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관세청의 우리 기업 해외 통관애로 지원 노력
▲ 김익헌 사무관 관세청 국제협력팀
우리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비관세장벽이라는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 중 우리 기업이 해외 통관과정에서 발생하는 통관애로가 어떠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청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본다.
들어가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교역량도 급기야 6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WTO 분석이 발표되었다.
세계 교역량의 감소와 함께 한국의 수출 또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 무역환경은 영국의 브렉시트 등 악재와 함께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며, 불확실성 또한 증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까지 모두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무역환경의 악화와 함께 FTA 확대로 관세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비관세장벽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어려운 대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 국의 수출현장을 누비며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기업은 수출과정에서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통관과정에서 발생되는 해외 통관애로의 주요 유형으로는 통관절차 지연, 품목분류·관세평가 등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추징, FTA 특혜관세 불인정 등을 들 수 있다.
해외 통관애로로 인해 우리 수출입 기업은 각종 물류비용까지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며, FTA 협정 체결이 확대됨에 따라 통관 리스크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하 본론에서는 우리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해외통관애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청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겪는 각종 통관상 애로사항
[사례 1] 갤럭시 기어를 시계로 분류하다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갤럭시 기어(Galaxy Gear)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과 무선으로 연동되어 사용되는 손목시계 형태의 기기이다. 그런데 인도·터키·태국·요르단 등 각국에서 시계로 분류하여 10~4%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무선통신기기로 분류할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WCO(세계관세기구) 품목분류위원회에서 갤럭시 기어의 품목분류에 대하여 투표한 결과 무선통신기기로 결정되어 연간 1,300만 달러(약 150억 원) 정도의 관세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중국공장에서 생산하여 폴란드로 수출한 중국산 차량 오디오에 대해 폴란드 세관은 라디오 수신기로 분류하여 12%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은 국내외 사례 등 다양한 정보 분석을 통해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폴란드 세관에 BTI(Binding Tariff Information, EU의 품목분류 사전판정제도)를 신청한 결과 전기제어용 기기(2.1%)로 분류하여 연간 약 43억 원 상당의 관세비용을 절감하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존에 없던 첨단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시대에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품목을 분류하고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품목분류에 대한 분쟁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수출시 관세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을 함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례 2] 한국산 타이어의 원산지를 부인하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한국산 타이어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입신고 당시 이미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관세당국은 원산지 증명서 사본을 요구하면서 제출하지 않을 경우 관세 25억 원을 추징하겠다고 통보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 파견된 관세관이 직접 인도네시아 관세당국을 방문하여 설득한 결과 원만히 해결하였지만, 이러한 사례는 흔히 발생하는 사례이다.
베트남의 경우, 우리나라 상공회의소에서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를 인정하지 않거나, 직인이 빨강색이 아닌 파란색 스탬프로 찍혀 있다고 거부하는 등 사례 또한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의 FTA 발효를 시작으로 현재 아세안, EU, 미국, 호주, 중국 등과 총 15개 협정(52개국)을 체결하고 있어, FTA와 관련된 통관애로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FTA 체결국에 수출할 때에는 원산지 관련 증빙서류를 미리미리 준비하여 통관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사례 3] 한인회 행사물품이 통관되지 않아 행사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다
A씨는 LA 한인회 전통한복 패션쇼에 출품할 한복 43벌을 휴대하여 반입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세관에서는 동 물품은 과세대상 물품으로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물품을 유치하여 행사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주LA 총영사관에 파견된 관세관은 LA관세청장에게 행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였으며, 한미 관세포럼 회장에게도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관계자 또한 물품 출고를 위해 야간 대기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세관은 해당 물품을 다시 반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당일 야간에 통관절차를 진행하여 무사히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통관과정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사례는 관세관이 파견되어 있어 직접 관세당국과 신속하게 접촉하여 해결된 사례이다. 관세관이 파견된 국가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례 4] 한국의 AEO 인증 업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한다.
관세청은 통관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제출서류 간소화 등을 통해 기업의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통관장벽이 높은 국가와 성실무역업체상호인정약정(AEO-MRA)을 체결하여 제도적 통관장벽을 해소하고 있다.
* 성실무역업체(AEO: 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제도: 관세청이 인정한 성실무역업체에 대해 신속통관 등 관세행정 상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
* 상호인정약정(MRA: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 자국에서 인정한 AEO 업체를 상대국에서도 인정하고 동일한 세관 절차상 특혜를 제공하는 관세당국 간 약정
그런데, 우리나라 AEO 인증업체가 우리나라와 AEO-MRA가 체결된 국가라 할지라도, 현지 통관규정을 잘못 이해하여 인증번호를 잘못 기재하거나 누락하는 등의 실수로 인해 현지 통관 과정에서 절차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일례로, 중국 생산법인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자동차 부품 수출기업 K사는 중국에서의 신속한 통관을 목적으로 어렵게 AEO 공인인증을 받았음에도 중국에서 통관 소요시간 및 수입검사 횟수가 줄지 않아 크게 당황하였다.
그 이유는 중국 현지 법인이 수입신고 과정에서 AEO 관련 정보를 중국 통관 규격에 맞게 신고하여야 함에도 한국 AEO 관련사항을 누락한 것이다.
관세청에서 중국 현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오류를 바로잡은 결과, 평균 통관 소요시간이 5일에서 3일로 단축되었고, 수입검사 빈도는 월평균 1.5회에서 검사가 제외되었다.
이처럼 기업의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된 AEO 등을 적극 활용하여 우리 기업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해외 통관애로 해소를 위한 관세청의 노력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해외 통관애로 해소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관세청은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문성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신흥국 등 통관애로가 자주 발생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당국 간 청장회의를 개최하여 상호 우호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필요시 우리 기업의 통관애로를 의제로 한 협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통관애로는 현지에서 바로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주요 교역 국가를 중심으로 관세관을 파견하고 있다.
현재 9개국에 11명의 관세관이 파견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한-중 FTA가 발효됨에 따라 중국 대련과 천진에 관세청 직원 2명이 파견되어 현지에서 직접 우리 기업의 통관애로를 해소하고 있다.
앞으로도 통관애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세관을 파견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각국은 비관세장벽을 강화함에 따라 자의적 품목분류 등 비관세 분야 장벽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관세청은 WCO(세계관세기구) 등 다자기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금년 3월에는 최초로 관세청 직원이 WCO 품목분류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품목분류위원회는 새롭게 등장하는 첨단 정보기기 등 신제품에 대한 품목분류를 결정하는 최고 회의체이다.
품목분류 분쟁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세평가분류원에 HS(품목분류) 국제분쟁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통관지원단(단장: 관세청 차장)을 구성하고, 세관 수출입기업 지원센터, 외교부·산업부 등 정부 부처, KOTRA,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보 부족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주요 교역국의 통관환경 연구, 관세법 번역, 수출 상대국의 품목분류와 관세율 정보 등 해외통관 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