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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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하 연구사 국가기술표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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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체제 진행과 FTA 활성화로 인해 관세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최근 각국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무역기술장벽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내수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에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새로운 걸림돌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세계 각국의 무역기술장벽 도입 동향을 살펴보고 수출애로 해소를 위한 우리나라의 대응 체계 및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FTA 체결 등을 통한 관세 수준의 전반적인 인하에도 불구하고 많은 우리 기업, 특히 중소 수출 기업들은 이를 시장 진입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각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 및 육성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비관세장벽인 무역기술장벽(TBT, Trade Barrier to Trade)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특정 제품에 예고 없이 인증서를 요구해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갑작스럽게 기술규정을 변경하여 이를 인지하고 적용하지 못한 기업에 배상 및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사례 등이 있다.

무역기술장벽은 국가 간 서로 상이한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상 장애요소를 의미하며 위생검역조치, 수입구제조치(반덤핑, 상계관세 등)와 함께 대표적인 비관세조치이자 기술조치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상품에 대한 규정이 국가별로 다를경우, 기업은 상대국의 기술기준이나 표준에 맞추기 위해 별도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무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무역기술장벽에 해당한다.

최근, 무역기술장벽이 글로벌 무역의 방해 요인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각국이 도입하는 비관세장벽 중 무역기술장벽의 빈도가 가장 높으며, 가장 많은 품목(30%)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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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무역기술장벽으로 인한 종가세 환산 수치(Ad Valorem Equivalent)가 2015년 7.3% 수준으로 비관세장벽 중 가장 높으며, 이는 세계 관세율의 평균을 초과하는 수치라는 점이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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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무역기술장벽이 가장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제품 수출에 미치는 부담이 각국의 관세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와 같이 새롭게 부상하는 무역기술장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규제의 특성으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실제 무역기술장벽과 마주한 기업들은 외국의 규제당국을 상대해야 하는 사안의 특성상 기업이 직접 외국의 규제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세계 각국의 무역기술장벽 도입 동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대응 체계와 대표적 대응 사례들을 소개하여, 독자들의 기업이 무역기술장벽에 맞닥뜨렸을 때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무역기술장벽(TBT) 동향

세계 각국의 기술규제 도입 현황(WTO TBT 위원회 통보문을 중심으로)

2014년 발행된 WTO TBT 통보문 수가 2,239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기술규제 도입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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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T 통보문은 WTO TBT 협정에 따라 각 회원국이 무역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하는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를 도입시에 WTO에 제출하는 문서이며, 통보문의 수가 많을수록 해당 국가의 기술규제 도입·변경이 빈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이 최혜국에 적용하는 평균 세율이 금융위기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으로, 각국이 경기 침체에 따른 보호무역정책 강화 수단으로 기술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작년 국가별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이 283건으로 가장 많고, 에콰도르 126건, 브라질 119건, 중국 111건 순으로 기술규제가 도입되었으며, 특히 정보 수집이 어려운 개도국의 신규 규제가 1,124건으로 총 신규건수(1,442건)의 78%를 차지하여, 우리 기업이 신흥시장인 개도국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야별로는 식의약품 분야가 717건으로 전체 36%를 차지하여 가장 많으며, 전기전자 261건(13%), 화학세라믹 216건(11%) 순으로 뒤를 이었다.

목적별로 살펴보면 건강 및 안전 관련 규제 도입이 1,027건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하였으며, 그외 소비자보호 343건(17%), 품질관리 299건(15%)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는 각국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라고도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과 안전을 주 이유로 내세운 규제를 도입하여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역기술장벽 현황(WTO TBT 위원회에서 제기된 특정무역현안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기술규제를 무역기술장벽으로 활용하는 것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이는 기술규제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각 회원국이 WTO TBT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특정무역현안(STC, Specific Trade Concern)이 2008년 이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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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계 각국으로부터 신규 특정무역현안을 가장 많이 제기 받은 국가는 중국이었으며,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에 68%가 제기되었다.

또한 신규 특정무역현안 중 WTO에 통보되지 않은 기술규제와 관련된 사례가 전체의 51%를 차지하여 WTO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는 개도국이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기술규제를 무역기술장벽으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정보 수집 및 대응 능력이 취약한 우리 중소·중견 수출 기업의 무역기술장벽 관련 애로가 점차 증가할 것임을 전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기술장벽 대응 체계 및 절차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각국이 앞다투어 양산하고 있는 무역기술장벽을 우리 기업이 좀 더 쉽게 넘도록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TBT 중앙사무국’을 설치하고, 2013년에는 무역기술장벽 대응을 전담하기 위하여 ‘기술규제대응국’을 신설하였으며, 지난해에는 정부기관과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무역기술장벽 민·관 협의회’를 발족하여 수출 기업의 무역기술장벽 애로 해소 지원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TBT 중앙사무국의 해외 기술규제대응 절차는 해외 기술규제 정보수집, 조사 분석, 전략수립, 대응 단계로 나눌 수 있다.

TBT 포털과 업종별 단체 등을 통해 기술규제 정보를 전파하고, 애로를 발굴하고 있으며, 업종별 단체와 전문기관을 활용하여 규제를 분석하고 우리 수출에 장애 여부 등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수출 기업과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WTO/FTA TBT 위원회 등을 통해 외국규제당국과 협의하는 등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체계를 통해 지난해에만 전 세계 2,187건의 기술규제를 점검하고, 그중 580건에 대해 그 영향을 심층 분석하여 결과를 기업들과 공유하였다.

그중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다고 판단된 60건의 규제에 대해서는 해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WTO TBT 다자·양자협상 및 해당국 방문을 통한 직접 협상을 실시하여 24건의 외국 기술규제를 완전히 해소하거나 상당히 완화하는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국내 기업의 무역기술장벽(TBT) 대응 주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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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레토르트 파우치 품질 규제 도입으로 인한 수출 중단 사례

남미 시장을 주 무대로 활발하게 레토르트 파우치 수출을 하고 있던 A사는 2014년 어느 날 바이어로부터 2015년 도입 예정인 품질 규제에 따라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받았으나, 비합리적이고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인증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바이어로부터 거래 중단 선언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이와 같은 애로를 접수한 국표원은 규제 분석을 통해 국제 기준 대비 과도하거나 모호한 규정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였고, WTO TBT 위원회 및 에콰도르 현지 방문 등 규제당국과 수차례 양자 협의를 통해 규제완화를 요구하였다.

그 결과, 불명확한 조항을 삭제하고 과도한 규정을 완화하는 데 합의하였으며, 2015년 11월 에콰도르 정부는 완화된 규정을 공식 공표하였다.
 
이를 통해 A사는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별다른 피해 없이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어컨 에너지라벨 규제 개정에 따른 통관 거부 사례

사우디아라비아로 에어컨을 수출하던 B사는 2015년 3월 신규 에너지라벨 미부착을 이유로 세관에서 수출 물량의 통관이 거부되자 국표원에 애로를 호소하고 문제 해결을 요청하였다.

문제를 확인한 결과 사우디가 에어컨 신규 라벨 부착을 2015년 1월부터 의무화하였으나 1년간(2015년 12월까지) 구(舊) 라벨의 사용을 허가하였기 때문에 구 라벨 부착 제품도 당연히 통관되었어야 하나, 사우디 부처 간(상공부와 관세청)의사소통의 미비로 관세청이 통관을 거부한 사례임이 파악되었다.

이에 국표원은 사우디 상공부와 연락 및 즉시 협의를 통해 사우디 규제 당국이 관세청으로 공문을 발송하는 등 협조를 얻어 냄으로써 B사 제품의 신속한 통관이 가능하게 되었다.


글을 마치며

최근 세계적인 경제침체의 지속, 글로벌 저유가 행진, 중국 경제 둔화 지속 등으로 인해 각국이 보호무역 주의적인 통상 정책 수단으로 무역기술장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기업이 마주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기술장벽은 넘지 못하는 기업에는 걸림돌로 남지만, 그것을 이겨낸 기업에는 시장진입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부위정경(扶危精傾)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앞으로도 수출 업계, 관련 기관과 힘을 합하여 외국이 만드는 무역기술장벽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하는 데 더욱 힘써 나갈 것이다.

기업들도 외국의 기술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국가기술표준원의 문을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