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시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전략은?
▲ 구자균 회장 LS산전(주)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금년 초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1, 2, 3차 산업혁명이 일으켰던 엄청난 변화를 감안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네 번째 기술 혁명은 개개인의 생활을 포함한 사회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것처럼 느껴집니다.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초연결 기술’을 기반으로 펼쳐질 ‘제4차 산업혁명’이 다른 산업혁명들과 마찬가지로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까요? 기업의 전략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1377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은 독일 구텐베르크의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같은 아이디어로 출발한 기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지식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 인류문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에 비해 고려의 금속활자는 최초의 발명이라는 것 이외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였습니다.
같은 금속활자 기술의 명암이 갈린 원인은 기술이 개발된 당시 사회상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발명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지식에 목말라 하던 대중들의 욕망을, 값싸고 손쉽게 만든 책을 통해 채워주었습니다.
반면에 왕조 시대의 고려와 조선의 금속활자는 국가가 독점하여 극소수의 양반들을 위해 제작되는 데 그쳤습니다.
이처럼 개발된 모든 기술이 필연적으로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사회가 해당하는 기술을 얼마나 필요로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서양과 조선의 금속활자의 예와 같이 역설적이게도 사회의 필요성에 의해 기술이 선택되고 발전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술이 사회의 필요성에 맞아떨어지면 그 기술은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시스템화되어 사회를 통째로 바꿔 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만난 인쇄술은 이른바 ‘지식 공급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책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동시에 발전하면서 글을 생산하여 먹고사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인쇄소에서 책을 만들면 전 유럽에 유통하는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책의 대중적인 보급은 유럽 사회의 지식 체계마저도 빠른 속도로 바꿔 버렸고, 중세를 극복하는 ‘종교혁명’까지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기술은 이처럼 사회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고, 사회의 필요성과 기술 발전이 맞아떨어지면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됩니다.
현재, 기술은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던 속도로 빠르게 ‘초연결(Hyper-connected)’을 향해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자, 통신,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전하여,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연결 가능한 기술이 확보되었습니다.
사람과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고, 이제는 사물끼리도 연결하는 기술이 등장하였습니다.
연결된 수많은 정보를 분석하는 ‘빅 데이터(Big Data)’ 기술이 발전하고, 이를 기계에 학습시킨 ‘인공지능’을 통해 이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영역들을 넘보기도 합니다.
어느덧 초연결 기술은 걸음마 단계를 넘어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사회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연결’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연결된 개개인은 실시간으로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역할과 정치가가 하는 역할을 점진적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결은 사회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타인이 보유한 잉여의 집을 연결해 주면서, 호텔과 같은 숙박업소 하나 없이도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가 되었습니다.
우버(Uber) 역시 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를 연결해줘서 세계 최대의 운송업체가 되었고, 알리바바(Alibaba)도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하여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회는 ‘창조적 가치 연결’을 통해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조적 가치 연결’이 활성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 ‘초연결 기술’은 사람과 서비스와 기계의 연결과 본격적인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할 것입니다.
인쇄술이 사회 변화의 흐름에 의해 선택되어 사회에 엄청난 가치를 선물한 것처럼, ‘초연결 기술’이 사회에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가 초연결 기술이 사회를 ‘초연결 시대’로 변화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사회의 필요성에 맞아떨어져 혁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켰듯이, ‘초연결 기술’이 지금 사회의 필요성에 맞아떨어지면, ‘제4차 산업혁명’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기업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기술을 사용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을 모두 잡아야만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고, 이에 맞추어 기업을 경영하는 전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급격하고 다양하게 발전하는 기술은 어떤 제품이 성공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의 비용을 증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빠르게 제품을 만드는 것을 실행해봄으로써 예측하는 비용을 줄이고, 프로토타입을 많이 만들어 기술 발전을 따라잡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기법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먼저 쏘고 나서 겨누기(Ready-Fire-Aim)’ 전략입니다.
기술이 급변하는 사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에게 필요한 전략입니다.
반면 변화하는 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비자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경영 접근법으로는 디자인 싱킹(Design-thinking) 기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자인 싱킹은 소비자에게 공감하는 과정과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철저하게 탐구해보는 방법론입니다.
‘창조적 가치 연결’을 통해 소비자를 잡으려고 시도하는 기업에 잘 맞는 방식입니다.
물론 두 방법론 모두,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의한 소비자 가치 변화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전략의 차이점은 기술 발전을 따라잡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인가, 사회의 변화에 수반되는 소비자 가치의 변화를 파고들 것인가에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적응해 가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나침반의 N극과 S극으로 볼 수 있습니다.
‘초연결 시대’가 실현된다면 또 어떤 전략이 유행할까요?
수많은 전략이 나오고 유행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기업이 속해있는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않은 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