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IP-R&D전략 - 창의력, Ideation and IP-R&D
성공하는 IP-R&D전략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 허태호 연구위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창의적인 Idea는 우연히 떠오르는 것인가? – 우연성에 대한 분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우연히 떠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우리들의 일상을 되짚어 보면 산책을 하다가 혹은 밥을 먹다가, 심지어는 깜박 졸다가 절묘한 해결책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솟기도 한다.
천재들의 위대한 착상의 사례를 보더라도 난로 옆에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벤젠의 구조를 푸는 단서가 되기도 했고, 우연히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생각해 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신내림과 같이 내 머릿속에서 우연히 발현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연”이라는 단어만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원동력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아쉽고 완전한 답을 얻었다는 개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이란 여러 가지 생각을(Concept) 연결하는 능력이다”라고 갈파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어 만유인력 사고 과정의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보면 우연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조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뉴턴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몰두했던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 문제는 항상 고민하는 상수와 같은 것으로서 Concept 1이라고 보고, 이것에 연결 가능한 여러 생각을 Concept 2라고 본다면, 뉴턴이 사과의 낙하를 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관계를 아래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식대로라면 Concept 2를 많이 시도해 볼수록, 즉 변수가 다양해질수록 문제 해결 가능성이 커지는데, 뉴턴의 경우도 늘 만유인력 문제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으로서 수천 수만 번 생각을 바꾸어 가며 문제 해결과 연결이 되는 Concept 2의 변수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도 그 과정을 모두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연이라고 말이 나온 것뿐이다.
뉴턴이 열정이 있었기에 수천 수만 번이 가능한 일이었고, 그 당시의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이러한 열정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생각들을 바탕으로 찾아진 것들이지 결코 우연히 발견된 것들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우연을 관리하려는 시도: 브레인스토밍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한 우연 관리는 결국 Concept 2를 관리한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을 체계적으로 시도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브레인스토밍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오는 전기선에 눈이 쌓여 끊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팀을 만들고,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비판 없이 자유롭게 제안하는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Concept 2를 양적으로 많이 발굴해내는 시도를 하자 실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곰을 훈련 시켜서 전신주를 흔든다든지, 전신주 흔들 곰을 유혹하기 위하여 전신주에 꿀단지를 올려 놓는다든지 하는 얼토당토않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헬리콥터를 사용해서 전신주에 꿀단지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는데, 용하게도 그것으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옆에 잠자코 듣던 사람이 헬리콥터 바람으로 제거하면 어떨까 하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실제로 애팔래치아 산맥의 전깃줄 위에 눈을 그렇게 제거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들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다소 엉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아이디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하다 보면 그 가운데 기발한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의 한계
브레인스토밍은 기본적으로 우연을 기초로 새로운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해결과제 Concept 1에 대한 해결 방법 Concept 2를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방법보다 진보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브레인스토밍은 개연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할 때마다 다르고, 하는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다.
특히 전깃줄 위의 눈과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의 상상만으로 눈과 헬리콥터 프로펠러를 연결하기에는 그 사이의 간격이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즉 인지 거리 밖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연의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해당분야 연구원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경우, 관점과 경험이 비슷하여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타 분야의 전문가를 여러 명 참여시키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경우는 기술 보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현장에서 사용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방법 -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서 답을 찾자
브레인스토밍은 해결 과제 Concept 1에 대하여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해결 방법 Concept 2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방법보다는 진보된 방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로 IP-R&D의 방법론을 활용한다면 브레인스토밍보다 다양한 관점들을 활용하여 훨씬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이미 알려진 기술들의 데이터베이스인 특허 정보를 활용하여 기존의 유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보다 쉽게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를 찾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된 눈으로 인한 전깃줄 단전 문제의 해결도 IP-R&D의 방법론을 통해 살펴보면 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3년간의 76건의 한국 특허 중 간단한 키워드 검색을 통하여 22건을 추려 낸 후 제목과 요약 부분을 살펴본 결과 7건 정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 Seeds를 확보할 수 있었다.
7건 중 4건은 바람을 이용하여 눈을 제거하는 기술이고, 2건은 물리적으로 빗자루처럼 눈을 쓸어내리는 기술, 그리고 1건은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서 눈이 쌓이지 않고 녹게 하는 기술이었다.
간단한 검색어, 최근 3년의 한국 특허 76건만으로도 해결 방법 Concept 2를 7건이나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
사례를 보여주기 위하여 약식으로 조사해 봤을 때도 핵심 도구인 “바람”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브레인스토밍처럼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부분까지는 나와 있지 않으나 연구원들이 상상해 낼 수 있는 대부분의 기술이 이미 알려진 방법으로써 특허 문헌에 공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다양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의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특허를 검색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많은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방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지식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Concept 2를 얻기 용이하며, 비용 시간, 노력 등 모든 면에서 경제적이다.
결어 - 효율적인 아이디어 창출법으로서 IP-R&D
우리 모두가 뉴턴이 하는 것만큼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는 연구 열정을 가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기존에 알려진 기술을 잘 파악하고 활용한다면 뉴턴이 열정과 천재성으로 해결했던 다양한 기술적 문제 해결 과정을 적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허 검색만을 통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은 위의 사례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IP-R&D 과정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선진 기술 및 특허를 수천 건 혹은 수만 건에 달하여 폭넓게 탐색해 봄으로써 브레인스토밍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Concept 2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다양성은 결국 연구자를 시계(視界)의 제약에서 보다 자유롭게 함으로써 훨씬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
연구와 문제 해결에 대한 열정이 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 열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서 IP-R&D를 활용하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