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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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윤 교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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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산업인력정책은 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에서 추진되었지만 향후에는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우수 기술인력 양성은 기업이 얼마나 인력양성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어가면서

20세기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한 인터넷과 ICT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혁신적 기술문명의 혜택 속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등장하면서 사람과 사물, 공간,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측면에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지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이러한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어졌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그로인한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는 선제적으로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 환경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가 바로 산업인력정책이 아닐까 싶다.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기간 중에도 기술은 빠르게 변화해 가고 신제품 수요는 거의 실시간으로 바뀌어 일정 교육기간 동안에 습득한 기술은 옛날 것이 되고 만다.

물론 이런 사례는 최첨단 기술 분야인 경우에 주로 해당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도 기술 융복합이 왕성하게 일어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기술적 문제 외에 산업인력정책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인간이 가진 선택의 자유이다.

중소기업의 높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대졸 인력을 억지로 중소기업에 취업시킬 수 없고,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대졸자를 강제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산업인력정책을 둘러싼 복잡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한계 때문에 인력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산업인력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수요를 바탕으로 교육기관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교육을 받는 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인력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라는 시각에서 추진되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이러한 관점의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공급을 확대하고, 특정 산업이 성장하면 그 분야의 전공 학생 수를 늘려가며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이 글에서는 산업인력 수급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정부가 어떤 정책을 수립하였는지 시대별로 살펴보고 향후에는 어떤 방향에서 인력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1970~1980년대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산업인력 양성 및 공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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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인력을 양성하는데 집중하였다.
 
전문기능 인력과 숙련공 양성을 위한 중등직업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근로자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는 노동정책을 연계하였다.

이 당시 산업인력정책은 산업현장에 공급될 인력의 평균적인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기술자격제도였다.

1980년대는 중화학 공업 육성을 통한 산업고도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던 시기로 제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정책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정부는 기능인력의 공급 확대를 위해 공업계 고등학교의 기능인력 배출규모를 늘리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직업교육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민간의 직업훈련 기능도 확대하여 부족한 생산직 인력 수요에 대응하였다.

1980년대 말 수출 및 경제성장 둔화 추세가 시작되면서 기술의 단순 모방이 아닌 독자기술 개발이라는 기술 특화된(Technology-specific) 산업정책이 추진되었고, 산업인력정책에서도 기술집약적 산업 육성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기술인력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인력의 양적 공급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한 인재가 필요해졌고, 정책대상의 범위도 기능공에서 기술자, 석·박사 등으로 확대되었다.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면서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본격화하였고 첨단산업육성에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준비해 갔다.


1990년대는 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으로 고급 기술인력 양성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임금에 기반을 둔 노동집약적 산업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기계 산업과 IT 산업 등 기술집약적 산업이 성장하였지만 기술인력의 공급 규모는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고급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학의 공학 계열 내 정원 조정은 산업구조 변화와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교육은 이론 중심적이고 현장성이 부족하여 기술인력의 양적·질적 수급 불일치는 점차 확대되었다.

정부는 산업기술인력 양성체제를 구축하고 수급 효율화를 위한 기반 조성 등의 대책을 수립해 갔다.

무엇보다 산업 수요에 부응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이공계 대학의 특성화를 강화하고 공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높이고자 하였다.

연구 중심대학과 기술교육 중심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면서 공학교육의 현장성 강화를 위한 실험실습과 현장실습을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였다.

인력 부족률이 높은 산업 분야나 향후 인력 수요가 집중될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차별화하여 수요에 대비하였다.

1997년의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국가 전체의 구조조정은 인력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기업연구소가 축소 또는 폐지되고 연구인력이 산업현장에 배치되면서 고급인력의 활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한 것이다.

R&D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신규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연구비와 연구인력 감소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공계 인력의 직업안정성 문제와 위상 저하는 우수인재의 유입 감소와 해외 유출로 나타나 산업인력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해졌다.


2000년대는 기술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와 우수인재의 이공계 진학 유도에 초점

기술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우수인재의 이공계 진학 기피와 공학교육의 질적 취약이 계속되자 정부는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전방위적 정책을 수립하였다.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특별법’을 2004년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공계 인력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하면서 전주기적 이공계 인력 육성·활용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업부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을 완화하고 우수인재의 산업계 유도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였다.

산업발전장학금과 현장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핵심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제시하였다.

공학교육을 전면 혁신하기 위하여 공학교육인증 사업을 확산하고 캡스톤디자인 사업도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중소기업 중심의 현장 기술인력 재교육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해외 기술인력과 여성 기술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사업들도 추진하였다.

2000년대 초 정부에서 큰 비중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으로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기술 우위 속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될 핵심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정책의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산학협력이 었다.

정부는 산학협력을 통한 수요자 중심의 산업기술인력 양성정책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위해 대학의 인력 양성 시스템을 산학협력 관점으로 개편, 지역별로 산학협력 체제 구축 및 확산을 선도하기 위한 중심대학을 지정하였다.

대학에 산학협력단을 설치하고 TLO와 창업보육센터 등의 중간조직 구축도 유도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산업별 인적자원개발협의체(Sector Council)가 설립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업 내 인력 수요자와 공급자 간 지속적 협의를 통해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양성 방안을 도출할 목적으로 2004년 설립되었는데 산업계 인력수요에 대한 시그널을 교육기관에 제공하여 수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시도였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기업을 비롯한 이해당사자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력양성의 기반을 계속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0년대에도 기술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에 노력

2010년대에는 바이오와 의료, 에너지, 환경, IT·SW 등의 분야에서 융복합 현상이 가속되면서 관련 분야의 기술인력과 고숙련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였다.

청년실업률은 2010년 8.0%에서 2015년 10.2%로 상승하였지만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 지속되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R&D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고질적인 R&D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에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취업연계형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이공계 미취업자들에게 일정 기간 전문교육연수기회를 제공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미취업자뿐만 아니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 연구인력 고용지원 사업은 중소기업에서 석·박사를 채용하면 인건비의 50% 정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중소기업의 연구인력난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였다.


산업인력정책의 한계와 향후 추진 방향

그동안의 산업인력정책이 산업 수요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기관(학교)에서 양성하는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요기관(기업)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은 산업 분야나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분야, 단순 기능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공급기관 중심의 인력양성이 충분히 작동 가능했다.

인력양성 기간 동안 기술 변화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교육훈련으로 충분한 기술 습득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기술의 융복합 현상이 심화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과 같이 공급기관 위주의 인력양성 시스템 하에서 우수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교 교육을 마치고 기업에 입사할 때쯤이면 새로운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워털루대학이 대부분의 학생들을 기업에 인턴으로 보내고 독일의 지역 기업이 중·고등학생을 현장에서 교육시키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기술력이 앞선 선진국의 인력양성 시스템을 보면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통한 인력양성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어 기업이 인력양성의 중심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기술개발의 최첨단에서 인력 수요를 가장 빨리 포착하고 있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향후 산업인력정책은 기업을 인력양성에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