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카데미 - 중국의 예술 경영을 통해 배우는 혁신 전략:미술 시장과 아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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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주영 부교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중국 미술 시장 현황
중국의 예술 활동 전반은 중앙정부의 문화부가 굵직한 정책 기조를 설계하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기본 방침에 따라 세부적으로 실행 계획을 세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문화는 정치선전의 도구로 사용되며 국가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실제 저변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경영은 예술 정책과 많은 관련이 있다. 중국의 예술 경영은 소비와 생산에 있어서 모두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소비와 관련해서는 중국 미술(품) 시장의 양적 팽창이 특징적인데, 중국 미술품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작품은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작품이다.
생산은 현재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니 생산과 소비가 접점을 이루는 곳, 즉 예술 경영을 논할 수 있는 영역은 현대 작가의 작품 활동인데, 중국의 미술 시장이나 글로벌 미술 시장에 중국의 참여가 워낙 대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미술 시장은 2010년에 들어서야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600여 년 전 명나라 제3대 황제 영락제 시대(1402~1424)에 제작된 티베트 불화가 중국 예술품 중 최고가인 2억 7,490만 위안(한화 약 487억 7천만 원)에 중국의 기업가에게 낙찰되었던 것처럼 중국 기업가들은 앞다퉈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려서 해외 경매 시장에서 유명한 서양 작가 작품의 낙찰자로 소개되기도 한다.
미술 시장은 보통 피약탈국(보통 개도국)과 구매국(보통 선진국)으로 그 입장이 나뉘는데 중국은 피약탈국이자 구매국이라는 독특한 처지이다.
이렇게 중국 미술 경매 시장 성장의 원동력은 의심할 바 없이 초고속 경제성장 덕택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미술품에 거액을 투자하는 거물급 구매자가 등장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구매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아트 경매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00년 이후 급성장하여 2013년 시장점유율 24%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인 미국(38%)의 뒤를 잇는 수치다(TEFAF, 2014). 이와 더불어 중국 작가들의 작품도 해마다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의 미술품 경매 시장의 규모가 위축되고 중국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술품 구입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5년 지난해 중국의 미술품 경매시장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8조 8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판매액으로, 거래액이 정점을 찍은 2011년(17조 2천억 원)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중국 예술 경영과 예술 정책
중국은 국가가 사회 전반에 걸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음을 앞서 언급했다.
예술 정책 제반이 경제성장과 동일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중국의 미술 시장은 위축 형세이지만 중국 미술 시장의 미래는 절대로 어둡다고 볼 수 없다.
중국 미술 시장의 성장도 중국 정부의 문화재 관리와 보호를 예술 정책의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시작된 만큼 현재는 하락세이나 증권 시장처럼 곧 반등이 예상된다.
특히 중산층, 온라인 비즈니스, 그리고 문화산업 정책이 장기적으로 반등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문화산업 정책도 미술 시장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중국 정부는 문화산업 정책에 대해서 2000년대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부터 정책을 다듬고 2012년 제12차 5개년 계획으로 발전 방향을 확정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은 공해문제를 비롯해 임금 상승 등의 악조건이 걸림돌이 되자 문화산업을 통해 제조업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선전 수단이었던 문화산업이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상업적 수단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문화산업 정책은 중앙정부가 기본적인 정책 방향만 제시하고 지방정부들이 지역 특수적인 정책을 건의하는 상향식 접근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다.
미술작품의 경우 2008년까지는 게임이나 디지털콘텐츠 업종과 함께 문화산업으로 분류되었으나 2012년부터는 ‘문화재 보호 및 관리’라는 개별 카테고리로 독립함으로써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國家十二五時期文化發展規劃要綱, 2012). 이로 인해 아트 시장을 포함한 문화산업에는 더욱 많은 국가적 지원이 몰릴 전망이다.
중국의 예술 경영의 대원칙은 ‘백화제방(白花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백화제방’은 갖가지 학문이나 예술이 함께 성함을 비유하는 말이며, ‘백가쟁명’은 많은 학자나 문화인 등이 자기의 학설이나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하여, 논쟁하고 토론하는 일을 뜻한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가능한 한 아티스트의 저변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평등주의 원칙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특정인을 지원하기보다는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 건설에 힘쓰고 있다.
약 13억 명의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저변 확대만으로도 얼마든지 스타 작가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1,000개의 미술관을 건립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세부 정책의 설계를 맡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의 ‘따샨즈(大山子)’는 도시개발로 작업실이 철거되고 정부의 통제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은 예술가들이 새롭게 정착한 예술 거리다.
이곳은 당시 공장지대였던 798지역으로 예술가들이 이주해 자리를 잡으면서 현재의 문화 관광지로 변천되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만 798지역을 본뜬 11개의 예술 특구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창작 지구들은 지역마다 형태나 규모가 다르고, 또 추구하는 예술의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상하이도 문화산업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푸시(浦西)지구’의 오래된 지역을 개발하지 않고 예술창작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도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활황 덕분에 막대한 자금을 모은 부동산 기업들은 현재 중국 내에서 미술품을 수집하고 작가들과 사립미술관을 앞다투어 후원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사립미술관으로 꼽히는 베이징의 진르(今日)미술관, 상하이의 쩡따(證大)미술관, 선전의 허샹닝(何香凝)미술관의 경우를 살펴보면, 진르미술관은 진뎐(今典)부동산그룹, 쩡다미술관은 쩡다그룹, 허샹닝은 화차오청(華僑城)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인프라 외에도 중국의 경우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정부는 예술가, 큐레이터, 작가들에게 중국에서 작업할 공간을 제공하며 심지어 외국인 작가에게도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작품 발표회나 작품 설치 등에 있어서도 지원을 해주고 있다.
아울러 국제비엔날레 페스티벌 등 정부 주도의 대형 전시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작가들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편 중국 정부는 공간 및 인프라 건설에 대한 의지와는 대조적으로 개별 아티스트에 대한 마케팅에는 주력하지 않고 있다.
특정 아티스트에게 자원을 몰아주지 않고 전시 등의 지원 조건만 채우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적에 관계없이 작가들의 기반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예술계가 학연과 인맥으로 얽힌 우리나라에서 실력이 있음에도 뒷배경이 든든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 대거 중국으로 건너갔고, 공식·비공식적 조사로 이들은 중국의 작업 환경과 정부 지원에 상당히 만족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국의 미술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에서 성공하여 국내로 돌아와 유명해지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개별 아티스트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의 스타 아티스트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중국 현대미술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이다. 이 당시 황용핑(黄永砯), 왕두 등 정부에 저항했던 작가들이 해외에 망명하면서 중국 작가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천안문 사태를 전후하여 해외로 망명한 해외파와 사회·정치적메시지를 담은 작품 활동을 하는 국내 작가들을 합쳐서 ‘차이나아방가르드’라고 부르는데,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중국 작가 21명이 대거 초청되면서 중국의 현대미술, 즉 차이나아방가르드는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 뭔가 새로운 수집 대상을 찾고 있던 유럽과 미국의 미술계, 2000년대 들어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함께 재력이 커진 화교들이 결합하여 국제 미술품 시장에 중국 바람이 불게 되었다(중앙일보, 2007).
그러나 현재 인기 있는 ‘차이나아방가르드’ 작가들은 작품에서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정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들의 작품을 ‘불온하다’고 간주하여 전시회를 기피하는 등 규제의 움직임을 보여 왔다.
요약하면, 중국은 주어진 제도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독특한 예술 정책 방향이 확립되었고 그 아래에서 예술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예술 경영 활동 역시 중국 경제의 성장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면 지금처럼 초고가 고미술품 외에도 중산층이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의 판매가 더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예술 경영이나 예술 정책은 중산층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제2의 장다첸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참고문헌
TEFAF Maastricht (2014). The TEFAF Art Market Report 2014 : The Global Art Market with a focus on the US and China.
中國國務院 (2012). 國家十二五時期文化發展規劃要綱.
중앙일보 (2007). “대륙의 화가들 세계를 홀리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918925&cloc=olink|article|default )
연합뉴스 (2016). “세계 미술 시장 성장세 꺾였다...‘중국 시장 부진 탓’”(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13/0200000000AKR20160913112600005.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