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IP를 활용한 기업 파이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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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직 대표변리사 특허법인 대아


청년창업이 대세이다. 국가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창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창업은 곧 벤처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과거와 같이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만을 가지고 시작한 벤처가 결국 자금난이라는 한계를 만나서 좌절하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보아서는 안 된다.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벤처들이 중간에 먹고살 걱정 없이 안정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방안 중의 하나로서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하여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IP를 활용한 파이낸싱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창업자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기업 활동을 하면서 웬만큼 자본을 축적해 놓은 기업이 아니라면 아무리 사업이 잘되고 열심히 키운다고 하더라도 항상 자금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담보가 있거나 운 좋게 아이템의 사업성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털이나 기타 투자자들을 모집한 기업의 경우엔 다행스럽다 할 것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엔 아예 시작 단계에서나 한창 회사를 키워나가야 할 때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다가 사라지는 벤처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기업들은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의 수많은 소기업, 벤처기업들의 경우 새로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다리가 부족한 현실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다양한 정부시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이나, 보다 근본적이고 소기업, 벤처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최근 IP를 활용한 기업 파이낸싱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IP를 활용한 기업 파이낸싱(Intellectual Property Financing)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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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IP)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파이낸싱 활동 즉, 금융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IP란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칭으로 ‘지식재산’을 지칭하며,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및 상표권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IP 파이낸싱으로는 특허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 또는 특허자산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 등이 있으며, 특허를 보유한 기술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도 넓은 의미의 IP 파이낸싱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대한민국 경제는 IT 및 지식서비스 기반의 산업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이에 따라 금융 서비스 및 상품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며, 그러한 변화의 최첨단에 있는 분야가 IP 파이낸싱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IP를 R&D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자산으로 인식을 하고 이를 활용하여 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IP를 활용한 파이낸싱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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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를 활용한 파이낸싱은 크게 IP 담보, IP 보증 및 IP 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IP 담보란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일체의 파이낸싱을 말한다.

IP 담보대출은 우수한 기술 및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형 자산에 대한 담보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통하여 기술 기반의 사업화가 활성화되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IP 보증이란 IP의 사업화를 위하여 기술가치금액을 평가하고, 평가한 가치금액 내에서 자금을 보증지원하는 제도이다.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에서 발급한 보증서를 통하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IP 투자란 IP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IP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우수 IP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적인 투자도 포함하며, IP를 활용하여 유동화 하는 경우도 IP 투자라고 할 수 있다.

IP 투자 펀드로 가장 최근에 결성된 것은 ‘KDB 인프라 IP 캐피털 펀드’가 있다.

국내외 연구소, 대학, 기업 등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 IP를 발굴하고 IP를 통한 기술사업화 과정에 투자하는 펀드로 1,000억 원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그 외 IP 투자 펀드로 ‘성장사다리 IP 펀드’가 있다.

성장사다리 IP 펀드는 하나의 펀드에서 ‘창의형 IP 투자’ 및 ‘벤처캐피털형 IP 투자’를 동시에 허용하는데, ‘창의형 IP 투자’란 우수 IP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고, ‘벤처캐피털형 IP 투자’란 우수 IP를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적인 IP 투자를 말한다.

하나의 펀드 내에서 IP에 대한 직간접 투자 방식을 모두 허용함으로써, 펀드 운용사에게 IP에 대하여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IP 기반의 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KB지식재산 투자조합’ 및 ‘POSCO-IDV 성장 사다리 IP 펀드’가 조성되어 있으며, 올해 4월 기준으로 23개 기업에 388억 원이 투자되었다.


IP를 활용한 파이낸싱의 사례

IP 담보 대출 연계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B사가 있다.

B사는 교량전문 건설회사로 자사 보유 IP들에 대해서 31억 원이라는 특허기술가치 평가 금액을 책정 받고 KDB산업은행으로부터 20억 원의 IP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러한 IP 담보대출을 통해 해외진출 자금 및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였다.

이후 프리캐스트 바닥판을 기술 개발하여 특허출원 및 급속화 시공 관련 건설에 대한 신기술 등록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15년 5월, 보츠와나 카중굴라 교량에 대한 하도급을 받아 시공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결국 전년도까지 600억 원대의 매출액을 보이던 B사는 2015년에는 매출액이 800억 원 정도까지 달하는 급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IP 보증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금융 연계 평가를 통해 사업자금을 확보한 I사의 사례가 있다. I사는 매출 실적이 전무하고 신용등급이 낮아 보유 특허기술에 대한 사업화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특허에 대한 기술평가를 진행했고, 기술가치금액이 높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2008년에 680백만 원의 보증지원을 받았다.

이 보증지원금을 토대로 하여 사업 자금을 확보한 I사는 지원전 매출액이 83백만 원에서, 지원 후에 급성장하여 2009년에 8,510백만 원을 달성하였다. 이후 2011년에 관련 분야 타 업체에 360억 원이라는 높은 금액에 M&A가 되었다.

IP 보증의 또 다른 사례로 M사를 들 수 있다. M사는 컨덕터 제조 관련 업체로 430백만 원의 기술보증을 포함한 총 대출액이 1,040백만 원 수준으로, 사업확대를 위한 추가 대출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때, 물적 담보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보증 연계 특허기술평가지원 사업을 신청하여 510백만 원의 보증지원을 받았다.

이후 대출 지원금을 토대로 해당 특허를 이용한 컨덕터를 추가 다수의 업체를 대상으로 판로를 개척하여 매출액의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IP 투자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특허기술평가 지원을 통해 투자유치에 성공한 H사를 들 수 있다.

H사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99.999%의 고순도 알루미나분말 제조기술을 국산화하여 관련 특허 3건을 보유한 기업으로, O사와의 공급계약이 성사되는 등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S투자기관과 투자협상을 진행하였다.

S투자기관은 H사에 대한 투자 검토용 특허기술평가를 요청하여, 평가지원 대상에 선정됨에 따라 평가기관을 통해 평가를 수행하였다.

평가결과를 토대로 H사의 특허기술경쟁력과 권리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한 S투자기관은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였다. 결국 H사는 해당 투자금으로 연 생산량 300여 톤 규모의 생산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IP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인 아이디벤처스가 큰 성공을 이루고 있다.

지속적인 펀드 결성으로 인하여 조합 관리보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투자를 진행했던 바이오벤처기업인 펩트론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최근 흑자전환이 됨과 동시에 실적도 최대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아이디벤처스는 총 5개의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으며, 운용규모(AUD)는 약 1,1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 관리보수가 전년대비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앞서 설명한 기업인 펩트론에 투자해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려 많은 금액의 조합 분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나가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P 파이낸싱과 관련하여 현재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제도가 있기는 하나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출보다는 투자를 통한 기업 파이낸싱이 기술 기반의 기업에게는 더 적합한 모델이므로, IP 담보나 IP 보증의 IP 파이낸싱에서 IP 투자 영역으로 IP 파이낸싱 시장이 옮겨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 주도의 IP 파이낸싱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장되어, 민간 영역의 자생적인 IP 파이낸싱 영역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IP를 활용한 파이낸싱이 활성화되면, 기존과 같이 벤처들에게 증자를 통해 지분을 빼앗기게 하거나 대출을 받게 하여 기업주들이 신용불량자가 되게 하는 등 리스크를 안게 하는 구조로 인해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기업 활동을 하게 하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우수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을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에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기술 기반의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이게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경쟁력에 무게 중심을 두고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기업문화로 유인 가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기술경쟁력 중심의 기업문화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다른 파이낸싱과 비교했을 때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파급력이 큰 기술 기반의 파이낸싱 수단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더욱 적극적인 IP 파이낸싱 활성화 정책을 통하여 국내 IP 생태계 구축과 국내 IP 파이낸싱의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하여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