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술경영인인터뷰

(주)효성중공업 PG 박승용 CTO

최고기술경영인 인터뷰에서는 기술경영인과의 대담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기술경영인의 역할과 리더십 등을 알아봅니다.

100년 만의 기회, 세계 전력 시장의 리더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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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작성_ 정양헌 교수(KAIST 기술경영학부), 김공숙 전문작가(프리랜서)


기록적인 2016년의 더위는 앞으로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된다고 한다. 더위와 함께 전기요금 폭탄 관련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박승용 CTO와의 만남은 에너지 분야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전망과 통찰을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이 깊었다.

박승용 CTO는 전기 분야 입성 이전 20여 년 동안 무선통신 분야의 기술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이끌었고 전기에너지 분야에 입성한 지 이제 6년째다.

통신과 전기는 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통신 분야가 먼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었으며 이제 전기 분야가 바야흐로 DC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박 CTO는 과거 세계 이동통신 분야 시장에서 치열하게 습득한 지식과 그만의 미래 조망 역량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끄는 데 일조를 했고 이제는 전기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의 기술혁신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다.

한국 최초의 기업연구소 자리에 위치한 효성의 안양공장에서 박 CTO를 만났다.

우선 (주)효성중공업(이하 효성중공업) PG(Performance Group)가 어떤 회사인지 물었다.

“효성중공업 PG는 전력, 기전, 효성 굿스프링스 등 3개의 퍼포먼스 유닛(PU: Performance Unit)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력 PU는 전력망에 필요한 변압기, 차단기, 전장 제품들의 제조와 이를 통합하여 변전소를 건설하는 EPC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신사업으로는 신재생 에너지 및 ESS의 EPC 사업과 전력망의 DC화의 주요 제품인 HVDC, STATCOM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기존 PU는 산업용 모터, 기어 등 제품의 제조가 주력이며, 굿스프링스는 펌프의 제조가 주력 사업입니다.”

효성중공업 PG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국내 산업화에 발맞추어 산업용 기기의 최대 공급자로 성장해 왔으며 변압기, 차단기, 고압 전동기 및 펌프 등은 1990년대말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차츰 세계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그러나 ABB, Siemens, GE 등 글로벌 톱 3와의 격차는 아직 커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제품 경쟁력 확보, 그리고 글로벌 고객들에 대한 마케팅 및 영업활동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IT 분야는 1990년대 초에 디지털 기술혁신에 의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과 나중에는 가전제품까지 모두 혁신적인 변화를 하였는데 한국의 기업들이 이 변화의 물결을 잘 타서 세계 톱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시절에 한국 기업들은 미국, 일본의 세계 톱 기업들의 주도권에 도전을 하였으나 워낙 큰 갭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조하는 제품들은 이류, 삼류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디지털 기술혁신이 도래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생사를 건 도전을 하여 항상 존경해 마지않던 세계 톱 기업들인 모토로라, 소니 등을 누르게 된 것이지요. 이제 전기 분야가 비슷한 변화의 시작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전력망은 100년 전 쯤에 테슬라가 전기전송 분야에서 AC로 할 것을 제안하여 DC를 제안했던 에디슨과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AC가 이후 100년 동안이나 표준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DC의 초기 문제점이었던 전압의 승압(昇壓), 강압(降壓)은 전력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해결되었고, 장거리 송전에 따른 손실의 저감, 고장으로 인한 정전을 차단하는 차단기 기술의 개발에 의해 DC 송전이 드디어 전력망의 표준으로 들어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최근에 이차전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기차와 전력저장이 실용화되고 있어서 통신에서 인터넷이 도입된 것과 유사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세계 전력 시장은 교류(AC)에서 직류(DC)로 변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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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용 CTO가 동아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박 CTO는 우리 전력 산업에 100년 만에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자신하며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지난 시절 저는 음성을 전달하는 아날로그 전화망이 인터넷 방식의 디지털망으로 바뀌는 기술 혁명의 현장에서 그 과정을 몸과 머리로 체험한 사람입니다. 이제 전력 분야에서 동일한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전력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어요. 지금까지 세계 전력 시장은 ABB나 지멘스가 주도했지만 새로운 판인 직류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의 혁신을 주도했던 한국의 경험이 큰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전력 산업이 디지털 혁명의 교훈과 발전된 IT 기술을 잘 융합한다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100년 전,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 에디슨은 DC로 송전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교류전기 개발자)가 DC는 너무 위험하니까 AC로 송전하자고 했죠.

이후 AC로 표준이 정해지고 지금까지 100년간 유지되어 왔습니다.

AC는 송전시 전압을 높여 송전하면 전류를 조금 써도 되기 때문에 전력손실이 적은 장점이 있었는데 변압기를 쓰면 AC는 쉽게 전압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면 그 당시 기술로 DC는 전압을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고 따라서 송전시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졌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전력반도체의 혁신에 의해 손실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DC로 보내도 손실이 적습니다.”

DC의 장점 중 하나는 전자파가 없다는 것이다. AC 송전시 의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전자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 등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오래전에 새로운 송전소를 만들기가 어려워졌고 한국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배경들로 인해 DC의 부상(浮上)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력수급의 불일치 해결은 전력저장장치(ESS)

현재의 AC 전력공급체계에서는 전력수급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더위가 지속되면서 전력수급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다. 그 해결의 열쇠를 DC에서 찾을 수 있다. DC는 전력저장이 용이하다.

“정전사태 등의 우려는 예상 소비량만큼만 발전을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현재의 AC 전력망관리체계에서는 소비량만큼만 생산할 수 있도록 관리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비량이 100이라고 예상하면 100만큼만 발전을 해야 하는 것이죠.

만약 소비량이 그 이상이 되어버리면 정전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무작정 발전량을 늘릴 수도 없어요.

예상소비량을 110으로 잡고 발전량을 110으로 했는데 막상 소비량이 100밖에 안 되었다면 나머지 10은 억지로 흘려보내 버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구나 기후문제로 인해 태양광과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되는 불규칙한 전기가 대규모로 전력망에 들어오면서 AC 망으로는 수급을 맞추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해답은 DC와 전력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입니다.

전력망에서 전력을 저장해 놨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하는 ESS가 미래의 전력망을 크게 바꿔놓을 것입니다.”

ESS를 활용하면 발전부터 수용가(家)까지의 수요공급 불균형 해결은 물론이고 전력계통 운영체계를 간소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현재 효성은 DC 망의 핵심장비인 HVDC와 AC 전력망의 안정성을 지원하는 STATCOM 및 ESS 기술을 개발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DC Grid의 핵심 기술로 디지털 개념을 도입한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기술에 기반한 STATCOM은 효성중공업의 자체개발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주를 하였으며 향후에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같은 MMC 방식을 채용하는 HVDC도 개발을 끝내고 실증시험을 앞두고 있다.

또한, 2014년 국내 최초로 제주 가파도에 신재생발전원과 디젤발전기에 연계된 독립전원용 ESS 상용 운전에 성공한 바 있으며, 뒤이어 전남 가사도에서 한국표준형 독립전원용 ESS 구축에 성공하는 등 국내 섬지역 독립전원용 ESS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박승용 CTO는 전력망의 진화는 DC+ESS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것을 통신 분야의 인터넷에 비유해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통신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전화 통신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 통신입니다.

전화 통신은 실시간 쌍방향 통신으로 상대방이 실시간으로 전화를 받아야 연결이 되죠.

그 시간에 받을 사람이 받지 않으면 통화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컴퓨터 통신인데 컴퓨터의 경우 실시간일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안 받아도 저장이 되어 필요할 때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이죠.

즉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보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면 관리가 아주 쉽습니다.

통신 분야에서 두 통신 방식이 미래의 표준 통신 방식을 두고 경쟁했는데 아시는 것과 같이 컴퓨터 통신 방식이 승자가 되어 현재 천하를 통일했죠.

전기 분야의 AC와 DC는 방금 말한 통신 분야의 두 가지 방식과 유사합니다. AC는 전화 통신과 유사하게 실시간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전기는 쌍방향이 아니고 단방향입니다. 실시간이란 속성으로 인해 소비에 맞추어 생산을 해서 보내는 전기만 사용이 됩니다.
 
그러나 배터리를 이용하는 DC는 컴퓨터 통신과 같이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래의 전력망에서는 DC가 결국 전력 전송을 통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것은 에너지 인터넷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통신 분야에서 컴퓨터 통신이 우세하게 된 것은 저장방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리얼타임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관리가 편리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에너지 역시 전기를 DC로 만들어서 저장할 수 있다면 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저장해 두었다가 쓰면 생산량 100% 모두 소비가 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독일의 아헨 공대의 저명한 전기 분야 교수인 De Doncker는 태양광과 DC망을 구성하는 인버터는 모두 반도체로 구성되는 제품으로 재료가 실리콘인데 이는 역사적으로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져 온 반면 AC 망을 구성하는 주요 제품인 변압기와 차단기는 철과 구리가 주재료로 이 가격은 과거에 조금씩 올라왔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싼 DC 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꿈의 에너지 태양광 혁명은 이미 진행 중

작년 말 파리에서 체결된 신기후변화협약은 그 동안 가입을 하지 않았던 세계 최대의 CO₂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전격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거론되는 현실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전력수급량에서 화력발전소에 의존하는 비중이 68%를 넘고 있다.

박 CTO는 우리나라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이나 향후 목표가 국제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에너지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존의 전력망에 IT를 접목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를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전력망의 IT화를 중요시하고 신재생 에너지의 육성에 소홀히 한 결과 스마트 그리드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소홀히 하면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가 없습니다.”

박승용 CTO는 꿈의 에너지로 태양광을 손꼽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전자 통신 기술의 미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거론했다.

“1980년대 초에 세계적으로 저명한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셀룰러폰에 대해 당시에 미국의 통신 회사 AT&T에 자문한 내용을 보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AT&T는 셀룰러 시스템 기술을 개발한 후 사업화 여부를 두고 자문을 받았는데 매킨지의 의견이 재미있습니다.

단말기가 너무 크고, 배터리 수명이 짧고, 통화 가능지역이 너무 협소하고, 통화료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20년 후의 세계시장은 90만 대로 예측되니 이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 거예요.

그러나 어떻게 되었나요? 실제로는 2000년대 초에 이미 1억 대를 돌파했고 지금은 수십억 대가 보급되어 유비쿼터스 모바일 컴퓨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태양광 에너지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비판적 의견은, 지난 수십년간 태양광 기술을 개발해 왔지만 세계 에너지공급의 1% 남짓을 겨우 달성한 상태이고 전기 생산이 불규칙하고, 설치 비용이 비싸고, 설치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정부의 보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그러한 예측과 비난은 매킨지의 견해와 같이 장래에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태양광 에너지는 스마트폰과 같이 유비쿼터스하게 보급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실리콘밸리에서 각종 기술 분야의 진화를 연구한 스탠퍼드대학의 토니세바 교수는 태양광이 지난 30년 동안 2.2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왔고 가격은 반값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적어도 20년 후에는 태양광으로 전 세계의 에너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이 평균 전기료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관건

스페인, 호주, 미국의 서남부 등은 가정용 태양광이 이미 평균적인 전기료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했다.

새로운 발전소를 지을 때 신재생으로 지어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반도체 가격의 하락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태양광 가격이 75%나 떨어졌는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의 하락이 일어나 2020년까지 태양광은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부 보조없이도 화석연료 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을 설치하더라도 태양이 비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대표적인 회의적 시각 또한 이제는 전력저장기술의 발달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력저장기술도 기하급수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결합한 가격도 결국 2020년 이후에는 그리드 패리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신재생 에너지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부정적으로 비난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무한대의 거의 공짜인 청정에너지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데에는 거의 의문이 없습니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이 이야기하는 3차 산업혁명의 결과는 결국 한계비용 제로의 공유경제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과 배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태양광은 신이 주신 선물이고 우리는 그것을 에너지로 만들어 원료비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유리창에 가시광선만 빼고 나머지 빛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이 되어 있습니다. 모든 창을 그렇게 바꾸면 되는 거예요.

프랑스에서는 도로에 차량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모두 태양전지를 깔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으며 이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10년 이내에 전력 사용자들은 전력 회사로부터 독립을 시도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가 되면 전력 회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게 되겠죠.”

태양광만큼은 아니지만 풍력의 경우에 가격이 급격하게 낮아져 미국에서는 석탄 발전소와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한 더 큰 효과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좋아질 환경으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득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의 차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고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일도 수월해질 거예요.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 수경재배도 활성화되어 소비자가 가까운 곳에서 채소나 과일을 재배해 공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일상화는 우리의 삶과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책적 혜안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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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계통연계ESS계통병입 기념 행사


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우들은 많은 혁신 기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누가 먼저 이러한 혁신에 도전하여 성공을 이끌어내는가에 따라 풍요를 누리는 자와 그렇지 못한자로 나뉠 것이다.

혁신의 과정이 선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S커브를 그리는 것은 혁신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기존 기술의 패러다임 내에서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여러 참여자들이 법과 제도의 변화를 저지하고 고객들도 신기술에 적응하는 것을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 기술이 제공하는 고객가치가 월등하다면 역사를 볼 때 결국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기업이나 국가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남들보다 앞서서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번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한 기업이나 국가가 다음 패러다임 변화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볼 때 쉽지 않아서 세계적인 유수의 기업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박승용 CTO는 국내 에너지 산업에 대해 한국은 현재 OECD 최하위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하는데 잘되지 않습니다. 혁신의 S커브에서 변곡점을 지나기 전에는 기회가 많은데 그 지점을 지난 후에는 기회가 없어져요. 우리나라는 항상 지나고 나서 뒷북을 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이미 늦은 것처럼 보이지만 ESS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아직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박승용 CTO는 한 기업의 이야기를 했다. 석탄 회사 같은 경우 미국, 유럽에서는 더 이상 은행에서 돈을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피바디(Peabody)라는 유명한 석탄 회사가 있는데 그동안은 매우 잘 운영되어 왔지만 하향곡선을 내리기 시작하더니 지난 6월에는 파산하고 말았다.

그렇게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제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면서 정책책임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선진국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세계를 리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 말에 녹색당이 나오면서 신재생 에너지를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전기요금이 우리나라의 3배인데도 원자력 퇴출,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90% 이상이 동의하고 있어요.

그래서 독일은 지금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으며산업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또 이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치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1990년대 말까지 만해도 미국을 최고로 여겼지만 이제 에너지정책은 독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R&D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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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용 CTO가 현장보고회에서 임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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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용 CTO가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박승용 CTO는 국내 기업의 R&D는 산학연의 혁신 시스템 간의 불통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선도자가 되려면 기업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산학연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기업이 학계와 협력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 대해서 알고는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 실정이에요. 글로벌 리딩기업은 모두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초기 연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학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우수한 인력을 뽑아 자체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과거의 모습입니다. 적어도 이제는 기업이 국내 대학의 브레인들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전 직장에서 4세대 이동통신기술인 LTE를 개발할 당시 연세대, 서울대, 카이스트 등 대학들과 표준화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4개팀 각 10명의 교수와 20명의 석·박사 학생 등 총 120명의 브레인들과 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국내 대학들의 수준도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효성중공업 역시 전기 분야의 국내 대학들과 HU Lab이라는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협력연구를 하고 있으며, 앞서 이야기한 STATCOM 같은 시스템은 이러한 협력연구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의 대학/국가 연구소와 기업 간에는 유기적인 협력보다는 정부가 개입하여 기술과 인력이 자연스럽게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데 오히려 장애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주고 그 결과가 나오면 기술이전 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ffice)을 만들어 저장한 다음 나중에 기업이 그걸 보고 필요하다면 가져가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가 시장도 잘 모르면서 만들어 놓은 기술이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공급자(대학, 국가연구소) 중심의 혁신에서 수요자(기업) 중심의 혁신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제일 큰 문제는 기업과 학교가 연결이 안 되어 있고 아직도 기술혁신을 하겠다는 정신보다 기술을 도입하거나 복제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R&D에 사용한 예산에 대해 결실을 보려면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 연구소 사업, 미국 DARPA에게 배워야 할 점

박 CTO는 우리나라 국가 연구소의 문제는 사람의 유동성에 관심이 없이 기술의 이전만을 독려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이미 개발한 제품을 개발할 때와는 다르게 아무런 참고제품이 없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훈련이 아직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 과제를 관리하는 기구(에너지기술평가원, 산업기술평가원 등)가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된 이유는 정부가 돈을 나눠주고 관리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박 CTO는 미국의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예를 들었다.

“DARPA는 국방기술에 관해 연구한 성과를 가지고 전시회를 합니다. 2008년에 참관한 적이 있는데 지금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기술이 DARPA의 연구성과들입니다. 더구나, 기술혁신 프로세스, 미래예측, 각종 방법론 등에서 그들이 표준을 만들고 미국의 혁신을 주도해 왔습니다.”

DARPA에서 과제의 선정, 관리 및 실용화까지 책임지고 있는 PM(프로젝트 관리자)이 200여 명 정도로 각각 대학, 국가 연구소, 산업체, 군에서 온 전문가들이 25%씩 배분되어 있으며, 이들에게 과제에 관해서는 거의 전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PM 1인당 약 1,000만 달러(110억 원 정도)의 연구비용을 관리하는데 PM들은 좋은 과제를 찾기 위해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 및 민간기업 연구소를 막론하고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을 모아 워크숍도 하고, 학회가 열리면 참석해서 자신이 찾고 있는 연구테마를 소개하고 누구라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하라고 알립니다.

돌아다니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즉석에서 초기 연구비를 제공하며 과제를 착수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답니다. 한 마디로 연구비는 PM의 권한으로 배정되고 PM을 지원하는 위원회가 있으나 어디까지나 참고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통부 장관을 지냈던 진대제 장관이 PM 제도를 도입한 이래 산업부, 미래부 등 모든 국가연구사업을 하는 부처에 확산이 되었으나 PM의 역할은 DARPA와 사뭇 다르다.

부처의 예산에 비해 PM의 숫자가 매우 적어서 PM은 과제 선정, 관리보다는 기술로드맵 작성이나 기술 분야의 정책 결정을 위한 보고 등의 업무를 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정작 과제의 선정이나 관리는 심의위원회가 선정하고 공무원이 예산을 결정하고 있다.

혹시 미국이 평가에 익숙한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일부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보다는 공무원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국내에서 PM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놓기 싫어서이지 객관적인 평가의 미흡이라는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이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DARPA 같이 국가 과제를 관리하는 기구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끊임없는 기술혁신의 성과를 방위산업뿐 아니라 민수산업에 파급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 과학기술 분야를 육성하면서 미국과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왜 DARPA의 체제와 프로세스는 따오지 않았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국내 정책연구소에서도 한때 DARPA를 배우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정부가 비용을 들여서 벤치마킹을 했음에도 공무원사회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연구결과는 사장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의 개혁이 절실한데 무엇보다 기술의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대학 및 국가 연구소 사이의 수평적인 협력마인드와 아울러 공무원들이 PM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이양하는 행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혁신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기술혁신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혁신을 통해 사업을 혁신하는 것이 과제인데 아직도 많은 기업의 CEO는 기술에 관심이 없거나 기술은 사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마인드의 변화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자체 연구와 개발은 확고한 의지와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삼성의 경우 회장이 각 사 사장을 평가할 때 해당사업 분야에서 1등 하는 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을 기준으로 얼마를 집행했는지 평가를 했습니다.

이점이 세계를 리드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기업 내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연구자들은 모든 것을 자체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외부와의 협력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오픈이노베이션의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과의 연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국내 대학 수준이 세계 대학 수준에 많이 올라와 있는데 이들과의 협력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대학과도 과감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고객의 니즈 파악을 위해서 설문보다 중요한 CEO, CTO의 직관

박 CTO는 국가 연구소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기업연구소들도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연구원이 고급 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에요. 혁신은 고급 기술보다는 시장의 니즈를 읽을 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구현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반복해야 기존 제품을 벗어나서 혁신적 제품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관을 가진 CEO, CTO가 필요하다. 흔히 고객의 니즈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를 하지만 표면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잠재된 니즈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각과 환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환경과 기술이 융합된 상황에서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예측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것은 고객에게 설문조사를 해도 파악이 쉽지가 않은데 결국 방법의 문제예요.

소나타에서 소나타2, 이런 식으로 크게 바뀌는 것이 없는 경우에는 설문조사 결과가 매우 잘 들어 맞습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와 같이 기존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혁신이 이뤄지면 고객도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이런 경우 설문보다는 직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고객의 니즈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제품화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지요.”

그렇다면 박승용 CTO는 효성중공업 PG의 CTO로서 스스로 어떻게 역할규정을 하고 있을까.

“새로운 패러다임(DC, 신재생)에 대비한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 그리고 기존 사업은 기반 기술(재료, Simulation, IT 등) 분야의 혁신 기술을 확보하여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박승용 CTO는 예전 전자통신 분야에 몸담았던 시절 유럽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선진기술과 연구를 배웠다.

그의 바쁜 행보는 전기 분야에 입성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태양광 전시회에 참석했다.

그동안 신재생 에너지 시장은 유럽이 선도해 왔기에 미국 시장 동향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실리콘밸리의 기업 실상은 전혀 달랐다.

“지금도 기조연설을 한 토니세바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이 귀에 쟁쟁합니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해 기존 산업을 와해시켜 왔는데 이제는 에너지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파괴할 차례라는 거예요.

그 시기는 15년 후인 203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태양광은 정책적 지원이 아니라 원가가 싸기 때문에 경쟁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 이라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030년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원자력과 화석연료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은 다름 아닌 태양광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DC 기반의 ESS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로, 박승용 CTO는 100년 만에 찾아 온 세계 전력망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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