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플러스 - 우유 대신 바퀴벌레 모유 먹는 시대 온다
과학기술 플러스는 최근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및 연구, 과학발전사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최근 인도의 ‘줄기세포생물학·재생의학연구소’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바퀴벌레에서 나오는 모유가 소에서 나오는 우유보다 4배 이상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모유는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갖고 있어 미래의 완전식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같은 모유를 생산하는 주인공은 ‘디플롭테라 푼타타(Diploptera Punctata)’란 종의 바퀴벌레다.
바퀴벌레 주제에 무슨 모유를 생산하느냐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바퀴벌레는 암컷이 난협이라는 알주머니 속의 알들을 곳곳에 뿌려놓기만 하면 새끼들이 스스로 부화한다.
알 속에 이미 새끼들이 부화해 성장할 수 있는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롭테라 푼타타’의 번식 방법은 좀 특이하다.
알 속에 새끼 혼자서 번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는 대신 임신 기간 중에 배 속에서 모유를 먹이듯이 새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
그러면 새끼들은 모유를 체내에 지니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직후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영양 상태를 일정 기간 유지한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그 모유 속에는 지방과 당분은 물론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된 단백질까지 몸에 좋은 영양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연구진은 바퀴벌레 모유의 유전자 분석 정보를 토대로 인공 결정체를 대량 복제 생산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바퀴벌레 모유의 성분이 실험실에서 재현된다면 영양실조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한 식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바퀴벌레를 인류의 식량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이미 소개됐다.
열차의 마지막 칸에 탄 최하위층 사람들이 식사 때마다 검은 양갱처럼 생긴 바퀴벌레 프로틴 바를 배급받던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곤충으로 만든 프로틴 바를 제조해 판매하는 곳이 있다.
미국의 차풀(CHAPUL)이라는 식품 회사에서는 귀뚜라미를 건조하여 분말로 만들고 거기에 견과류 및 과일을 섞은 프로틴 바를 판매 중이다.
또 비티푸드(Bitty Food)라는 식품 회사에서는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쿠키를 만들어 판다.
귀뚜라미는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정식 승인한 식품 원료이다.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14년 갈색거저리 애벌레(고소애)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꽃벵이)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쌍별귀뚜라미를 식품 원료로 인정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곤충 산업국인 네덜란드에서는 고품질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곤충의 가치를 연구하며 사육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중국의 경우 윈난성의 임업과학연구원이 식용곤충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태국의 콘캔대학에서는 식용곤충의 사육 방법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과 곤충자원 보존에 관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선 곤충을 식량자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013년에 발표한 바 있다.
FAO는 앞으로 곤충의 식용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곤충학자 및 요리사, 환경운동가들을 동원할 예정이며, 식품 및 사료로서 곤충의 잠재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곤충의 식용화에 매달리는 데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유엔이 발간한 ‘세계인구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약 73억 명에 달하는 세계 인구는 2030년엔 85억 명, 2050년엔 96억 명, 2100년엔 112억 명으로 증가한다.
이럴 경우 2050년만 되어도 지금보다 70% 이상의 식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계속 늘어나고 있는 1인당 음식 소비량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6년 전 세계 1인당 1일 평균 음식 소비량은 2,358㎈였지만 1999년엔 2,803㎈로 증가했고, 2030년이 되면 3,05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곡물보다 식량 생산에 필요한 자원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육류 및 계란, 우유 등의 소비량이 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 돼지, 닭 등의 소비량이 증가하면 축산 단지가 지구 전체 토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늘어나게 되며, 사료로 투입되는 곡물량도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의해 작물 생산량은 향후 10년간 10~2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축산 단지가 늘어나게 되면 오히려 기후변화는 더욱 악화된다.
즉, 육류 소비 증가와 기후 변화, 작물 부족 간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한 최적의 대안이 바로 곤충을 식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곤충을 사육하는 데는 소처럼 넓은 목초지가 필요 없으며, 조그마한 넓이의 땅에서도 아주 많은 개체를 사육할 수 있다.
또한 번식이 왕성하며 생애 주기도 짧아 작물의 경우 1년에 1작에 불과하지만 곤충의 보통 3번의 수확이 가능하다.
가축 사육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소처럼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을 방출하지도 않으며, 수질오염의 주범인 배설물도 거의 없다.
곤충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축 사육의 18%에 불과하다.
게다가 곤충은 냉혈동물이므로 사료를 먹고 체내에서 단백질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사료도 매우 적게 든다.
영양가 면에서도 곤충은 육류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네덜란드 와게닝대학에 의하면 다진 쇠고기 100g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27.5g인데 비해 곤충 애벌레 100g에는 28.2g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충 메뚜기에는 20.6g, 쇠똥구리에는 17.2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만 해도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식품 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육류와 비교할 때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지만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편인 것이다.
특히 지방 중 75%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다.
현재 지구상에 알려진 곤충의 종류만 해도 80만 종 이상인데, 그중 약 1,400여 종이 이미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곤충이 미래의 식량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어 혐오식품이 아닌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
또한 곤충을 식품으로 만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건조한 뒤 분말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곤충 분말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곤충 분말을 물에 잘 녹게 하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식용곤충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농가마다 각기 다른 곤충 사육 방법이나 가공 방식, 분말의 품질 등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