 현장에서 발주 의뢰 및 주문생산 요청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신제품 개발 체계와 성공 요인
진동 리퍼와 브리오 댐퍼의 성공적인 개발, 그 이면에는 이 기업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그것은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포인트로 적용하고 있다.
(1) 시장·고객의 미세한 니즈에 맞춘 제품 개발
첫 번째 성공 포인트는 시장의 미세한 니즈에 맞춘 제품 개발 역량이다.
대동이엔지의 제품 개발 과정을 보면 제품을 기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데서 나아가 사용자 관점의 접근으로 장시간 작업에도 신체적 고통이 낮고 기계 자체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기능과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일반 기업들이 시스템을 중심으로 신제품 아이템을 생각하는 것과는 근원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또한 기존 시장을 중심으로 대체제품 개발에 주목(그림 4의 A 영역)한 연구개발활동에서 벗어나 신시장의 지속적인 창출과 대응을 위해 전혀 새로운 영역(그림 4의 B, C 영역)인 진동기술, 댐퍼 기술개발에 집중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영역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영역을 도전의 기회로 활용하는 역량과 사업적 기반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전략적 방향이라 할 수 있다.
(2) 핵심기술력 확보 및 신제품 개발 선도
두 번째는 핵심기술력의 확보 및 강화, 그리고 독자적 기술력 확보를 통한 신제품 개발에 있다.
창업 초기에 수입 대체품의 개발과정에서 분해, 조립, 설계, 시험제작 등 소위 기반기술을 확보한 대동이엔지는 기존제품으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에 한계를 인식하면서 독자적 기술의 선행 연구에 주력해 왔다.
특허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게되고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의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에 따라 타사가 하고 있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제품은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게 되었다.
리퍼 개발 역시 고주파 기술을 활용하여 미세한 진동을 결합한 진동리퍼로 차별화를 추구하였다.
자체진동을 발생하는 기술개발에 이어 진동을 흡수하는 브리오 댐퍼를 연구 개발하고 이렇게 확보된 진동과 충격 흡수기술을 기반으로 바이브레이터, 버킷, 롤러 등 다양한 신제품 개발을 전개해 오고 있다. 진동기술을 기업의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때는 신제품 판매 및 매출 확보를 위해 국내 대기업들과 OEM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사의 기술력을 부각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자체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그 결과 캐터필러(Caterpillar) 등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개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개발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내가 개발한 기술로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연구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3)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무한 반복을 통한 기술 내재화
세 번째는 연구개발 프로세스(Idea → 시장/기술성 검증 → 연구개발 → 제작 및 시생산 → 테스트)를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내재화 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게 연구개발 인력의 확보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발자들의 강한 인내심과 회사의 투자가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대동이엔지에서는 신제품/신기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가장 먼저 기술과 시장성에 대한 가능성 검증작업에 들어가다.
그 결과에 따라 내부 검토가 완료되면 곧바로 제품의 설계와 해석 등 연구개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부 특수 부품이나 가공이 필요한 부품,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면 협력사에 개발 혹은 제작을 의뢰하고 나머지는 곧바로 내부에서 시험제작에 돌입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제품은 A/S팀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A/S팀은 평소 고객들의 불만이나 사용상 문제점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최일선 팀으로서 실제 작업 환경을 고려한 동일한 현장 상황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때 한번의 테스트로 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다. 대기업처럼 실제 상황을 반영한 기계장치들이 갖추어진 시험제작실과 테스트 파트 등이 없다 보니 실제 사용환경과 동일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가령 추운 지방에서 사용될 제품이면 겨울 혹한기를 기다렸다가 비로소 테스트를 실시한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얻는 것은 의외로 많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분해와 조립을 반복하고 재설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기계에 대한 이해와 시험제작, 테스트 기술, 그리고 생산에 관한 노하우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4) 명확한 목표의식과 추진력
마지막 네 번째는 명확한 목표 의식과 그에 따른 전략적·조직적 관점에서의 일관된 추진력을 들 수 있다.
대동이엔지는 일반적으로 제품의 원가를 낮추거나 성능이나 원가 비중을 30% 개선시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50%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어떨까? 보통의 기업들에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에 대하여 원점부터 재검토하고 부품이나 소재에 이르기까지 전체 구성품과 제작의 전체 프로세스를 재설계 혹은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브리오 댐퍼의 반력 목표를 50% 이상으로 설정한 대동이엔지에게도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초기 설계제품의 반력은 목표의 절반 수준인 약 25~30%에 그쳤다.
그 정도의 개선 효과로는 기존의 제품들과 비교할 때 크게 장점을 부각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동이엔지는 재설계와 분해·조립과정을 무한 반복했다. 그래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포기 일보직전의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비로서 해결의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번도 흔들린 적 없는 명확한 목표의식과 끝까지 도전을 이어나가는 추진력이 가져온 결실이었다.
시사점
이제 대동이엔지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과 기술환경하에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기계에 관련기술 적용에 속도를 내는 한편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추진하는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지역적 특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영업이익의 20%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등 기술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록 작은 연구소와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이들이 추진해 온 결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모든 신제품 개발은 독창적이고 독점적 기술이 기반이 되거나 확보할 수 있는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면 제품의 경쟁력 또한 글로벌 수준에서 객관적으로 비교되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와 같이 중소기업에게 사업의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평가에 가점을 주는 등의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타 기업(해외기업 포함)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하지 않는다’ 거나 ‘특허권를 확보할 수 없다면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다’와 같은 R&D의 원칙을 세운 것은 이 회사가 원천 기술 확보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저가격화를 위한 연구개발 역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일상에서 사용자의 사소한 니즈(Needs)에 주목하고 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니社(SONY)의 모리타 아키오 전회장이 남긴 “고객에게 묻지 말고 신제품으로 선도하라”라는 말, 그리고 포춘(Fortune,1995.5)紙에 실린 “Ignore Your Customer”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즉 오늘날의 제품개발은 고객의 “말” 보다는 고객의 “행동” 패턴을 중시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1980~1990년대까지는 고객들에게 물어보고 그 의견이 반영된 제품의 개발이 목표였다면 오늘날의 기업들에게 이러한 활동은 이미 기본이며 더 앞선 제품·기술의 콘셉트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그들의 행동패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고객의 과거만 바라봐서는 고객의 생각을 앞서가는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트렌드를 뒤쫓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셋째, 지속적인 개선 연구와 제품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신제품이 시장에 출현하면 곧바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경쟁제품이 등장한다.
따라서 독창적이고 독점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해서 거기에 안주해서는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경쟁의 핵심을 분석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대동이엔지가 만든 브리오 댐퍼는 기존 제품에서 발생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작업자의 피로도를 개선하고 장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보급율을 향상시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을 통한 저가격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개발된 제품들에 대하여서도 공통된 시장 니즈가 있다면 그 기술들을 적용시켜 시장에서의 제품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지켜내는 것 또한 매우 어렵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기업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라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궁극적 ‘낙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신제품으로 시장에 승부를 걸고 그에 성공한 기업의 경우 보통 시장이 형성되어 있거나 기술개발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대상에 한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곧바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과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소 크더라도 한 세대를 앞선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한 세대를 앞선 도전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2배, 3배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끈기있게 고민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대동이엔지가 브리오 댐퍼의 개발과정에서 발생 반력의 저감목표 50% 달성을 위한 수많은 실험과 재설계에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포기하려던 순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