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중소기업 연구인력의 확보와 육성
▲ 백필규 선임연구위원
중소기업연구원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인 R&D를 수행하는 연구인력의 확보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으로 인한 전문직 대체, 융복합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수요가 증대하는 미래에는 필요한 연구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은 경영자와 연구인력이 생애보상을 높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연구인력이 주도적으로 산학연 협력을 실행하여 기업 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과 기업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연구인력
실업자는 넘치는데 일자리는 많지 않다. 통계청의 「2016년 4월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2016년 4월 현재 공식 실업자는 107.5만 명이지만 공식 실업자 외에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고용보조지표1)01 48.7만명, 잠재경제활동인구(고용보조지표2)02 162.8만 명을 합한 실질 실업자는 319만 명에 이르고 있다.
눈높이를 낮추면 빈 일자리가 많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고용노동부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4월 현재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 및 생산활동을 위하여 더 필요한 부족인원은 293천 명이고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67천 명 수준이다.
특히 기업의 적극적인 구인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91천 명이고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85천 명 수준이다.
빈 일자리만으로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누군가는 창업을 해야 한다.
창업도 금방 망하거나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기술 창업이 되어야 하는데 이 기술 창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바로 연구인력이다.
연구인력은 기업 성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경쟁기업과 차별화되는 핵심 역량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한데 이러한 핵심 역량은 연구인력의 R&D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연구인력은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인 창업과 기업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인 것이다.
연구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
사람은 많지만 적합한 인력이 없다
이렇게 중요한 연구인력의 확보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2011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34%의 기업이 R&D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또 2012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조사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우수 연구인력 부족’(42.6%)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인력 확보의 애로로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최근 10년간 정체 상태에 있고 성장하지 못한 채 영세기업 수준에 머무르면서 대기업과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연구인력 확보 어려움은 이공계 인재의 양적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이공계 대졸자는 OECD 1위인데도 기업들은 만성적인 연구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2015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력 확보 애로요인으로 ‘직무능력 갖춘 지원자 없음’이 63.1%이고 ‘취업지원자 없음’이 32.2%으로 나타나 있다.
사람은 넘치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적합한 인력이 아니거나 기업이 제시한 조건이 맞지 않아 중소기업을 기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라고 말하는 현상이다.
중소기업의 연구 인력난 더욱 심화될 전망
이러한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는 기술 환경이나 경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기술 환경에서 앞으로 가장 부각될 것은 인공지능의 발전이다.
인공지능의 특징은 탁월한 지식습득 능력을 통해 단순직만이 아니라 전문직까지 대체하고 있다는 점인데 연구개발도 정형적인 부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연구인력이 인공지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정형적인 창의적 영역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졸업한 이공계 인력들은 기업의 인력수요와 괴리되어 취업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술과 기술의 융합,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융합 현상도 그러한 융합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문화에 익숙한 교육훈련 시스템 하에서 인력 공급은 양적, 질적으로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빅데이터로 상징되는 정보의 폭발과 만물인터넷 등을 통해 전 세계가 모두 연결되는 글로벌 경쟁환경 하에서는 핵심 역량 외의 요소들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인력의 확보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는데, 이러한 인력 역시 우리 현실에서는 제대로 육성된 적이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필요한 연구인력 확보에 많은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확보와 육성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인력의 수요와 공급 사이의 미스매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행되는 정책 모두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기관의 인력 육성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먼저 연구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것을 공학교육의 선진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미국의 올린재단이 공학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표 하에 2002년에 설립한 올린공대는 ‘공학을 넘어선 공학 교육’으로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습을 먼저 하고 나중에 이론을 배우는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사람들의 삶을 바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공학도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가치로 기업가정신과 창업 등 전통적으로 공대생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소양들을 함께 가르쳐 공학 혁신가(Engineering Innovator)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학과를 없애고 모든 전공이 하나의 틀 안에서 융합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했고 공학, 과학, 수학, 예술, 인문학, 디자이너, 기업가 등으로 이루어진 교수진도 한 과에 소속되어 여러 전공 교수가 공동으로 가르치는 수업들도 많다.
교수에게는 종신재직권(Tenure)을 보장하지 않고, 교수들의 실적을 바탕으로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교육 수요자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학생들이 교수진과 함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커리큘럼은 5년에 한 번씩 점검하고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은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제안할 수 있는데, 캡스톤 프로그램을 통해 3년 동안 실제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 씨름하면서 준비된 혁신가, 발명가, 창업가가 된 학생들은 졸업반이 되면 스코프(SCOPE)라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경영, 기술, 예술디자인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헬싱키 공과대학, 헬싱키 경제대학,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을 통합하여 2010년에 출범한 핀란드 알토대학은 PDP(Product Development Project)와 IDBM(International Design Business Management)라는 융합인력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PDP코스는 기업이 석·박사 연구생들에게 연구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1개 팀당 10명 내외로 구성되며, 기업으로부터 펀딩을 받고 대학으로부터 학점을 인정받는 산학협력 인력양성 프로그램이다.
IDBM 프로그램은 디자인과 경영, 기술을 통합하고 앞으로는 미디어, 서비스, 제품까지 포괄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과 서비스 통합을 통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애플과 같은 사업과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제조업의 강점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 지방자치체, 산업계가 협력하여 2001년 설립한 일본 모노즈쿠리 대학은 일반 이공계 대학과 달리 단순히 이론만 아는 것이 아니고 고도의 기술기능도 갖고 있는 Technologist의 양성이 목표다.
이를 위해 6~9개월에 걸친 인턴십을 통해 제조업의 실태를 이해하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능력이나 졸업 후 창업에 필요한 능력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종래의 산학공동연구는 대학의 연구성과를 민간기업에서 실용화시키는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공동연구라고 하기 어려웠는데, 모노즈쿠리 대학에서는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 중심의 교원이 주체가 되어 만든 기술교류회의 정기 회합에서 기업의 니즈를 제안 받고 그것에 관심 있는 교원과 기업이 함께 충분히 검토한 후에 창출된 과제에 대해 공동연구를 시작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현재까지 많은 과제를 수행하여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선진사례들을 통해 나타나는 연구인력 육성의 특징은 이론과 현장을 모두 잘 아는 우수한 교수진들이 이론과 실기, 기술 및 산업 융합, 기업가정신과 창업, 자기 주도형 프로젝트 학습, 긴밀한 산학협력을 중시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인력 관리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연구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중소기업들이 기업 경쟁력의 근간인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체감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지불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 줄 수 있는 보상은 작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의 급여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당장의 급여가 낮은 상황에서 우수 연구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높은 생애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생애보상 시스템으로는 경력 비전, 스톡옵션, 우리사주, 직무발명, 소사장제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는 생애보상 시스템을 고민하여 연구인력에 근속과 몰입의 동기를 부여하는 인적자원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연구인력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항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 오거나이저(Network Organizer)로서의 연구인력 확보와 육성이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력이나 자금제약이 큰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스스로는 핵심 역량에만 집중하고 그 이외의 부분은 산학연 협력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을 단독 개발중심으로 하고 있어 투입자원 대비 성과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향후 글로벌 무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환경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인 만큼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내부 역량과 외부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연구개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네트워크 오거나이저로서의 연구인력의 확보와 육성은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맺는말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동력인 연구인력의 확보와 육성에 대한 문제점과 교육기관 및 중소기업의 혁신 과제를 살펴보았다.
요약한다면 교육기관도 중소기업도 필요한 연구인력의 확보와 육성에 있어서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경쟁 환경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융합, 오픈, 협력, 미래 비전, 생애보상, 창업, 기업가정신과 같은 단어들이다.
교육기관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융합인력과 창업인력의 육성에 노력하고 중소기업과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도 대내적으로는 경영자와 연구인력이 생애 보상을 높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공유해야 하며, 대외적으로는 연구인력이 역량 있는 네트워크 오거나이저로서 주도적으로 산학연 협력을 실행하여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원정책 역시 당연히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교육기관과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변화가 맞물려 중소기업이 필요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의 연구개발 시스템의 혁신이 일어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기업 성장, 창업 활성화 등을 통해 인력수급 미스매치와 일자리 부족의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01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임시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경우
02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였으나 취업이 가능하지 않은 자(잠재취업가능자)와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취업을 희망하는 자(잠재구직자)의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