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화, R&D 혁신으로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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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섭 청장 중소기업청


세계는 지금 본격적으로 저성장·저금리·저물가로 대변되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브렉시트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기침체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1%에서 2.7%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세계 각국의 기술 경쟁은 더욱더 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를 무섭게 추격하면서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2045년까지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제조 최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선진국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 제조 강국들은 이미 2010년경부터 각각 ‘Industrie 4.0’, ‘국가첨단제조업 전략계획’, ‘산업재흥플랜’을 발표하면서 자국 산업 육성에 집중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전략은 주요 선진국을 모방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었습니다.

정부는 대기업을 집중 지원하였고,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며 해외 선도기업을 모방하는 속도전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이 단기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기반인 원가 경쟁력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밀리고 있습니다.

연초 국내에 선보였던 중국산 샤오미 스마트폰은 뛰어난 가성비로 판매 1시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또한,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투자와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 고용에 대한 대기업의 기여도는 점차 낮아지고, 과거와 같은 대기업으로부터의 경제적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 산업혁신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합니다.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강력한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산업을 이끌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를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선진국과 같은 중소·중견기업 중심 구조로 신속히 전환하여 중소·중견기업을 우리 경제의 주역으로 키워야 합니다.

중소·중견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9.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액 비중도 지난해 36%에서 올해 38%로 증가하면서 수출 기여도를 급속도로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이 보호와 배려가 아니라 경쟁력을 집중 육성하여 대기업과 대등한 협력자적 위치에서 경쟁하며 당당히 경제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기술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R&D는 경제여건이 어려울수록 이를 극복하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그간 민관의 노력에 따라 R&D 수행기업 확대 등 기반이 확충된 만큼 이제는 중소·중견기업 R&D 정책도 기업 및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존의 저변 확대 중심의 “단순 지원”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의 “중점 육성”을 목표로 패러다임을 혁신한 R&D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 R&D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혁신하겠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따라 사업을 운영하던 방식은 전략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성장단계별 “성장촉진 R&D”와 산학연관 협업 기반의 “산업 생태계 R&D”의 양대 축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여 “창업 → 혁신기업 → 중견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습니다.

둘째, R&D 투자 목표를 성과 창출로 전환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씨뿌리기 차원의 R&D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 위주의 투자를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주력산업 고도화, 신산업 창출, 제품의 서비스화를 중심으로 한신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성과 중심의 투자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정부투자의 사각지대였던 수출 초보기업에 대한 글로벌 지향 R&D 투자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R&D 협업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겠습니다.

현실적으로 우수 기술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R&D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대학, 출연연구원, 기술전문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협업하는 산업 생태계 기반 R&D가 시급합니다.

아울러, 중소기업청은 우수한 인력과 연구 장비 등 R&D 인프라를 보유한 대학 및 연구기관과 중소·중견기업이 자유롭게 만나 협업할 수 있는 R&D 특화센터를 관련 부처와 함께 구축하고 있고, 민관 공동으로 R&D펀드를 조성하여 대-중견-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R&D 확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넷째, R&D와 사업화 정책들 간 연계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R&D 결과물의 사업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된 후 사업화 정책들의 후속 지원이 필요합니다.

R&D 결과물의 사업화 가능성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중소기업청 특유의 다양한 상용화 정책수단인 자금, 마케팅, 인력 등을 연계하여 지원할 계획입니다.

특히 미래부, 산업부 등 타 부처가 투자한 기초·원천 연구개발 결과물을 대상으로 사업화 진단과 상용화 정책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R&D 사업의 기획·운영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습니다.

사업 추진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산·학·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 “R&D 전략연구단”을 구성하여 민간 관점에서 중소·중견기업 R&D만의 차별화된 전략 수립, 사업구조 및 관리체계를 개편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R&D 평가관리 체계를 혁신하겠습니다.

평가 위원 중 현장에 정통한 산업계 전문가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등 민간과 시장의 검증된 역량을 활용하여 평가 전문성을 강화하겠습니다.

특히, 기술혁신개발사업의 고성장기업 과제의 경우에는 서면평가를 R&D 경제성 분석으로 대체하고, 사업화 성공 및 실패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등 사업화 성과관리 강화 및 성과에 따른 보상·제재 수단도 확충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중견기업의 파트너로서 관련 부처와 함께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R&D를 통한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여 글로벌 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R&D 역량강화 정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소·중견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과 고부가가치 기반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