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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인사이트 - 한국 고등교육 혁신의 바람, MOOC I

혁신 인사이트에서는 혁신의 트렌드, 전략 및 혁신사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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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시현 선임전문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한국발 MOOC의 바람

고등교육 수업 혁신과 학문적 융합을 선도하며 나아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전문 자격증 취득, 인재 확보 및 채용을 연계하는 등의 강좌를 서비스하는 교육계 MOOC로 인한 대변혁의 바람은 한국에서도 시작되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대학의 교수-학습방법 혁신, 고등교육의 실질적인 기회 균형의 실현,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국제적 확산과 고등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100세 시대 평생학습 기반을 조성하여 열린 고등교육 체계를 통한 대학 교육의 혁신을 이루고자 ‘대학의 우수한 강좌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2015년 10월 시범 개통했다.

서울대, KAIST 등 국내 10개 대학을 선정하고 우주와 생명,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을 비롯하여 27개 강좌를 웹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했다.

서비스 개통 7개월 만에 수강 신청이 약 12만 명, 회원가입은 약 7만 8천 명, 플랫폼 방문 약 130만 건(일 평균 5천 건) 등 단시간에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었다.

올해 10월 104개의 신규 강좌가 오픈되며, 2018년까지 500여 개의 강좌를 오픈할 예정으로 향후 수강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MOOC는 정부 주도하에 선도 대학이 중심이 되어 대학의 자율성을 토대로 활용도와 범용성이 높고 수요가 많은 분야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개발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한 기반 조성 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참여기관 및 부가서비스 등을 점차 다양화, 확대하여 효율화·내실화를 견고히 다져가려 한다.

한국형 MOOC의 점진적 글로벌화 추진을 위해 단계적으로 해외 MOOC 운영 기관과 협력하여 해외 주요 대학의 우수 콘텐츠를 공용 플랫폼에 직접 탑재하여 운영하거나 연계하는 등의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인 국민들의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플랫폼 뿌리를 견고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K-MOOC,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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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를 수강한 학습자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강좌에 만족했다는 응답자가 81.8%, 강좌수강이 본인 목적 달성에 도움을 주었다는 응답자가 72.8%로 나타났다(2016년 6월 조사).

K-MOOC를 실제 수강한 수강생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지만 아직 K-MOOC에 대한 국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K-MOOC가 기존의 사이버대학이나 원격 강좌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가장 주된 이유일 것이다.

기존 사이버 대학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나 대학의 예산 절감형 온라인 강의와는 달리 K-MOOC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Open)되며, 강의 등록자 수가 무제한(Massive)이다.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버 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은 강좌가 온라인상에서 진행될 뿐 학습자가 선택한 학과에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장을 받게되는 오프라인 대학과 같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MOOC는 학위 단위가 아닌 코스 단위이다.

어떠한 장벽도 없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도 있고, 강좌 내 몇 개의 흥미 있는 부분만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국경을 넘나들며 스스로 자신의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도 있다.

또 MOOC 강의들은 기존 명문 대학의 실제 강의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와 높은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분야별 최고 교수의 강의도 학교 및 국가간 경계를 넘나들며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K-MOOC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한국인들은 해외 MOOC를 매우 활발하게 이용해 왔다.

2016년 5월 코세라(Coursera)와 에덱스(edX)에서 국가별 접속 비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이 각각 3위와 7위에 올랐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MOOC에 열광했다.

K-MOOC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해외에서 K-MOOC에 접속하는 인원 또한 급증하고 있다. 시행 초기의 실적 조사 결과, 해외 접속자 수가 전체의 9%로 나타났다.

결국 질 좋은 콘텐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준다면, MOOC는 세계 고등교육의 값비싼 모델을 붕괴시키고, 특히 기술 분야에서 빅 이노베이션이 될 것으로 예견하였던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수많은 저널과 전문가들의 예견을 현실로 나타내 줄 것이다.


국경, 대학, 학벌 큰 의미가 없어질 것

지금까지의 대학은 학생들이 온갖 노력과 투자를 통해서라도 가지고 싶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MOOC가 계속해서 발전해 간다면 결국은 그동안 대학이 누리던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MOOC를 통해 언제든지 원하는 분야 최고의 강좌를, 국경을 넘나들며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가고 있다.

K-MOOC를 개통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국내 대학에선 K-MOOC를 수업 강좌로 활용하는 등 대학 현장에서 먼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종대의 경우 학칙을 개정하여 올해 2학기부터 K-MOOC 강좌인 ‘정보보호와 보안의 기초(3학점)’, ‘4차 산업혁명과 사물인터넷 입문(1학점)’을 학점 인정한다.

이 밖에도 고려대, 경남대, 부산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의 대학에서도 K-MOOC 강좌의 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학점인정 방식은 K-MOOC 강좌 이수증 이외 오프라인 특강, 시험 참여 필수 등 학교별 상이함).

머지않아 취업시 대학 졸업장과 더불어 MOOC에서 제공하는 특정 과목들의 이수증 제출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이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진다기보다 현재와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고등 학문의 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역할만을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대학의 목적 자체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진입 문을 좁혀 놓고 경쟁을 통해 소수의 사람에게 주어진 학벌의 가치는 점차 무의미해질 것이다.


MOOC의 등장과 미래의 인재상

앨빈 토플러는 19세기 산업사회는 눈에 보이는 재화(財貨) 즉 토지, 철도, 선박 등 가치재를 소유한 사람이 권력을 가졌고, 20세기 정보화시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새로운 형태의 재화(財貨)가 권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식과 정보’라 했다.

기존의 지식과 정보는 예를 들면 의사, 교사, 변호사 등 특정인의 전유물처럼 ‘집중된 지식권력’으로 그 지식과 정보를 소유한 집단이 권력을 소유했지만, 정보사회에서 매체 기술, 특히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발달은 ‘지식 정보의 분배 분산’을 가져다 주었고,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든지’ 자신의 지식 정보를 생산하고 소유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특정 전문가들만 지식과 정보를 ‘소유’할 수 없게 되었으니, 대학 또한 특정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고유성만으로는 존재가치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처럼 뭉쳐져 있던 ‘지식권력’이란 것이 이제는 정해진 실체 없이 모래알처럼 익명의 대중들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 모래알들은 네트워크화 되어 연결된, 겉으로 보기에는 미약하고 의미 없게 보이지만, 이 모래들이 어떤 목적에 따라 뭉쳐지면 이전의 바위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큰 강한 바위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또 사라지고 또다시 다른 형태의 바위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인터넷’이라는 기술로 인한 변화는 거대한 것이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개별의 MOOC 강좌도 하나의 모래일 수 있지만, 이제 누군가의 의미와 목적에 따라서는 거대한 바위로, 새로운 지식권력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제 특정 기간에 배운 학습을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되기는 어려운 사회가 도래했다.

필요에 꼭 맞게 미래를 내다보는 다양한 지식의 모래들로 ‘자신만의 지식의 성’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변화의 바람에 K-MOOC는 풍부하고 다양한 모래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교육의 시간적 영역은 ‘평생’으로 확대되었고, 공간적 영역은 ‘온라인’, ‘세계화’로 한계가 없이 무한대로 확장되었다.

학력을 중시하던 한국의 교육 문화는 기술,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현장 능력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이미 변화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의 도래로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운 교육은 중요하지 않다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2013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47%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MOOC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이미 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국, 일본 등에서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MOOC 선진국들에 비해 조금 늦게 시작되었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돌풍이 일어났다.

K-MOOC의 출범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오히려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려 신(新)-지식 한류를 주도해 갈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