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R&D 연계 방안
▲ 홍성민 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 글에서는 먼저 이공계 인력양성의 현장인 대학 연구실(Lab)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연구개발 활동이 얼마나 잘 연계되고 체계적인 인재양성이 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이 측면에서 선진국의 우수 사례와 이공계 인력사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한 후 대학의 교육과 연구개발 연계를 강화하는 4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공계 인력의 실용적인 연구개발 활동 참여와 역량 강화를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참여이다.
서론: 문제의식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력정책 혹은 이공계 인력 지원정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문제를 화두로 삼아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2004년에는 이공계 인력 육성·지원에 대한 특별법까지 제정되어 시행되었고, 이에 기반하여 2006년부터 이공계 인력 육성·지원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이 세워지고 추진되었다.
그 명칭이 2차 기본계획에서부터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으로 변경되었지만 어느덧 3차 기본계획이 올해부터 추진되고 있다.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이공계 인력에 대한 대규모 지원정책이 체계를 갖춰 추진하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대학교육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거나 이공계 전공기초 교육이 미흡하다는 지적02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인력정책이 홀리스틱(Holistic)한 성격이 강한 정책의 하나로, 특히 R&D 정책 및 대학(원)교육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여야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상호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분석도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연구개발과 교육이 같이 이루어지는 현장인 이공계 대학의 연구실(Lab)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 연구개발 활동이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지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공계 대학의 교육이 연구개발활동과 원활히 연계하면서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력을 효과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정부 재정 지원이 대학 교육 활동 및 성과에 미치는 영향
대학 연구개발 활동의 정부 의존 심화
우리나라는 이공계 대학 연구실에서 수행되는 연구개발 활동에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현재 대학에서 사용한 연구개발비의 83.9%는 정부 재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의 47.1%에 비해 1.8배나 증가한 수치이다. 반면 기업이 주로 지원하는 민간 재원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47.7%에서 11.2%로 줄어들었다.
그림 1에서 나타나듯이 대학 연구개발비에 대한 정부 의존도의 증가와 기업 의존도의 감소는 지난 15년간 아주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단지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인 이공계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이공계 교육에 대해서도 정부 연구개발정책의 영향은 그만큼 커지고 기업 및 산업계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대학 연구개발 활동에서 대학원(생)의 역할과 역량개발 성과
대표적인 신산업으로 관련 연구개발 투자도 활발하고 산업의 발달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나노 분야에 있어서 대학원(생)의 연구개발 활동 참여 경험과 역할 및 성과03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나노 분야 대학원(생)의 경우 76.9%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평균 참여 프로젝트 수는 2.91건인데 그 가운데 2.04건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이었다.
대학 연구개발 활동을 연구실(Lab) 차원에서 파악해 봐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이공계 대학원(생)이 대학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한 경우 수행하는 핵심 역할은 실험, 계산 등 실제 연구 및 데이터 수집(81.6%)으로 나타났다.
박사과정생의 경우 실험을 기획하거나 결과를 분석하는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석사 인력은 실험의 수행이나 결과의 기록 등 연구보조자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학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한 효과에 대해 5점 척도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공 분야에서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경제적 도움과 학위 취득 순서였다.
산업현장을 경험할 기회에 대해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해 실용적인 역량을 획득하는 기회가 되지는 못하는 대학 연구개발 활동 참여 경험의 특징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역량 향상 부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이 '문서를 읽고, 작성하는 능력‘이라는 기본적인 역량이라는 점도 이러한 효과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대학원생의 경우 직무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평가하는 편인데, 실제 현업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나노 분야 전문 인력들은 이를 인력들은 이를 상대적으로 더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노학과 교수가 가장 높은 점수로 평가하고 있어서, 교수 및 학생의 인식과 현업 종사자의 인식의 차이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재정 지원의 특징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더 수행하는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교육비 지원 방식, 대학 연구개발 활동 참여 경험과 교육과의 연계 정도에 대해 해외 학위자와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뚜렷하다.
이제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더 수행하는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개발 활동 참여 경험과 교육과의 연계 정도에 대해 해외 학위자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뚜렷하다.
첫째, 학비 대비 수혜액 비중을 알아보면 국내 학위자는 평균 68%에 불과해 해외의 183%와 크게 차이가 나타났다.
해외는 교육비 이상의 지원이 확실히 이루어진 반면 국내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둘째, 해외 박사 학위자의 재정 지원은 주로 장학금과 각종 조교 활동에 따라 지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내에서는 BK21이나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통한 인건비 수혜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셋째, 교육시간의 배분에 대해 파악해 본 결과,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은 학위 논문 작성이나 교과과정 수업에 집중한 특징이 뚜렷하나, 국내 박사 학위자는 상대적으로 행정업무나 경제활동에 대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국내 학위자의 경우 재정 지원 수준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이나 학위논문 이외 SSCI 등 논문 준비에 투입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점도 특징적이었다.
다시 말해 연구개발 활동 참여에 대한 대가로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아 관련 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교육과 연구활동의 관계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생이 모든 측면에서 더 잘 이루어 졌다고 평가하였다.
평가항목은 지도교수의 연구 내용과 수업 내용의 관련성, 지도교수의 논문지도와 연구개발 활동의 관련성, 참여 연구활동과 수업 내용의 관련성, 연구활동 가운데 학생들의 연구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활동 비중, 연구기반 교육(Project-based Education) 등 전반적인 교육과 연구활동 연계 노력의 5가지로 연구개발과 교육 연계의 다양한 측면을 모두 포괄하였다.
결국 우리나라 이공계 박사 학위자 가운데 국내 학위자는 해외 학위자에 비해 국가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하여 인건비 등을 통해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고, 핵심적인 교육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이 작은 특징이 뚜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연구개발 활동의 관련성은 낮고 충분한 재정 지원도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으로 원활히 성장해 나가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활동과 교육 연계에 대한 선진국 사례 분석의 시사점
미국: 충분한 재정 지원과 자율적인 연구기반 교육이 특징
먼저 대학원 학생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는 한편, 연구실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하는 연구실 순환제(Lab Rotation) 등을 실시하는 점이 부각된다.
그만큼 학생들의 선택권도 넓고 교수가 학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도 엄격하여, 교육과 연구활동의 연계가 연구실의 연구활동을 통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연구자로서의 위상이 확실한 대학원생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반으로 주니어 연구자를 육성하는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며, 학생들의 연구 참여는 연구자로서의 자발적인 참여 성격이 강한 점이 특징이다.
기업 취업 성과가 좋은 이공계 대학원의 경우 수요처에서 활용되는 응용연구 중심의 성과물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연구과정에 참여한 성과로 학위를 수여하였다.
박사과정 학생들의 경우 대학 소속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업한 상태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면서 역량을 축적하고 학위를 받는 등 독립된 연구자로서 대우를 받고 그만큼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이공계 인력 양성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2015년 기준 전체 R&D 사업 예산 18조 9천억 원 가운데 1조 3천억 원만 투자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투자된 부분이 많은 이공계
인력 양성사업은 전체 R&D 예산 가운데에서는 6.9%에 불과하였다. 주로 대학 등 교육기관에 지원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1조 2천억 원이었고, 사업의 성격은 교육지원이 46.4%, 연구지원이 53.5%로 비슷하였다.
같은 이공계 인력 양성사업이지만, 연구지원은 지원인력의 R&D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교육지원은 배출 인원수와 취업률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등 차이가 나타나고 있었다.
체계적인 역량 개발 지원이나 특성화 미흡
현재 이공계 인력 양성사업은 이공계 대학 내지 대학원에 거의 대부분 집중 지원되지만, 연구지원의 경우 형식도 많고 교육지원의 경우 참여 학생의 체계적인 역량 개발로 이어지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연구지원은 학생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부분 외에 대학에서 수행하는 정부 연구개발과 구분되는 부분이 거의 없으며, 교육지원 역시 체계적인 참여 인력의 역량향상을 파악하기보다 배출 인원수나 취업률 등 정량적인 성과에만 초점을 더 맞추고 있었다.
더욱이 이공계 인력 양성사업으로 구분되는 세부사업만도 33개에 달하고, 이를 개별 과제 수준에서 보면 2만 개에 육박하는 실정이라 사업간 연계나 대학 특성에 따른 차별화 추진이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개별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하나의 세부사업에 다양한 사업내용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면서 성과 지표나 선발 지표가 복잡해지고 그만큼 하나의 정부 사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여러 가지 과제에서 동시에 수주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대학에 따라 어떤 인력을 양성할 것인지 목표를 뚜렷이 하고 서로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를 더 줄이게 될 것이다.
이공계 대학의 교육과 R&D 연계 촉진 방안
연구개발사업과 이공계 인력 사업이 거의 유사한 형태로 비슷한 대학에서 수행하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인재 양성과 활용에 관련된 주요 이슈인 산업계 수요 대응형 인재양성이나 대학의 특성화된 인력양성 체계구축 및 경쟁력 향상을 유도하긴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의 개선을 위해서는 이공계 대학의 연구실에서 교육과 연구개발 활동 사이에 좀 더 명확한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촉진하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다양한 측면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정부의 이공계 인력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은 복잡한 대학의 과제 수행보다 우수한 인재에 대한 등록금과 생활비 등이 충분히 지원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비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원)에 대해서도 연구비 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별도의 교육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해소하는 정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공계 인력양성사업은 R&D 사업과 달리 연구 성과를 강조하는 평가를 하지 않고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역량 향상과 경력개발에 대해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즉, 충분히 기본 지원을 하면서 배출된 학생들의 역량이나 경력개발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대학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둘째, 이공계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연구개발사업은 기업 연구개발 등 실용적인 성과를 내는 사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시장에서의 인력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신산업이나 기초연구 중심의 연구활동은 대학원생의 참여가 어렵도록 하고, 기업 수요가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대학원생의 참여를 촉진하되, 중장기적으로 취업과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기업에서도 장래의 인재가 될 수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인적자원개발에 참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연구책임자뿐만 아니라 참여 연구원까지 확실히 파악하고 분석할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 사례에서처럼 이공계 대학원생들도 연구조교 등으로 체계적인 고용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연구개발에 참여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체계적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기초 교육과정의 명확화, 과학기술인력 역량 모형에 기반한 역량 향상 체계 마련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림 2는 대학원생이 중견연구자로 성장해나가는 경력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을 도출해 본 것이다.
대학원생이나 신진 연구자의 경우, 지식의 습득과 개인적인 연구성과 창출 영역이 더 강조되는 반면, 중견연구자로 성장할 경우 공동연구 및 성과 확산이나 연구 소양 및 관리 영역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하는 특징이 뚜렷하다.
이러한 역량이 경력개발 과정에서 원활히 습득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초기의 지식이나 개인 연구 역량을 습득하기 위한 기초 학습을 철저히 수행한 이후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과학기술인력이 커 나갈 때 필요한 역량이 하나씩 확실히 계발되어 가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학습 모형이 갖춰지고, 이를 중심으로 대학의 연구나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01 이 글의 주요 분석 내용은 홍성민 외(2016.3.15),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R&D 연계 촉진방안’, STEPI Insight,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췌하여 재정리한 것이다.
02 국가과학기술심의회(2016.1.7),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16~’20)(안)
03 미래창조과학부 외, 2014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그래프와 표로 바라본 우리나라 연구개발활동-, p.20에서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