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미래 일자리
▲ 이동현 선임연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기술혁신에 따른 기존 일자리 소멸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대신 4차 산업혁명의 동인이 되는 소프트웨어 혁신 방향과 속성을 파악하여 미래에 새롭게 등장하는 신(新)직업이 무엇이 있을지 전망해보고 그에 대비한 교육 체계 정비 및 인력 양성 방안을 빠르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들어가면서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일자리가 급감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까지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옥스퍼드대의 프레이와 오스본은 미국 근로자의 47%가 10~20년 내에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직종에 종사한다고 발표했다.
동일한 연구프레임워크를 한국에 적용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이 수치가 무려 62.9%에 달했다.
이런 일자리 감소 현상은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기인하며, 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신·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의료, 법률 등 고숙련 전문 서비스직까지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 이전 과거 기술진보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기술혁신에 의해 생겨날 미래 일자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자리 소멸에 대한 두려움 대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 기회를 모색할 필요
소프트웨어 혁신의 3요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와 인터넷의 연결성이 극대화되면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세계의 융합을 통해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면서 산업이 태동하고 생산, 분배, 소비 등 경제 시스템이 변할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환경이 본질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인은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소프트웨어이며, 과거의 하드웨어의 보조적 수단에 머물던 기존 소프트웨어의 역할에서 벗어나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을 자동화, 지능화, 최적화, 유연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브레인으로서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소프트웨어 역할의 재해석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인간이 주변을 감지(Sense)하고 합리적으로 판단(Think)하며 목적을 실행(Act)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 3대 요소는 크게 ① 데이터통합, ② 지능화, ③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데이터통합이란 물리적 환경과 사물로부터 컴퓨터가 감지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를 수집하고 이종(異種)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지능화란 통합된 정보를 해석하여 상황을 이해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인터페이스는 판단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이 효과적으로 사물과 연결, 소통, 제어하여 목적을 실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이 과거와 차별화되는 3가지 핵심적인 차이는 ① 감지 범위, ② 자율 판단, ③ 실행력일 것이다.
첫 번째 차이점은 기존에는 인간의 오감에 의존하여 상황을 감지했으나 앞으로는 사물이 센싱한 데이터까지 활용함으로써 감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는 디지털 통합 기술을 이용한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 기술과 영상, 음성, 언어, 공간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이 핵심이 되어 수집, 활용하는 정보의 범위 확대가 비약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기존 소프트웨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복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미래 소프트웨어 기술은 학습을 통해 경험을 쌓아 돌발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법 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의 지능화 기술을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 정보를 이해하고 학습하고 진화할 뿐만아니라 스스로 기술과 상황을 유연하게 판단하고 진단하며 처방까지 제공 가능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기술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정보기기의 제어 및 동작에 집중하지만 미래 소프트웨어기술은 사물 간 소통을 위한 통신 기술, 동작, 음성 등 직관적인 UI 기술, 사물을 제어하는 응용서비스에의 적용을 통하여 모든 사물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고 신속하고 손쉽게 다양한 대상을 직관적으로 제어하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혁신은 다양한 미래 유망 분야의 밑거름으로 활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산업의 경쟁력이 점차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체 일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일자리 비중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포럼, 보스턴 컨설팅그룹, 가트너 등에서 공통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스마트카, 가상현실, 3D프린팅,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 5개 영역을 선정하여 가치사슬 분석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을 도출해보니 주로 소프트웨어 기술의 개발, 지원 및 활용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카는 스스로 환경을 파악하여 운전자를 보조하거나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지능화된 자동차를 의미한다.
미래에는 주행에 필요한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해석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며, 정확한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제어함으로써 인간의 개입이 불필요해지게 되고, 사물 인식,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확대될 것이다.
스마트카 산업이 활성화되면 교통 정체 해소, 주차 공간 절약, 교통사고 감소 등 개인·사회적 비용이 절감되고, 여가시간 증가로 미디어 산업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운송비 절감으로 물류시장의 개편이 예상된다.
스마트카 개발 단계에서는 센서 개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차세대 ECU 개발 등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지원 및 활용 단계에서 도로 정비 및 관리, 초정밀 지도 확보, 통신 인프라 구축 등의 기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에 필요한 사물 인식, 추론 및 예측, 주행 전략 수립을 위한 인공지능 전문가 및 도로, 신호, 스마트카에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야의 직업이 주로 생겨날 전망이다.
가상현실은 디지털 신호로 오감을 자극해 현실감 높은 체험을 유도하는 기술로 미디어, 교육, 의료, 군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다.
거실에서 온 가족이 함께 수동적으로 소비해 온 미디어 시청 행태가 가상공간에서 오감 체험이 가능한 맞춤형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를통해 게임, 미디어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제조부문 등 전 산업 영역에 가상현실 기술이 확산되어 활용되는 등 파급력이 클 것이다.
가상현실 시스템의 개발과 활용을 위해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유통 및 전송, 콘텐츠 소비에 필요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개발 과정에서는 각종 카메라, 그래픽 툴, 공간 스캐너 등의 기기 및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며, 지원 과정에서는 가상현실 콘텐츠 유통 및 판매 플랫폼, 대용량 데이터 전송 위한 압축 및 네트워크 기술 등이 요구되며, 활용 과정에서는 실감콘텐츠 재현을 위한 기기 및 소프트웨어가 소비될 것이다.
이를 위한 일자리로 가상공간 제작을 위한 그래픽 디자인, 렌더링, 스캐닝, 콘텐츠 플랫폼, 3D 재생기술 등 소프트웨어 관련 직업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며 이들은 주로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인 가상현실 콘텐츠 재현 시스템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의 도구도 제공하는 일을 수행할 것이다.
3D 프린팅은 디자인 파일을 이용하여 소재를 쌓아 제품을 제조하는 기술이며 과거에는 주로 시제품 제작에 활용되었으나 프린팅의 정밀도가 개선되고 소재가 다양화되면서 최종 제품의 제조에도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료 및 항공 분야 등 기존 제조방식으로 가공이 어려운 형상을 제작하거나 개인 맞춤형제품 등 생산 수량이 적은 경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3D 프린팅이 확대 적용될 경우 제조업의 밸류체인이 통합되고, 맞춤형 제조가 보편화될 전망이고 아이디어가 제품화되기까지의 시간이 급격하게 짧아질 것이다.
3D 프린팅의 개발과 활용을 위해 소재 분야의 혁신뿐만 아니라 3D 프린터 제어 및 도면 제작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필요하며, 또한 고속 정밀 제어,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3D 도면 제작 소프트웨어, 제품의 구조와 용도에 따라 적층법 자율 판단 알고리즘 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개발 및 활용 분야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인데, 이들은 사물을 디지털 파일로 전환하는 스캐닝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도면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적층 방식을 결정하는 인공지능 기반 제어 알고리즘을 고안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사물이 스스로 정보를 생성하고 생성한 정보를 사물 간에 서로 소통하며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물의 지능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센서와 프로세서를 탑재한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데이터를 교환, 분석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가 운전습관 데이터를 수집하여 보험을 판매하거나 냉장고 제조사가 냉장 공간을 분석하여 온라인 식료품 사업에 진출하는 등 기존 업체들이 자신의 고유 영역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신(新)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사물의 지능화를 위해서는 센서와 칩, 네트워크 관련 기술이 필요한데, 개발 과정에서는 저전력의 소형화된 각종 센서, 빅데이터를 전송 가능한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 빅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는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며,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분야별 다양한 사물인터넷 응용/활용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발굴되면서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여 가정, 사무실, 도로 등 일상 공간에서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일자리로는 사물 생성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및 플랫폼 개발자 등의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대폭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인터넷을 통해 원격의 데이터 센터와 연결하여 저장, 연산, 애플리케이션 등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2010년을 전후로 네트워크 고도화, 빅데이터 처리 등 기술 장벽이 해소되면서 아마존을 필두로 구글, MS, IBM 등이 클라우드 사업에 본격 진출하였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기업은 초기 투자 없이 IT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시스템 운영 인력을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IT 시스템의 총 소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 가상화, 분산처리,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 관리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이 요구된다.
개발과정에서는 기존 컴퓨팅 환경 대비 높은 성능과 저렴한 비용을 구현하기 위해 서버 가상화, 분산처리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지원 및 활용 과정에서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PaaS(Platform as a Service), SaaS(Software as a Service) 제공을 위해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분야의 미래 일자리로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와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직업이 유망하며, 대표적인 예로 서버 가상화 개발자, 분산처리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전문가,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자,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준비
기술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찬반 논쟁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오래된 주제이다.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동시에 과거에는 없던 직업을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왔다는 것이고, 이들 신(新)직업군은 일하는 방법이 과거 대비 크게 변화하고, 직무수행을 위한 필요 기술 또한 기존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5개 미래 유망 분야에서 생겨난 미래 일자리의 공통된 특성 한 가지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인지력, 판단력, 실행력을 높인 새로운 형태의 지식노동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사물이 수집한 데이터까지 활용하여 인지 범위가 넓고, 풍부한 데이터와 다양한 외부 변수까지 고려하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정확히 판단하며, 만물을 손쉬운 방법으로 제어 및 실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지식노동자와 구분된다.
글을 마치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언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소프트웨어 교육 및 인재 양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데이터통합 기술, 인터페이스 기술에 전문화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교육의 내용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일자리 지형 변화모습을 상시 파악하고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들이 신직업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롭게 필요한 기술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 전환 프로그램도 고려해볼 수 있다.
끝으로 체계적인 중장기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보다 정교한 일자리 수급 전망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