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4차 산업혁명의 서비스 제공 기술
▲ 임일 교수 연세대학교
이 글에서는 가상의 정보를 현실 세계에서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다룬다.
가상의 정보와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이 4차 산업의 핵심이라고 볼 때 정보를 다루는 가상의 세계에서 분석된 결과가 현실의 세계에서 실제로 실현되도록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가상현실/증강현실, 3D 프린터, 블록체인, O2O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들어가면서
4차 산업혁명이 현실과 가상의 정보의 상호작용과 결합이라 할 때 정보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가상의 정보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가상의 정보를 물리적인 제품으로 바꾸거나, 현실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주어야 한다.
이 글에는 4차 산업혁명에서 사용되는 기술 중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술에 대해서 설명한다.
가상현실/증강현실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현실과 비슷한 영상을 컴퓨터가 만들어 내서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러한 가상현실 그래픽 기술이 많이 사용된다. 비즈니스 분야로 옮겨와서 보면 온라인 게임이 모두 가상현실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세계나 주인공이 모두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과 관련해서 최근에 큰 관심을 받는 회사로는 오큘러스(Oculus)가 있다. 페이스북이 2014년에 약 2.5조 원에 인수한 이 회사는 그림 1의 화면에 보이는 것과 같은 장치를 만드는데, 이 장치를 머리에 쓰면 3D 입체 화면이 표시된다.
또한 자이로스코프가 내장되어 있어서 사용자가 머리를 움직이는 것을 아주 정확히 감지해서 그에 맞게 화면을 움직이다. 예를 들어 고개를 숙이면 아래쪽 장면이 보이고,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의 장면이 보이는 식이다.
그래서 사용자는 마치 자신이 실제 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가상현실이 가장 잘 적용될 분야는 엔터테인먼트이다. 게임을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 중계 등도 가상현실 장비를 사용하면 매우 실감 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말로 현실감이 있는 그래픽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더욱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에서는 모든 것을 컴퓨터가 만들어 내는데 비해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은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가상현실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공간인 반면, 증강현실의 공간은 실제의 공간을 기반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실제 공간, 즉 현실에 각종 부가적인 정보를 추가시켜 만든 공간이 바로 증강현실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에 시연을 한 홀로렌즈(Hololens)라는 기기가 좋은 예이다.
아주 간단한 증강현실의 예로는 얼마 전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고(Pokemon GO)라는 게임이 있다.
포켓몬고는 사용자의 위치를 감지해서 특정 위치에서 나타날 포켓몬을 미리 지정해 놓고 사용자가 그 위치에 도달하면 사용자의 실사 영상 위에 해당 포켓몬이 겹쳐서 표시되도록 하는 증강현실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아주 별개의 기술은 아니다.
현실과 가상의 정보 혹은 세상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서 100% 가상 정보이면 가상현실이 되고, 가상 정보가 0%이면 그냥 실사영상, 가상정보가 0%에서 100% 사이로 적절히 섞이면 증강현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D 프린터
3D 프린터는 입체적인 물건을 프린트하듯이 찍어내는 기계를 말한다. 우리가 쓰는 보통의 프린터는 잉크를 정해진 글자나 이미지 형태대로 종이 위에 뿌려서 문서를 인쇄하는 데 비해서 3D 프린터는 잉크 대신 플라스틱이나 금속과 같은 실제 물질을 가루나 액체 형태로 뿌려서 입체 물건을 만들어 낸다.
얼마 전에 3D 프린터를 실제 활용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 2014년에 국제 우주정거장에(ISS)서는 지구에서 보내 준 설계도를 사용해서 우주정거장에 있는 3D 프린터로 공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 화성 탐사와 같은 장거리 우주여행에서는 3D 프린터와 원료만 가지고 다니며 필요한 부품이나 공구를 그때그때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 실험은 의미가 크다.
3D 프린터를 가능케 하려면 우선, 플라스틱이든 금속이든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모양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만들어진 모양이 굳어져서 실제 물건이 되도록 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다.
가장 초기의 기술은 플라스틱을 가루 형태나 열을 가해 녹인 액체 형태로 분사하여 정해진 모양에 따라 한층 씩 쌓아가면서 굳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잉크젯 프린터가 잉크를 정해진 모양에 따라 뿌려서 그림을 그리듯이 플라스틱 가루나 액체를 정해진 모양에 따라 뿌려서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3D 프린터는 이것을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 만들어진 모양 위에 그다음 층을 만들고, 또 그 위에 그다음 층을 만드는 식으로 수많은 얇은 층(각 층의 두께는 약 0.01~0.1㎜)을 겹쳐서 3D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한 금속 가루를 한 층씩 쌓아가면서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 금속으로 된 물건도 만들어내는 3D 프린터가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특수 레이저에 반응하는 액체 형태의 원료를 원하는 형태로 레이저를 쏘아 그 부분만 굳게 함으로써 모양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계속되는 기술 개발로 현재에는 플라스틱, 금속뿐 아니라 세라믹, 유기물질, 종이, 탄소섬유 등도 3D 프린터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최근 기술로는 세라믹과 같은 무기질뿐 아니라 단백질이나 지방과 같은 유기질을 프린트하는 소위 바이오 프린팅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Modern Meadow라는 회사는 인조고기를 프린트하는 기술을 소개하였고, 아시아 최고의 부자인 리자청이 여기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근육과 같은 생체 조직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터도 가능하다.
또한 골절 환자의 뼈를 정밀하게 스캔한 후에 뼈를 고정하는 철심을 환자의 뼈와 정확히 맞도록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제작하여 시술함으로써 수술의 정확도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이나 금속 대신에 단백질을 성형하는 프린터를 사용하면 인공장기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온라인 금융 분야에서 최근 가장 관심을 받는 기술 중의 하나는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가상화폐에 적용되고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블록체인은 어떤 증명서의 발급과 확인을 중앙의 단일 기관이 아닌, 참여자(기관 혹은 개인)들이 다 같이 공동으로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하나의 증명서(가상화폐일 수도 있고 여권일 수도 있다)가 발급되면 그 발급기록이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의 서버에 동시에 기록되고 변경사항(예를 들어, 가상화폐는 돈의 지불, 여권은 인적 사항의 변경 등)이 발생하면 이 변경사항도 동시에 기록된다.
이때 변경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검증을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특정 금액의 가상화폐를 지불할 것을 요청하면 모든 참여자의 서버가 각자 가지고 있는 정보와 대조해서 A라는 사람이 충분한 잔액이 있는지, B라는 사람은 적절하게 등록되어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확인한다.
모든 참여자가 승인을 해야만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 거래의 기록은 다시 모든 참여자가 공유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화폐나 증명서를 위·변조하려면 모든 참여자의 서버에 있는 기록을 동시에 해킹해야만 이러한 검증 절차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전통적인 방식의 가상화폐는 검증과 관리를 중앙 집중적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서버만 해킹하면 위·변조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는 블록체인이 주로 가상 화폐에 적용되고 있지만 여권과 같은 증명서나 회사의 멤버십 포인트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이 적용된 가상화폐는 오프라인의 지폐와 같은 실물화폐와는 달리 거래에서 정보처리만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작은 금액의 복잡한 지불과 거래, 즉 Micro Payment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혹은 Offline to Online)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사람에 따라 온라인을 앞에 두기도 하고 오프라인을 앞에 두기도 하는데, 현재는 순서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O2O 서비스가 카카오택시나 우버(Uber)와 같이 교통편을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가장 큰 O2O 서비스 중 하나가 에어비앤비(Airbnb), 우버와 같은 유휴자원(숙박, 자동차 등)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는 용어로 많이 불리는 이와 같은 서비스는 자원이 남는 사람과 그 자원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줌으로써 양측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돈을 벌고 있다.
O2O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O2O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정보를 다루는 가상의 세상이 더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나타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세상과 가상 정보의 결합이 제조업에서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Industry 4.0이라면, 서비스에서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 O2O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기존의 호텔이나 택시 서비스와 다른 점은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전문적인 기업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유휴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경제활동은 예전부터 존재하였다.
빈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민박이나 출퇴근 방향이 같은 사람끼리 연결해서 자동차를 같이 타도록 하는 카풀(Car Pool)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과 O2O의 가장 큰 차이는 서비스의 규모와 거래의 복잡함이다. 과거의 민박은 관광지와 같은 제한된 곳에서만 이루어졌고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풀도 같은 방향으로 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서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휴가나 야근과 같은 변동 사항이 생겼을 때 이를 조정하는 문제와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O2O는 서비스 대상이 전 세계이고 또한 비용계산이나 결제, 자동차 운행 경로, 체크인/체크아웃 시간의 조정 등 복잡하고 세밀한 조정이 정보의 처리로 이루어질 수 있어서 크게 활성화되었다.
앞으로 숙박이나 교통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비슷한 O2O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글의 일부 내용은 ‘임일, 4차 산업혁명 인사이트, 더메이커, 2016’에서 인용, 보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