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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왜 겨울철 불청객이 되었나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글_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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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는 꼭 유럽을 연상시킨다. 투명한 햇살이 비치는 맑은 날 대신 우중충한 날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실제로 지난 가을 기상청에서 발표한 시정거리 측정 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지역에서 시정거리가 20㎞ 이상으로 관측된 일수는 총 19일에 불과했던 것.

지난 4년간 같은 기간 동안 시정거리 20㎞ 이상인 날이 평균 43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시정거리를 줄어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미세먼지다.

날씨가 추워지면 미세먼지가 더 심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름철엔 비에 의해서 씻기거나 높은 습도로 인해 농도가 낮지만, 겨울철엔 대기 정체로 인해 미세먼지의 농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경우 전체 가정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아직도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서 불을 피운다. 그것이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날아와 겨울만 되면 하늘을 뿌옇게 가려버린다.

지름이 10㎛ 이하면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해서 부른다.
 
보통 외부에서 인체로 들어오는 이물질은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진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크기가 너무 작아 호흡기를 그대로 통과해 체내에 쉽게 축적된다.

따라서 미세먼지는 건조한 코와 기관지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켜 감기 및 폐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목이 칼칼하면서 따갑고 기침증상을 동반하는 후두염까지 걸릴 수 있다.

더구나 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포 끝까지 침투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초미세먼지는 모세혈관을 통해 바로 혈액 속에 섞이므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은 물론 대사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더욱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2013년에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또한 미국 암학회는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경우 전체 사망률은 7%, 심혈관 및 호흡기계 원인에 따른 사망률은 12%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인하대병원 및 아주대 공동연구진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탓에 수도권에서만 1년에 성인 1만 5,000여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유럽과 비교할 경우 3배 정도 높은 수치인 셈이다.

환경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세먼지는 아토피피부염도 악화시킨다. 미세먼지가 1㎍/㎥ 증가할 경우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평균 0.4% 증가한다는 것.

또한 아토피피부염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계절별로 달라지는데, 겨울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증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중국 외에도 다양하다. 승용차를 비롯해 화물차, 건설장비 등에서 내뿜는 배출가스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보유대수는 2014년 기준으로 세계 15번째에 해당할 만큼 많은데, 수도권 미세먼지의 77%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등의 엔진에서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경제성이 가장 뛰어난 발전원인 석탄화력발전소도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총 전력 생산량 중 39.2%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들 만큼 석탄을 많이 땐다.

그밖에도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분진, 공업단지에서 나오는 굴뚝 연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비롯해 심지어 숯가마 찜질방이나 직화구이 음식점 등에서도 미세먼지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준은 꽤 심각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당 30.3㎍으로 36개 회원국 중 칠레, 터키, 폴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나쁘다. OECD 평균이나 WHO의 기준에 비해 1.5배가 넘는 수준인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에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기하고, 신규 석탄발전의 전력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환경설비 등을 보강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정부는 2017년부터 3년간 423억 원을 투자해 미세먼지 대응 기술개발을 추진할 범부처 단일사업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또 국가의 R&D 역량을 집중해 미세먼지의 발생부터 유입, 측정, 예보, 집진, 저감, 보호 대응 등에서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특히 미세먼지 예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당 100㎍ 이상일 때는 어린이 및 노인, 호흡기질환자,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외출을 최대한 삼가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의하면 황사 마스크는 0.04~1.0㎛의 먼지를 80% 이상 제거할 때 허가하도록 되어 있어 미세먼지는 물론 일부 초미세먼지까지 거를 수 있다. 황사 마스크는 1회용이어서 세탁한 후 착용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또한 황사 마스크를 구입할 때는 ‘의약외품, 황사방지용’이라고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착용법에 따라 적정하게 착용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중금속이나 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 세정제로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며 양치질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서 하는 실내 환기도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청소기를 사용하면 빨아들인 먼지 중 미세먼지는 다시 배출되므로 실내 청소시에는 가급적 물걸레를 사용해야 한다.
 
그냥 물걸레질을 하는 것보다 먼저 분무기로 실내에 물을 뿌린 후 닦아주면 대기에 비가 내린 것처럼 날아다니는 미세먼지를 어느정도 제거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실내의 습도를 높여주는 역할도하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실내에서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 등의 식물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산호수와 벵갈고무나무의 잎에 윤택이 나게 하는 왁스 층에 미세먼지가 달라붙거나 잎 뒷면의 기공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아무것도 없는 방에 초미세먼지를 투입하고 4시간이 지난 후 그 양을 측정한 결과 44% 정도 줄어들었다.

자연적으로 감소한 양인 셈이다. 반면에 산호수를 들여놓은 방은 70%, 벵갈고무나무를 넣은 방은 67% 정도 미세먼지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