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3

03 - 지적재산권 보호와 비관세장벽



1.PNG

 김대원 교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2.PNG


2000년대 이후 비관세장벽을 통한 보호무역의 양상이 점차로 뚜렷해지고 있는 바 지적재산권 관련 무역조치(‘지재권조치’) 또한
그러한 비관세장벽의 한 유형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1995년 발효된 WTO 협정에 지재권조치에 관한 협정인 TRIPS 협정이 포함되게 되어 그 규율 법리의 파악과 분쟁 사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상품에 대하여 성가신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재권조치를 미국의 관련 국내법제인 337조와 WTO 협정의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각국의 법제가 사실상의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여 상품 교역 자유화에 관한 WTO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 두 가지 사례를 들 수 있는데, 먼저 지난 2004년 일본으로 수출 예정이었던 삼성 PDP TV 내에 일본 미쓰비시전자의 특허권 위반 부품 탑재 청원을 이유로 한 일본의 통관 보류 조치가 있다.

두 번째로는 WTO 분쟁 사례로 2000년 유럽연합(EC)이 미국의 337조가 WTO 협정과 불일치한다고 WTO DSB에 제소한 사건으로, 1947년 GATT 체제에서 이미 두 차례 관련 분쟁이 제기되었던 사안에 근거한 것이다.

특히 1988년 미국 337조 사건은 미국무역위원회(USITC)가 미국에 수입되려는 네덜란드 Akzo사 물품이 Dupont이 미국에서 취득한 제법 특허를 침해했다는 청원에 근거하여 관세법 337조상의 제한배제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제소국인 EC는 미국의 제한배제 명령은 WTO 규범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법으로 ‘불공정무역행위조사및산업피해구제에관한법’이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분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1) 지재권에 관한 회원국의 국내법과 (2) 그것의 WTO 합치성에서 제기될 수 있는 쟁점들을 ‘미국 337조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지재권에 관한 회원국의 국내법적 쟁점 : 미국의 337조의 경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입 상품의 미국 특허권 침해 주장에 대해 ITC가 취할 수 있는 구제수단으로서의 배제 명령(Exclusion Orders)은 그 대물적 관할권 성격 때문에 국제통상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 1947년 GATT에서 현재의 WTO 체제까지 배제 명령 및 그 근거 법률인 미국 관세법 337조의 GATT/WTO에 대한 3번의 사법심사의 시도가 있었다.

특히 ITC에 의해 미국 특허권 침해가 결정되어 일반배제 명령을 받은 경우는 조사절차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생산품도 수입될 수 없어 통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미국 연방법 337조는 수입과 관련된 다양한 맥락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제이나 일반적으로는 연방법에 등록된 특허권, 상표권 등의 지재권을 침해하는 물품의 수입을 막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미국 특허권자가 ITC를 통해 특허침해물품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 중 하나로 평가되고 최근 90% 이상의 337조 사건이 특허침해와 관련된다고 한다.
 
또한 수입과 관련된 특허침해 주장과 관련해서 337조를 운용하는 ITC 활용 비율이 연방지방법원(US Federal District Court)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337조가 연방지방법원상의 다른 절차에 비해 선호되는 이유는 (1) 제소부터 최종 결정까지가 12~18개월 정도 소요되는 상대적으로 신속한 절차이고 (2) 특허권에 관한 전문 법관에 의해 절차가 진행되고 (3) 효과적인 보호명령이 존재하고 (4) 통상의 경우 불공정한 경쟁 수단 주장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피해를 입증해야 하나,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는 당연히 불공정한 경쟁 수단에 해당되어 단지 미국 산업(Domestic Industry)의 존재만 입증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337조로 연방지방법원이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을 다룰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제법 특허의 예외에 관한 35 U.S.C. §271(g)는 연방지방법원 절차에는 적용되나 337조 조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허침해물품의 수입의 제재에 337조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도 그 구제수단, 특히 배제명령의 영향력과 특성 때문이다.

337조는 직접적으로 상품 자체에 대한 대물적(in Rem) 관할권을 갖기 때문에 주요한 337조 구제수단인 배제 명령의 경우 관련 상품 자체의 미국 내 수입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인적(in Persona) 관할권만을 갖는 지방법원 절차와 비교하여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즉 미국 업계의 요구를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인적 관할권만을 갖는 절차의 배제가 배제 명령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물적 관할권에 의해 특허권 침해물품에 대해서는 그 구성부품뿐만 아니라 완제품에 대해서도 배제 명령이 가능하기 때문에 337조 소송당사자가 아닌 타 업체의 제품에 대해서도 수입 배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구제수단과 관련한 특징이다.

하지만 337조 조사의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337조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된다는 점이 적법절차(Due Process)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재권조치의 WTO 합치성 쟁점 : 미국의 337조의 경우

배제 명령이 갖는 구제수단으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은 지재권 보호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유무역의 증진이라는 국제통상법의 기능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여기서 관련되는 국제통상법의 원칙은 비차별 원칙 중 하나인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원칙으로 GATT/WTO 회원국으로서, 미국은 예를 들면 배제 명령이라는 조치를 통해 수입품과 국내 물품 간의 차별하지 말라는 내국민대우 원칙과 TRIPS의 관련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에 대한 일반적 예외로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것은 GATT 20(d)와 TRIPS의 관련 조항들이다.

구체적으로 과거 GATT의 통상분쟁을 통해 관련쟁점을 살펴보자.

먼저 1981년의 US-Automotive Spring Assembles 사례에서 캐나다는 캐나다 수출업자에 대한 337조상의 일반배제 명령은 GATT 3조의 내국민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했고 이에 대해 패널은 그 주장을 긍정했지만 일반 예외 조항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위에서 예시한 1988년 US-Section 337 사건에서 Dupont사의 제법 특허(Process Patent)를 침해했다고 제한배제 명령을 받은 네덜란드 회사를 위해 제소한 EC는 앞의 사건과 같이 동 명령이 내국민대우 위반임을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 패널은 동 배제명령이 내국민대우 위반일 뿐 아니라 GATT 20조상의 예외 적용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평결을 내렸다.

패널의 관련 결정은 향후 지재권조치를 보호무역의 목적으로 악용했는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어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패널은 다음과 같이 337조 절차 진행과 그에 따른 배제 명령의 6가지 측면의 차별성을 지적하였다: (1) 수입품에 대해서는 청원자가 ITC나 연방지방법원 중에서 택일할 수 있지만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외국인에게)상응하는 선택이 불가능한 점; (2) 외국산 제품에 대한 337조상의 청원의 경우 촉박한 시간제한 때문에 그러한 제한이 없는 미국산 물품에 비해 수입업자 또는 생산자에게 불리한 점; (3) 연방지방법원에서는 반소(反訴) 제기가 가능하나 337조상으로는 반소를 제기할 수 없는 점; (4)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일반배제 명령이 불가능하나 외국산에 대해서는 가능한 점; (5) 미국산 제품에 대한 침해의 경우 승소한 원고의 별개의 강제집행 절차가 요구되지만 외국산에 대한 배제 명령은 세관에 의해 자동적으로 가능한 점; (6) 외국산 제품의 생산자 또는 수입업자는 ITC와 연방지방법원에서 방어해야 하지만 미국산 제품의 경우는 연방지방법원에서만 방어 부담을 진다는 점 등이다.

나아가 패널은 337조의 GATT위반적인, 보다 구체적으로는 내국민대우(GATT 3조)위반의 6가지 측면이 GATT 20조(d)의 예외에 대한 필요성(Necessity) 요건을 충족시키는가에 대해 심리하였다.

그 결과 패널은 337조의 GATT 위반적인 요소가 미국법이나 특허권과 관련된 규정의 준수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볼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패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대물적 배제 명령이 미국산이 아닌 외국산에 대해서는 필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기존의 337조가 개정되었다.

337조의 TRIPS 불합치성에 대해서도 2000년 EC가 제기하였다.

즉 EC는 337조가 지재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본질적으로 WTO 규범인 TRIPS에 반하는 보호주의적인 조치라는 점을 주장했다.

즉, 지재권 보호와 다른 사회적 가치(e.g. 경제개발이나 경쟁촉진 등) 간의 형량을 강조하는 TRIPS 전문과 7조, 8조 및 TRIPS 1조 1항에 의하면 회원국의 지재권에 대한 과소 보호도 TRIPS 위반이 되지만 과대 보호도 위반이 된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조항들은 첫째,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지재권 보호에 관한 상반된 시각을 담고 있고, 둘째는 보다 강력한 지재권 보호체제를 원하는 지재권자와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약한 생산자 간의 균형관계를 담고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TRIPS에 내재되어 있는 조항 간의 충돌 가능성 때문에도 신축적인 해석이 필요하고 이 점이 TRIPS 맥락에서 337조 및 배제 명령 평가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치면서

통상 원활화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우리나라는 각국의 통상법제의 동향과 국제통상체제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FTA나 Mega-FTA와 같은 지역주의의 발흥으로 각국의 통상조치가 복합적이고 교묘해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한 상품 교역에 있어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에 대한 사전적 검토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빈도는 낮지만 경제적 효과는 심대할 수 있는 지재권조치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연구 및 검토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01 이 글은 필자의 논문을 근간으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