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5

05 - 특허분쟁 환경의 변화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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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준 교수
충남대학교 로스쿨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적인 특허분쟁은 기업 경영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특허분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각국은 특허분쟁의 효율적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법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바, 이 글에서는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특허분쟁 환경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기업의 특허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들어가면서

TV나 신문에서 특허분쟁 뉴스를 접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중에는 우리 기업이 미국·중국 등에서 외국 기업과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많지만 외국 기업 간의 특허분쟁 소식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적인 특허분쟁은 기업 경영의 불가피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국내 기업의 특허분쟁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한국경제연구원 ‘지식재산산업의 발전 방안’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는, 서울경제, 2016. 6. 21. “‘특허괴물’ 국내 기업 공격 4년 새 3배 이상 늘어”기사 참조).

삼성 vs. 애플 분쟁에서 보듯이 글로벌 기업 간의 특허분쟁에서는 어느 한 쪽의 완벽한 승리도 완벽한 패배도 아닌 경우가 많지만, 즉석카메라를 둘러싼 코닥 vs. 폴라로이드 분쟁(15년에 걸친 특허소송에서 패소한 코닥은 8억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 폴라로이드의 경우 즉석카메라 시장의 몰락으로 쇠퇴)에서처럼 특허분쟁 이후 양쪽 모두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특허분쟁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각국은 특허분쟁의 효율적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법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특허분쟁 환경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기업의 특허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특허분쟁의 개요

특허 취득 후에 발생하는 분쟁은 크게 ① 특허의 유·무효를 다투는 무효(Invalidity) 분쟁과 ② 특허권의 침해 여부 및 침해된 경우의 법적 구제(Remedies)를 다투는 침해(Infringement) 분쟁이 있다.

미국의 경우 침해소송(Infringement Action)에서 ①과 ②두 가지 쟁점이 모두 다투어지지만, 독일의 경우 ①은 무효 소송(Nullity Action), ②는 침해 소송(Infringement Action)에서 별도로 다투어지는 등(소위 ‘분리 시스템(Bifurcated System)’) 국가별로 분쟁 해결 시스템에 차이가 있다.

한편, 특허권 침해에 따른 법적 구제수단으로는 (i) 손해배상(Damages)(예를 들면, 침해 물건으로 인해 특허 물건 판매량이 감소함에 따른 손해 등에 대한 금전적 배상)과 (ii) 침해금지명령(Injunction)(쉽게 말하면, 침해 물건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 이해를 토대로 이하 각국의 특허분쟁 환경의 변화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미국: 親 특허(Pro-Patent) 정책의 수정

Pro-Patent(1980~2006)

미국은 일본·독일이 미국의 제조업을 추격하자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80년 이후 親 특허(Pro-Patent) 정책을 추진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① 특허 대상 확대와 ② 연방관할항소법원(The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CAFC: 미국 전역의 특허권 침해 소송 항소심에 대한 전속 관할을 갖는 전문법원)의 설립이다.

즉, 1980년 이후 생명공학 관련 발명, 컴퓨터프로그램 관련 발명, 영업방법(Business Method) 발명 등이 법원 판결을 통해 특허 적격성(Patent Eligibility)을 인정받으면서 특허대상이 확대되었고, CAFC 설립 후 親 특허적인 판결로 특허권자의 승소 확률과 손해배상액이 대폭 상승하였다.

수정 Pro-Patent(2006~현재)

하지만 특허 대상 확대에 따른 특허출원의 급증, 낮은 진보성 판단 기준으로 인해 저품질 특허가 양산되는 한편, 특허괴물(Patent Troll, 특허발명을 직접 실시하지 않으면서 특허소송만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을 일컫는 부정적 용어) 소송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Pro-Patent 정책이 다음과 같이 수정되게 되었다.

우선 2006년 연방대법원 e-Bay 판결을 통해 침해금지명령(Injunction) 요건이 강화된 것이 눈에 띄는 변화이다. e-Bay 판결 전에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특허권 침해가 인정되면 자동적으로 침해금지명령이 이루어졌지만, 침해금지명령 판단시 여러 가지 요소(예를 들면, 침해금지명령이 없으면 특허권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지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형평법의 원칙(The Principles of Equity)을 적용하라는 e-Bay 판결에 따라 침해금지명령 요건이 강화된 것이다.

또한, 특허요건이 강화되었다. 즉, 2007년 연방대법원 KSR 판결을 통해 진보성 판단 기준이 강화되었고, 2008년 이후 일련의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특허 적격성 요건도 강화되었다(대표적인 판결로는 2014년 Alice 판결이 있는데, 영업방법 등 추상적 아이디어를 범용 컴퓨터로 단순 실행한 것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

그 밖의 침해 소송에서 특허의 무효를 다투는 방법 외에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PTAB)에서 이를 다툴 수 있도록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과 이의신청(Post-Grant Review) 제도를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침해 소송을 방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얼마 전(2016. 6. 20.) 선고된 연방대법원 Cuozzo 판결의 영향으로 앞으로 그 활용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전자신문, IP노믹스 2016. 7. 5. “IPR 상승세에 날개 달다” 참조).


유럽: 효율적인 특허시스템 구축을 위한 EU Patent Package

유럽 특허(European Patent, EP)

유럽의 경우 각국별로 특허출원하고 심사를 거쳐 특허를 취득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1977년 유럽특허조약(European Patent Convention, EPC)을 마련하였고, 이를 통해 유럽특허청(EPO)에 출원함으로써 유럽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유럽특허(EP)를 취득할 수 있지만, 유럽특허(EP)는 각국별로 등록하고 번역문을 제출해야 각국별로 특허권이 발생하며(예를들면, EP(UK), EP(FR), EP(DE) 등) 특허권의 행사도 국가별로 해야 하므로 국가별로 침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단일 특허(Unitary Patent) &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특허 취득의 편리성은 제공하지만 국가별 특허의 다발(Bundle of National Patents)에 불과한 유럽 특허(EP)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① 단일 특허(Unitary Patent)와 ②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①과 ②를 합쳐 ‘EU Patent Package’라고 함).

단일 특허(Unitary Patent)는 EU 회원국 전역(스페인과 크로아티아 제외)에 걸쳐 단일 효력(Unitary Effect)을 갖는 것으로 각국별 등록 및 번역문 제출 절차가 불필요한 ‘공동체 특허’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각국별로 진행하던 침해 및 무효 분쟁을 일원화하여 소송비용을 절감한다.

한편, 전문성도 강화하기 위한 것이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으로, 프랑스 파리(섬유, 전기전자), 독일 뮌헨(엔지니어링, 기계), 영국 런던(화학, 의약품) 3곳에 중앙 법원(Central Division)을, 룩셈부르크에 항소법원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

통합특허법원 시스템에서 무효 소송은 중앙 법원이, 침해 소송은 체약국 내의 각국 법원(Local Division) 및 지역 법원(Regional Division, 다수의 국가가 공동으로 설치하는 법원)이 관할하나, 무효·침해 소송이 함께 제기되면 중앙 법원 또는 각국·지역 법원 모두 관할 가능하다.

브렉시트(Brexit) 이후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야심차게 추진해 오던 ‘단일 특허(Unitary Patent)’ 도입과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설립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는데, 단일 특허 및 통합특허법원 관련 조약은 필수 비준국으로 독일·프랑스·영국을 규정하고 있고, 통합특허 법원도 파리·뮌헨·런던에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필수 비준국 지위는 이탈리아가 승계할 것으로 예상되어 제도 도입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필수 비준국 변경이나 통합법원 소재지 이전 결정이 영국의 EU 탈퇴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단일 특허의 시행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의 예상이다(특허청, 2016. 7. 6. “브렉시트, 유럽 지재권 통합에도 먹구름” 보도자료 참조).


중국: 특허 보호 강화

종래 외국 기업이 중국 법원에서의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인식 즉, 중국 사법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상당한 의문이 있었고,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원고의 승소율도 향상되었고(베이징 지식재산전문법원에 근무 중인 판사의 발표자료를 인용한, 전자신문, IP노믹스 2016. 7. 6. “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 작년 외국인 원고 승률 100%” 자료 참조), 중국 기업이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서울신문, 2016. 7. 8. “中화웨이, 삼성전자에 또 특허 소송” 기사 참조).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의 양적 팽창(세계 1위 특허출원국)과 기술 수준의 향상에 기초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재권 후진국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특허정책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식재산전문법원 설립 & 제4차 특허법 개정 추진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정부는 2008년 국가지식재산권전략요강을 발표한 이래 지식재산전문법원설립(2014년), 국가지식재산권전략심화실시행동계획발표(2014년) 등 국가 지재권 시스템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식재산전문법원 설립은 지재권 소송의 전문성 및 일관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2014년 3개 지역(베이징, 광저우, 상하이)에 설립되었다.

중국정부는 또한 제4차 특허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고의 침해시 3배까지 손해배상 증액 가능), 특허행정부서의 침해 처리 권한 강화(중국에서는 특허권 침해에 대해 사법적 구제외에 행정적 구제도 가능한데, 행정적 구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특허행정부서에 침해 단속 및 침해품 몰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됨), 특허 남용 방지 규정신설(권리행사시 신의성실, 공공 이익 보호, 부정경쟁제한, 기술진보 방해 금지 원칙을 특허법에 명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특허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특허권 남용 방지도 함께 도모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글을 마치며: 시사점

이상 살펴본 주요국 특허분쟁 환경 변화의 공통점은 특허분쟁 해결 시스템의 전문성과 효율성 향상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침해소송 관할집중제도(2016년부터 침해소송 1심은 전국 58개 지방법원 및 지원에서 5개 지방 법원으로, 2심은 23개 법원에서 특허법원으로 관할이 집중됨. 일본도 유사한 제도 운영 중)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허분쟁의 국제적 성격으로 인해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사법 시스템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며 각국 분쟁 해결 시스템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기업별 특허분쟁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침해금지명령(Injunction)과 관련하여 각국의 법제 변화와 판례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 침해에 대한 가장 중요한 구제수단은 침해 물건의 제조·판매 금지인데, 미국의 경우 e-Bay 판결에 따라 침해금지명령 요건이 강화되었고, 중국도 제4차 특허법 개정을 통해 특허권 남용 방지를 도모하고 있다.

독일의 판례(2009년 연방최고법원 Orange Book Standard 판결)도 특허권자의 금지 청구에 대하여 독점규제법 위반의 항변이 가능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표준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s, SEP)를 기초로 특허권자가 침해금지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분쟁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이 문제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경우 침해소송을 방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고, 유럽의 경우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단일 특허(Unitary Patent)’ 도입과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설립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당분간 각국 제도의 장점(예를 들면, 독일 법원의 신속한 가처분; 전자신문, IP노믹스 2016. 7. 5. “손동욱 獨 변호사 특허권 적극 활용을” 참조)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 분쟁 환경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므로 지역별 각급 법원의 판결 동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또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특허법 개정 등 법제도의 변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최적화된 청구범위(Claim)를 작성함으로써 고품질의 특허를 확보해 두는 것이 특허분쟁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특허전략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