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현장속으로 - (주)희송지오텍
혁신 현장속으로는 기업의 연구소나 부서 등 혁신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땅속을 살펴 안전을 지키다
지반조사 전문기업
글_ 안지현(편집실)
사진_ 권대홍(라운드테이블 이미지컴퍼니)
(주)희송지오텍(이하 희송지오텍)은 땅속을 집중 진단하여 땅 위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지반조사 전문기업이다. 땅속의 일이라면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고 자부하는 희송지오텍을 만나보자.
분야별 포트폴리오 구상
희송지오텍 김기석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입사하여 땅속을 연구하는 탐사장비 담당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전자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했다.
김기석 대표는 땅속을 모른 채 탐사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토목공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흙과 돌에 관한 연구에만 충실하던 김 대표가 연구원을 나와 희송지오텍을 설립하게 된 데에는 뚜렷한 계기가 있었다.
부산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구포열차 사고가 있었는데, 김 대표는 사고 현장에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하면서 미리 땅속 상황을 잘 알았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침 국가사업으로 연구원들의 기술을 사업화시키기 위해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이 직접 회사를 차리도록 독려하는 연구원 창업제도가 생겼고, 한국지질자원 연구원에서도 김 대표에게 창업을 권유했다.
“우리 회사는 크게 지반조사, 자원조사, 지진을 사업영역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진관측 장비는 지진이 발생하면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하여 지진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측정한 후 매체를 통해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알려 지진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진계는 지진의 규모가 기준 이상이면 발전소의 가동을 자동으로 중지시키고, 비행기 이·착륙 불허 및 KTX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여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처럼 국가 주요 기간시설에 지진계가 설치되면 지진에 의한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최근 지진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지진계 설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계와 마찬가지로 자원조사 역시 국가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유금속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해외에만 의존한다면 수입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을 때 제품의 가격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격이 상승할 것에 대비하여 국내 자원 조사를 시작하는 것 입니다. 국내에 희유금속이 존재하는지 사전에 조사해서 일정량을 확보한다면 반도체 생산 기업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희송지오텍이 주력하고 있는 지반조사는 땅속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도로나 철도건설시 터널로 시공할 것인지 교량으로 시공할 것인지, 또는 터널이나 교량의 형식과 크기 등을 설계하기 위한 필수적인 땅속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안정한 땅속에 터널을 굴착하면 터널 붕괴 사고 발생가능성이 높고, 단단한 암반에 터널을 굴착하면 안전하지만 공사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희송지오텍은 건설에 앞서 땅의 상태를 파악하여 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해 준다.
도로, 철도, 건축물을 건설하기 전에 땅속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이전에는 조사 방법의 한계때문에 시공 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해 사고가 많이 발생했지만, 정밀 지반조사를 실시한 후로 사고가 많이 줄어 안전을 지키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었다.
“저희 회사가 지반조사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국내 최장대 교량으로 유명한 인천대교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 입니다. 열악한 여건의 해상 지반조사임에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과업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자부심입니다.”
외산장비의 국산화
창업 초기부터 장비들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장기적으로 단계별로 장비를 개발하기로 했다.
희송지오텍이 사용하는 20여 종의 외국장비 중에 가장 쉬운 것부터 국산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개발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특허를 낼 수 있는 첫 제품이 생산되었다.
“특히 전기비저항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여 기술혁신 기업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외국의 장비는 사람이 수동으로 측정해야 했지만, 우리는 자동으로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이 가능하여 결과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업그레이드 된 장비를 개발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저수지 17,600여 개 중 준공된 지 50년 이상인 저수지가 11,970개로 예고없이 누수가 발생하여 저수지 붕괴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인명과 재산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전기비저항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은 저수지 제체(諸體)를 감시하고 사고가 나기 전에 제체 내부의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희송지오텍은 저수지 내부를 조사하여 땅속에 강제로 전류를 흘리면 저수지 제체 내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땅속에 전류를 흘려 제체 내부의 전기비저항 값이 10% 이상 차이가 나면 제체 내부에 이상 징후가 있음을 의미하고, 담당자에게 알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가 2개소, 한국농어촌공사가 10개소에 설치
했으며 앞으로 전기비저항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하는 저수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수리가 쉬우며, 수명도 길죠. 낙후된 저수지가 많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 외 지진계를 시추공(試錐孔)에 설치할 때 지하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장비도 국산화하였는데, 그것만으로 비용절감에 큰 효과가 있다.
또한 지진계 제품 역시 국산화를 목전에 두고 있어 늦어도 내년 말이면 국내 기술로 만든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안전에 대한 관심도 증가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전에도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했지만 이슈화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서는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고, 경제가 현재처럼 발전하면서 국민들의 안전의식 수준이 높아졌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기비저항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도 최근에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현재 전국에 지진계를 설치하는 작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인구 밀집 지역 위주로 설치되고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간격으로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측정오차를 줄일 수 있고 첨단기법을 이용한 지진해석이 가능해집니다.”
낙후된 저수지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하고, 전국에 지진계를 설치하려면, 설치는 물론 유지·보수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희송지오텍은 앞으로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길을 열어 놓을 예정이다.
“최근 지반함몰(싱크홀)도 큰 안전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것 또한 상하수도 관로가 40~50년 이상 되었기 때문에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회사는 땅에 관한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항상 안전과 관련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자기술의 발달에 맞춰 장비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희송지오텍의 과제이다.
드론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여 정확한 지점에서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면 사고를 방지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기석 대표는 이러한 방법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의 판단 없이 인공지능으로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전한다.
희송지오텍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 100년 이상 땅속을 분석하여 땅 위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Mini Interview
신뢰와 화합으로 운영할 것!
▲ 김기석 대표이사
Q. 기업의 경영자로서 고수하시는 대표님만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기술력은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채용해야 하고, 직원들이 꾸준히 기술향상을 위해 애쓰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를 비롯한 회사 구성원들 간에 의견교환이 활발하고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믿어야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경영철학은 신뢰와 화합입니다.
Q. 외산장비의 국산화와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전기비저항 모니터링 장비는 이미 국산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진계는 지금 국산화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시장은 외산장비들이 점유하고 있어 저희 장비를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KOICA를 통한 해외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Q. 희송지오텍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기술력이 있는 회사, 거짓말 하지 않는 회사, 믿음을 주는 회사로 비춰지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안전에 크게 기여하는 회사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