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 화장품 제도의 글로벌 대응 전략
▲ 이명규 전무이사
대한화장품협회
우리나라의 화장품 산업은 한류열풍과 수출지역의 다변화에 힘입어 수출액 29억 달러를 달성하였으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나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화장품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규제 격차를 줄이고 국제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화장품 제도의 글로벌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들어가면서
과거 내수 중심의 대표적인 무역적자 산업으로 여겨지던 우리 화장품 산업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매년 급성장을 거듭해오고 있으며, 최근 5개년 평균 37.5%의 수출 성장률을 달성하며 수출액 29억 달러를 넘어서는(2015년 기준) 세계 화장품 수출 강국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화장품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과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게 되었다.
아울러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수출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미국, 프랑스, 미얀마 등으로 확대되어 수출국이 다변화하고 있으며 화장품 종주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화장품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성장에는 국내 기업들의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창의적인 마케팅의 힘이 크다.
최근에는 마스크팩, BB크림 등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에어쿠션은 화장품을 선도하는 유럽 화장품 시장에도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등 명실 공히 국가대표 화장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류에 힘입어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수출국 시장에 대한 이해, 시장 트렌드의 빠른 분석과 함께 수출국의 화장품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화장품은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물품으로 각국마다 화장품 관련 법령이 있으며, 법령에서는 화장품의 범위, 원료의 사용(배합금지 원료, 보존제·자외선 차단제 색소 등 사용제한 원료 등), 용기 등의 기재 의무사항 등 제품과 관련된 사항을 정하고 있으며, 제품의 등록, 제조업자·수입자 등의 신고 등 관련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내 화장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제도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외 화장품 관련 제도의 이해
우리나라의 제1의 수출국인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관점에서 몇 가지 선행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중국은 세계 유명 화장품 기업들의 각축장이며, 규제가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이므로 시장 진입 전 사전 규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중국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국가와는 달리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기사용허가원료 목록이 정해져 있으므로 제품의 처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아울러 특수용도화장품의 경우에는 사전 CFDA의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에는 1년 내지 길게는 2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비특수용도화장품의 경우에는 사전 등록에 평균 6개월~8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허가 등의 완료 시점을 고려하여 시장 출시 시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화장품 선진국으로 사전규제는 많지 않지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와 독특한 효능·제형 등을 통한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하다.
사전 규제가 거의 없는 미국의 경우에도 색소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사용 전 FDA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일부 색소에 대해서는 인증을 면제하고 있지만 인증이 면제된 색소의 경우에도 미국 연방법에서 규정한 규격, 사용 목적, 사용 부위 등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에 대해서는 포장의 표시 의무사항과 표시 위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원료 사용에 대한 유럽의 REACH(화학물질 관리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유럽 시장에 출시되는 화장품에 대해서는 PIF(화장품 제품 정보파일)을 작성하여 보관하여야 한다.
PIF에는 제품에 대한 기본 정보와 안전성평가보고서, GMP에 따르는 제조 방법, 효능·효과와 관련된 근거자료 등을 포함하여 작성·준비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각국의 제도와 법규가 서로 상이하므로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 성장의 가속화와 세계 시장에서의 국내 화장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각국의 제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국내 제도의 국제 조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제도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나라 화장품 제도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첫째, 기능성 화장품의 확대
기능성 화장품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우리나라에서 기능성 화장품은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세 가지 유형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간 새롭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나 사회 환경, 새로운 기술의 발달은 빠르게 변화하는 데 비해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세 가지로 한정되어 있어 새로운 유형의 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금번 화장품법 개정(2016.05.29.)으로 염모제, 제모제, 탈모방지제 등의 일부 의약외품과 아토피, 여드름, 튼 살 관련 제품 등이 기능성 화장품에 포함될 예정이며, 현재 하위법령에 대한 개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구조의 고령화, 웰빙 트렌드, 미에 대한 관심 증가로 기능성과 친환경성을 강조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화장품의 미래 시장은 고기능성(Cosmeceutical) 화장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으로 화장품에서의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색소의 확대
국내에서는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색소가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제한적이었으며, 특히 일시 염모제 등 두발에 사용할 수 있는 색소가 외국에 비해 제한적이어서 새로운 제품 개발이 어렵고 제품의 경쟁력이 위축되어 있었다.
이에 최근 안전성이 입증된 일시적 염모용 화장품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색소 25종이 신규 추가(2016.06.24. 시행)되어 색소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아울러 외국 제도와 동일하게 착색제로서 TiO2의 사용 한도 25%가 폐지(2016.04.15. 시행)되어 컨실러, 스킨커버 등의 고커버 제형과 고함량의 펄 아이섀도류 제품 및 커버력이 뛰어난 파운데이션, 팩트의 개발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행정처분 기준의 합리적 조정
화장품은 의약품, 식품 등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위해도가 적은 물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 수준이 의약품 수준으로 행해져 왔으나, 이에대한 개선은 화장품법 제정 이래 거의 없었다.
이에 산업계의 지속적인 개선 요청으로 다른 법령과의 비교를 통해 화장품 법령 상 행정처분 기준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될 예정으로 이에 대한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2016.08.11.) 되었다.
입법예고 된 내용에 따르면 제조업자·제조판매업자 및 그 상호, 제조소·제조판매업소의 소재지, 제조 유형 등의 변경등록을 하지 아니한 경우와 화장품의 기재사항 중 일부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 등 안전과 관련이 없는 위반 사항에 대하여 처분 기준이 경감되었으며, 유통화장품 안전관리 기준 등의 위반과 제조소 시설 기준 위반 등에 대해서는 위반 내용을 세분화하고 경중에 따른 처분을 차등화하여 현행 처분 기준이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3월에는 행정처분에 따른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대상에 제조판매업자 소재지 변경등록을 아니한 경우, 기재·표시위반 경우,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물질이 혼입 또는 부착된 화장품 판매 등의 경우, 기능성 주원료 함량 부적합(5% 미만)의 경우가 추가되어 과징금 부과 처분 대상이 확대되었다.
넷째, 기업의 업무 효율성 증대 및 수출 지원 등을 위한 제도 개선
단상자 포장, 세트 포장 등의 2차 포장 또는 수입제품의 국문라벨 부착 등의 표시 공정이 제조업 등록 대상에서 제외(2016.02.03. 시행)되어 업무 효율성 증대가 예상되며, 제조업자 또는 제조판매업자의 교육 명령시 대표자 교육명령의 경우 대리교육 대상자(제조판매관리자, 품질책임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2017.02.04. 시행) 하여 대표자 교육에 대한 부담이 일부 경감되었으며, 소규모 업체(직원 수가 10인 이하의 제조판매업체)의 경우 자격을 갖춘 대표자가 제조판매관리자를 겸직할 수 있도록(2016.06.30. 시행) 하여 화장품 제조판매 관리자 고용 부담이 완화되었다.
향후에도 화장품 제조판매관리자의 자격을 화장품 관련 학과에서 이공계로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제조판매관리자 고용 용이가 기대되는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계속될 예정이다.
또한 수출용 제품에 대한 기능성화장품 심사 면제(2016.05.29. 시행)로 수출이 용이해졌으며, 화장품포장의 기재·표시사항에 있어서도 사용시 주의사항 문구 중 불필요한 문구를 삭제하여 간소화하는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고 있음에 따라 소비자에게 의미전달을 용이하게 하고, 제품 디자인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전망 및 대응 방안
최근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는 환경오염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건강한 피부 연출에 도움을 주는 자연주의 화장품, 각 개인의 취향과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개발·공급하는 맞춤형 화장품, 다양한 디바이스와 결합된 과학적인 화장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맞춤형 화장품 판매에 대한 제도화와 천연화장품의 정의 등에 대해서도 제도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화장품의 연구개발 촉진과 현재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규제 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 및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표시·광고 제도의 개선 또한 추진이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사회·환경문제가 다양해지고 기업에 대한 평가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보호, 환경오염 및 환경문제 해결 등 기업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동물실험의 금지 또는 최소화 노력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등의 유통판매를 금지하도록 화장품법이 개정(2016.02.03.)되었으며 2017년 2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도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에 대한 자율규약”, “트리클로산(Triclosan)에 대한 자율규약” 및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에 대한 자율규약” 등의 제정을 통해 스스로 소비자의 안전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국내 화장품 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여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화장품 관련 법규 및 제도가 다각적으로 정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선과 변화를 통해 국제적 조화를 이루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