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 사이언스

재미있는 생명이야기 - 건강한 삶을 위한 ‘잠’ 이야기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연계되어 있는 생명과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글_ 방재욱 명예교수(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생물과학과)
 

3.PNG


영국 리버풀대학의 노인 심리학자 브롬리(D. B. Bromley)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며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며 보낸다.’고 했다.

평균수명을 80년으로 볼 때 60년을 늙어가며 보낸다는 것이다. 이런 삶에서 우리가 ‘잠’으로 소비하며 지내는 시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영국의 타블로이드신문 ‘더 선(The Sun)’지에 80년의 인생에서 어떤 활동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비하며 지내는지를 비교한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약 70만 시간 정도 되는 80년의 삶에서 일로 지내는 시간이 22만 7천 시간(약 26년)으로 1위였고, 2위가 21만 9천 시간(약 25년)으로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잠자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잠이 우리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 잠을 ‘어떻게 자느냐’ 하는 것은 바로 ‘어떻게 사느냐’와 직접 연계되어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잠은 최고의 보약’이며, ‘건강한 수면에 건강한 생활이 깃든다.’고 한다.

잠은 어떤 생물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숙면(熟眠)의 방해꾼 노릇을 하는 불면증은 무엇이며,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건강한 수면 습관은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


잠의 생물학
 

4.PNG


수면(睡眠, Sleeping)은 단순하게 잠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자는 동안 신체에서는 복합적인 생리현상이 일어난다. 수면 중에 무슨 꿈을 꾸는가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뇌파는 그림 1에서처럼 활동할 때, 휴식기 그리고 수면 중에 다르게 나타난다.
 
‘잠의 생물학’에서 수면은 뇌파에 따라 얕은 잠인 렘수면(REM Sleeping)과 깊은 잠인 비렘수면(Non-REM Sleeping)으로 구분한다.

REM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어로 잠자는 동안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관찰되어 붙여진 명칭이다.

하루 잠에서 렘수면의 비율은 갓난아이 때는 75%, 어린 시절에는 50%, 그리고 성인의 경우에는 25% 정도로 성장 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수면시에는 모든 근육이 이완되어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렘수면에 비해 비렘수면의 경우 잠의 심도는 초반기에 깊게 나타나고, 잠이 깨는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얕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비렘수면 중에는 대뇌의 활동이 매우 미약하고 호흡과 심장박동수도 줄어들며, 꿈을 꾸기는 하지만 선명도가 낮아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뇌파의 분석에서 렘수면은 약 90분의 주기를 보이며, 비렘수면은 수면의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뉘는데 얕은 수면인 1~2단계와 깊은 수면인 3~4단계로 구분이 된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7~8시간의 수면 중 4~6회의 주기로 교대해 나타난다.
 

5.PNG


잠자는 동안 뇌의 활동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상하부는 수면 중에 소변 생성을 자극해 소변이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아침에 배설되도록 해준다.

연수는 심폐기능을 조절해 호흡과 혈액순환이 제대로 일어나게 해준다. 그에 비해 대뇌피질은 수면 중 휴식기에 접어들어 기억, 말하기, 행동, 판단 등 낮 동안 활발했던 의식 세계에 쉬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불면증에서 벗어나는 수면 습관 길들이기

‘잠은 최고의 보약’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볍든 무겁든 불면증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7명이 불면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면역력이 약해지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이 나타날 확률도 높아진다.

한 여름 열대야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피로감,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의 열대야증후군도 수면장애 때문에 나타나는 증세이다.

수면은 기온과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밤의 기온이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지속되면 잠자는 동안 몸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중추신경계가 자극을 받아 몸을 자주 뒤척이게 되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된다.

열대야로 인해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일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잠을 못 이루는 불면의 밤이 이어지면 몸과 뇌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낮에 졸림 증세가 나타나 운전할 때나 회의 시간에는 물론 주요 업무 중에도 졸음이 엄습한다..

어떻게 하면 불면증이나 수면장애에서 벗어나 쾌적한 잠을 이룰 수 있을까. 건강한 삶을 위한 숙면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인 ‘수면위생’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제일 먼저 길들여야 습관은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이 뇌에 인식되면 좋은 수면 리듬이 만들어져 숙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 창문을 열거나 밖으로 나가 햇빛을 받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매일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숙면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일주일에 5일 이상 1회에 30분 이상 걷는 ‘걷기 530’을 실천해보자.

침실은 수면할 때만 이용하고,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책 읽기 등을 삼가는 습관도 길들일 필요가 있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10분 이상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등 자극성이 낮은 일을 하다가 졸음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이때 TV나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잠자리에 들 때나 중간에 깨어났을 때 시계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잠을 자다가 눈이 떠졌을 때 시계를 보면 잠을 덜 잔 것에 대한 걱정으로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도 삼가야 한다.

알코올은 잠이 드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잠자는 도중 소변 배출 욕구가 생겨 깊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어, 결국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행동이 변해야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어야 성격이 변하며, 성격이 변해야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수면위생’ 지침을 거울삼아 자신의 ‘잠’ 습관을 되돌아보고, 건강한 삶을 위한 자기 나름의 수면습관을 길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