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1

01 - 전략적 특허경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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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호 교수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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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특허경영이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 경영에서 특허를 경쟁 수단으로서 인식하고 경쟁상황을 고려해서 취약점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고 활용하는 기업 경영의 방식을 가리킨다.

이를 위해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특허가 갖는 실질적 의미를 분명히 인식하고 나아가 비즈니스 자산으로서 특허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작하며

특허는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 글은 기존의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전략적 특허경영에 필요한 시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전략적 특허경영이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 경영에서 특허를 경쟁 수단으로서 인식하고 경쟁상황을 고려해서 취약점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고 활용하는 기업 경영의 방식을 지칭한다.


기업의 자산으로서의 특허의 용도

비즈니스는 크게 보면 비즈니스의 대상인 고객과 그 고객을 둘러싼 경쟁상대인 경쟁기업이 핵심 요소 전략적 특허경영이다. 즉 무대에 우리 기업과 경쟁기업과 고객이 서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출원하고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보유하는 특허는 어떤 쓰임새를 가질까?

우선 특허는 본질적으로 고객의 가치를 올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특정 기업이 특허를 보유한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고객이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편익이 커지거나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비즈니스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고객이 아니면 경쟁기업일 수밖에 없다.

특허는 결국 경쟁기업과의 경쟁관계에서 우리 기업이 쓸 수 있는 카드고 경쟁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획득하는 데 활용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특허경영은 특허를 몇 건 출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기업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와 누구를 의식해야 하는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허경영을 이해하기 위한 두 가지 요소

특허(Patent)는 무엇일까? 특허는 특허법 1장 1조에 발명을 보호하고 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2장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발명에 특허를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의 기업비즈니스에서는 오히려 특허가 특정 기술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권이란 점이 중요하다.

이는 특허권은 특허권을 출원, 등록한 주체에게 해당 청구항에 명시된 특정 기술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일정 기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용권은 이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경쟁기업과의 관계에서만 중요하다.

특허가 제도화되면서 일종의 재산권이 형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특허라는 재산권 제도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효과는 무엇일까?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특정 기술을 둘러싸고 그 특정 기술과 관련된 기술력과 기술 활용 권한이 분리된다.

기술력은 통상 특정 기술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다.

반면에 기술 활용 권한은 그 특정 기술을 합법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권리이다.

전 세계에서 그 기술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써 먹을 수 있는 기업이라도 하더라도 권한이 없으면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때 특허는 기술 활용 권한이란 공간(Space for the Right to Utilize Technology)에서 특정 공간을 잠시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허제도가 자리 잡은 상태라면, 특정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에 관한 기술력과 기술 활용 권한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기술력만으로도 특정 기술을 활용할 수도 없고 기술 활용 권한만으로도 특정 기술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기술 활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상대가 특정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즉 경쟁기업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기술 활용 권한이 특허로 재산권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허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생겨나는 두 번째 효과는 기술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본디 기술 시장은 무형의 자산인 기술이 거래되고 교환되는 시장이다.

그런데 기술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시장이 체계적으로 확대되기 쉽지 않았다. 기술 수요자와 기술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를 매개하기가 어려웠다.

즉 기술수요자로서는 해당 기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하고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에는 해당 기술에 대해 알아버리게 돼 해당 기술을 굳이 매입할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기술 공급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라는 기술 활용 권한이 생겨나면서 기술을 아는 것만으로는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기술과 함께 기술 활용 권한이 패키지로 거래되거나 기술 활용 권한만이 거래되는 방식으로 기술 시장은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은 이제 전통적인 제품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비즈니스 영역이 기술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기업 간 경쟁 역시도 제품 시장 위주에서 기술 시장으로까지 확대된다.

경쟁의 영역이 확대됨과 동시에 비즈니스모델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기업 간 경쟁은 생산비용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 같은 원가경쟁이나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은 제품 시장에서만 벌어지는 경쟁일 뿐이다.

생산설비나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굳이 원가경쟁에 뛰어들어서 제품으로 구현하고 제품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기술 활용 권한을 이용해 기술 시장으로 들어가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최근 모바일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ARM사가 매출액이 1조 원대임에도 불구하고 36조 원으로 매각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키아는 제품 시장에서는 패배했지만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던 특허는 기술 시장에서 큰 금액으로 매각될 수 있었다.


발상의 전환과 전략적 특허경영의 구성요소

공지기술이 대부분인 경우에는 기술 활용 권한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신기술과 신제품을 둘러싼 경쟁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는 특허로 설정되는 기술 활용 권한은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 자체를 바꾸어 버린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략적 특허경영이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 경영에서 특허를 경쟁 수단으로 인식하고 경쟁상황을 고려해서 취약점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고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시장과 기술력 자체에만 주목해서는 전략적 특허 경영은 불가능하다.

특허경영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생산이나 제품 위주의 사고방식, 기술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나아가 기술 활용 권한 즉 특허위주의 사고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즉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을 이루는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볼 때 이를 구현하는 데 어떠한 기술 활용 권한이 요구되는가를 파악하고 이들 중 어떤것이 이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공지기술이고 어떤 것이 기술 활용 권한이 배타적인 기술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한 상태에서, 전략적 특허경영을 구성하는 요소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이다.

우리 기업이 확보하고 있지 못한 특정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은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상당한 리스크를 부여할 수 있고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해당 리스크를 기업 경영의 중요한 대상으로 설정하여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자산관리(Asset Management)이다.

특허는 기업의 제한된 자원을 활용하여 창출된 자산이며, 따라서 적극적인 활용 대상인 점에 주목한다.

이들 두 요소가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소들이 필요하다.

셋째, 특허 정보 활용(Information Intelligence)이다.

특허 정보가 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특허경영의 의사결정에 활용되어야 함과 동시에 특허경영과 기술경영의 영역을 넘어서 비즈니스 전략에도 활용되어야 한다.

넷째, 특허 경영의 인프라가 사내에 구축되어야 한다.

즉 특허의 본질에 관한 전사적인 인식과 관련 조직 및 물리적 인프라가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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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자산으로서의 활용

특허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전략적인 특허경영에서 핵심은 특허를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즉 특허는 기업의 경쟁력 획득과 유지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공헌해야 하며 전략적인 활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특허는 무용지물이다. 특허가 수백 건 있다고 해도 활용하지 못하면 비용만 축내는 요소일 뿐이다.

그렇다면 특허라는 비즈니스 자산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크게 보면 제품 시장에서 활용되거나 기술 시장에서 활용되거나 금융 시장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제품 시장에서의 활용은 현재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어야 하고 나아가 미래의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칭한다.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을 강화한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에서처럼 특허 차원에서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의 취약점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경쟁기업을 억제하고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을 모방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일종의 성벽을 쌓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질레트가 자사의 면도날 비즈니스모델을 둘러싸고 촘촘한 특허망을 구축해서 경쟁기업의 모방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나아가 우리 기업이 당장 써먹는 기술이 아니더라도 경쟁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특허를 확보하고 유지해 경쟁기업을 억제할 수도 있다.

미래의 비즈니스모델을 위해서는 당장 써먹을 일이 없는 특허라도 하더라도 선점할 필요가 있고 이는 미래의 대규모 물리적 투자가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일종의 우리만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로 비유할 수도 있다.

기술 시장에서의 활용은 기술 사용 권한의 매각이나 라이선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지칭한다.

현재나 미래의 제품 시장에서의 비즈니스모델과 독립적인 특허는 매각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고 유지비용을 축소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이나 국가로 시장이 구분돼 있고 우리 기업이 해당 시장까지 진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라이선싱을 통해 해당 시장에 진출을 꾀할 수 있다.


비즈니스 자산으로서 특허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비즈니스 자산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자산으로서 특허가 만들어져야 한다. 통상적인 절차로만 보면, 출원하고 심사를 거쳐 등록되면 특허는 생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주로 특허가 연구개발의 결과나 생산과정에서의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게 요건에 맞추어 잘 정리해서 등록하는 것에 주목해 왔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특허는 기술 활용 권한 공간에서 일종의 땅따먹기로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땅을 따 먹을까이다.

동일한 크기의 땅이라도 외딴 무인도의 땅과 서울 명동 한복판의 땅은 그 가치가 전혀 다르다. 즉 어떤 땅을 따 먹을까에 대한 판단과 실행이 핵심이다.

여기서 특허가 단순하게 기존의 발명이나 아이디어의 정리를 넘어서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고려를 거친 설계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진다.

전략적이라 함은 특허가 기업 사이의 경쟁의 핵심 수단이란 점을 고려하고 치열한 경쟁 하에서 우리의 비즈니스와 비즈니스모델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고려 하에서 특허에 대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즉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효과적인 수단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장에서의 상황을 살피고 경쟁기업의 현재 및 미래의 움직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도적이라는 것은 이렇게 만들어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사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제품 시장에서의 활용을 의도하는 것인지, 기술 시장에서의 활용을 의도하는 것인지를 고려해야 하고 기술 시장에서 활용을 의도하는 것이라면 잠재적인 매입자나 라이선싱 수혜자에게 어떻게 하면 매력적일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기업이 따먹기로 선택한 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장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복수의 특허를 어떻게 배치하여 해당 공간을 장악할 것인지를 다루는 특허 포트폴리오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치며

이제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모델의 구축과 유지에 특허라는 기술 활용 권한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며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사고에 특허라는 요소에 대한 고려가 효과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특히, 완충장치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일의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중소기업은 특허라는 요소를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고 기업 경영에 통합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