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화장품 소재의 동향과 전망
▲ 신송석 연구소장
(주)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새로운 화장품의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의 발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자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독점 소재에 대한 심화 연구를 통하여 고객들과 소통하고 타사 제품들과의 차별성을 구축해 가고 있다.
최근의 화장품 소재 개발 연구 동향과 인사이트를 통해 향후의 개발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경제적인 성장과 함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산업은 전체적으로 다른 제조업에 비하여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도 날로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 진출 역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객들의 화장품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및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화장품 소재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피부세포의 분화와 노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보호와 미백 메커니즘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피부과학에 대한 기술적인 진보도 많이 이루어졌다.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름 개선 및 미백을 위한 기능성 소재들이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화학, 저분자 중심의 소재 연구에서 벗어나 생물전환, 발효와 같이 Biotech 기반의 연구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공정기술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화장품 소재 개발과 관련하여 최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의 개발 전망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안심감을 제공할 수 있는 소재
최근 화장품 소재의 가장 큰 동향은 천연 유래에 대한 선호라고 할 수 있다.
식약처의유기농화장품 기준에 관한 고시안에 나와 있는 원료 기준에 따르면 천연원료의 정의는 식물원료(해조류, 균사체 포함), 동물에서 생산된 원료(동물자체 제외), 미네랄 원료(화석연료 유래 제외, 자연적으로 생성된 물질)를 허용하는 물리적&화학적 공정을 이용하여 생산된 원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천연의 느낌을 갖는 원료를 천연원료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천연 유래 소재가 합성 소재에 비하여 안전하다는 근거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고객들은 천연 유래의 소재에 대해서 보다 안심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노케미(No-chemi)족 이라는 신규단어가 생길 정도로 화학 물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차가운 상황이다.
겔랑의 오키드가 천연 소재 개발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위치한 오키드 전문연구 기관인 오키다리움에서 세계적으로 굉장히 귀한 난 품종 중의 하나인 오키드의 재배 및 피부에서의 잠재력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10년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천연 소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분자 추출물 기술을 접목하는 등 최상의 효과를 전달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천연 원료 개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측면에서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천연 원료는 기존의 합성 원료 대비 성분의 순도가 떨어지거나 대부분 복합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원료의 품질 관리를 위한 세밀한 지표 설정이 필요하다. 원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물 관리부터 다양한 성분 패턴에 대한 관리와 주요 지표 성분 설정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천연 원료는 오랜 기간 상온에 보존하는 화장품의 특징으로 열과 빛에 의해 안정도가 떨어지게 되어 품질이 저하된다.
이런 과정 중 천연 원료의 고유한 향취는 비선호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천연 유래 원료 추출·가공 등의 제조 공정 기술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방부제나 실리콘과 같은 기존의 화장품 소재를 천연 유래 소재로 대체하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과 병행하여, 기존의 소재를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일대 연구진에 의하여, 안전성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유기계 자외선을 차단제를 Bioadhesive 성분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각질층에 잘 부착되어 피부 흡수를 줄이고, 물에 씻기지는 않지만 수건으로 닦으면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게끔 성질을 조절하여 보다 안심감을 높일 수 있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소재 개발의 주요 키워드 지속가능
지속가능(Sustainability)이란 사회, 경제, 환경의 고유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지속가능 활동에 대한 개념은 점점 확장되어 사용되는 추세이며 지속가능 활동의 핵심은 모든 활동이 사회, 경제,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은 배려와 협력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지속가능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물 절감,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활동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다.
재생가능 원료 사용, 생물 다양성 보존 활동, 폐기물 저감 활동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보호 프로그램 운영, 관련 생태계에서 협력업체와의 공정하며 우호적 협업, 여성의 인권보호와 교육 등 사회를 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하는 활동도 포함된다.
이러한 지속가능 가치는 화장품 소재 개발에도 적용되고 있다. 로레알, P&G, 유니레버와 같은 글로벌리딩 그룹에서는 이산화탄소와 폐기물의 배출량 저감 및 물 사용량 절감, 100% 재생 가능한 원료 사용, 삼림파괴 제로화라는 목표 아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원료 개발시에 미리 원료의 생분해성 및 환경에 대한 독성도 고려하고 있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이러한 지속가능한 속성이 포함된 이니스프리 녹차 원료인 ‘생녹차수’를 개발하여 2013년부터 적용 중이며, 지속가능 소재 개발 기술과 제품은 2014년 국가 녹색기술(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인증) 인증을 받았다.
지속가능 가치는 미래의 핵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고, 착한 소비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제품에 포함된 지속가능 가치가 점점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으로 피부만이 아닌 사회와 환경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천연 소재의 기능 모사한 Bio-/Natural-mimetics
천연 유래 선호 경향에 영향을 받아 기능성 소재 개발에 있어서도 자연에 존재하는 성분을 모사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천연에 기반한 Source로부터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Biomimetics 혹은 Natural-mimetics 기술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의 기반은 천연 식물 성분(Phytochemicals) 연구와 물질 및 효능연관성(SAR) 기술의 접목이다. 최근 보건 신기술인증을 받은 아모레퍼시픽의 미백 소재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닥나무에 존재하는 극미량의 카지놀 F라는 성분이 우수한 미백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이 극미량 성분을 화장품에 적용하기 위하여 카지놀 F의 구조를 모사하여 화장품에 적합한 Biomimetics 성분인 AP736을 개발하였다.
바이오 소재 중심의 고기능성 소재 개발
바이오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화장품에서도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 및 바이오 테크놀로지 회사의 화장품 시장 진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화장품에서의 바이오 기술은 크게 발효와 같은 바이오 공정의 활용, 바이오 메커니즘 기반의 표적인자 발굴을 통한 소재 개발, 단백질 펩타이드/RNA/줄기세포 등의 응용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발효 기술은 화장품 소재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온 대표적인 바이오 기술로서 천연 원료를 보다 유용한 성분으로 전환하여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SK-II와 LG생활건강의 숨37° 브랜드와 같이 발효를 주 콘셉트로 하는 브랜드가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으나, 이러한 발효의 장점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보다 심화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하여 바이오 활성물질의 생합성 경로를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바이오 활성물질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 등의 발효공정 조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셀트리온 스킨큐어에서는 셀트리온 연구소에서 직접 개발한 듀오비타펩(Duo-VitapepTM)이라는 독점 기능성 신물질을 도입하여 ‘피부 관리(Care)’를 넘어 ‘피부 치료(Cure)’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의 Kao와 POLA에서는 피부 진피층의 엘라스틴을 분해하는 엘라스테아제의 저해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POLA의 경우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엘라스테아제 저해제 함유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첫 승인을 받아 2017년에 출시할 예정에 있다.
그리고 특정 세포나 특정 피부 위치에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효능 소재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를 타깃팅할 수 있는 펩타이드에 철이온을 킬레이팅할 수 있는 모핵을 결합함으로써 자외선에 의한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문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최근 바이오 화장품으로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들 중 하나는 줄기세포 화장품이 아닐까 싶다.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를 진행하던 제약사 및 바이오 테크놀로지 회사가 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양액을 원료로 하여 바이오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하였고, LG 생활건강에서도 줄기세포 배양액 중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난 성분을 분석한 뒤 이를 인공적으로 재조합한 줄기세포 배양액 모사체를 제품에 도입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의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하여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부각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화장품 소재 카테고리는 안티폴루션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최근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 사회적 이슈가 됨에 따라 고객들은 이를 피부에 매우 유해한 인자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으며 안티폴루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의 연구결과 보고가 이어지고 있어서 향후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a Roche-Posay는 민감성 피부에서 오염물질이 노화를 얼마나 가속화 시키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세계피부과학학술대회(WCD)에서 발표하였으며, 에스티 로더는 대기오염이 검버섯 유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논문에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안티폴루션을 소구하는 화장품 소재 개발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안티폴루션 소재는 크게 오염물질을 피부로부터 잘 제거하기 위한 클렌징 측면과 오염물질로부터의 보호막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세이도에서는 꽃가루나 미세먼지가 띄고 있는 표면전하에 착안하여 레시틴고분자 등을 코팅함으로써 일본 꽃가루와 미세먼지 PM2.5가 피부 및 모발에 흡착하는 것을 방지하는 솔루션을 개발하여 관련 제품에 적용하였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현재 3개 카테고리인 기능성 화장품 유형 및 범위를 확대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개정안에 의하면 모발 관련하여 염모, 탈색·탈염, 제모, 탈모방지, 모발 굵기 증가 등의 5가지 항목이 추가되고 피부 증상 관련하여 아토피성 피부 건조함 등 개선, 여드름성 피부로 인한 각질화·건조함 등 방지, 손상된 피부를 보호해 튼살 등 피부 갈라짐 개선 등의 3가지 항목이 추가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능성 화장품 유형에 대한 연구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레알에서는 아미노실란 화합물의 졸-겔 반응을 이용하여 본질적인 손상 모발 케어 및 모발 볼륨 케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시세이도에서는 2018년 새로운 개념의 탈모 치료제의 론칭을 예고하고 있어서 특히 고기능을 가지는 헤어 소재 개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두피 및 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두피 및 피부에 대한 영향 등이 알려짐에 따라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피부 미생물을 제2의 피부로까지 바라보는 시각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용한 피부 미생물의 밸런스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에 대한 연구, 비피더스 Bio-lysate가 각질형성 세포의 분화유도를 통해 피부 장벽기능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고하는 등 민감성 피부 개선 및 안티에이징 효능 소재로서의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술 융복합을 통한 미래 소재 개발
화장품 산업 역시 다른 산업과 같이 인접 산업의 빠른 기술 발달에 따라 다른 영역과의 기술 융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카테고리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화장품 소재 성분을 함유하는 기능성 속옷이나 수면용 안대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피부(E-skin),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상황이다.
로레알에서는 기존에 존재했던 자외선에 감응하여 색상이 변하는 고분자 소재와 NFC 기술을 새롭게 접목하여 핸드폰으로 패치를 측정하면 자동으로 자외선 노출 정도를 보여주고 이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 주는 웨어러블 패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향후 미래의 화장품 소재에서도 다른 영역과의 기술 융복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접 산업의 기술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창의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휴먼 바이오 프린팅,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한 피부조직 생성의 응용과 같은 새로운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맺음말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새로운 화장품의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의 발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자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독점 소재에 대한 심화 연구를 통하여 고객들과 소통하고 타사 제품들과의 차별성을 구축해 가고 있다.
물론 국내 화장품 기업에서도 자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독점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화장품 소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활발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이 국내 화장품 산업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하여 화장품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