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IP-R&D전략 - BIG BRAND
성공하는 IP-R&D전략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한국지식재산전략원간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 이관태 전문위원
한국지식재산전략원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_첫 2초의 힘」에서는 사람의 중요한 판단이 불과 2~3초 만에 복합적·순간적으로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한 사례로 1980년대 펩시는 한 모금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코카콜라보다 펩시가 맛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이와 같은 광고로 펩시의 시장점유율을 높아졌고, 코카콜라는 위기감을 느끼며 펩시와 유사한 맛의 ‘뉴 코크(New Coke)’를 출시하여, 기존의 톡 쏘고 시원한 맛을 버리고, 달고 부드러운 맛을 내세웠다.
본격적인 출시 이전에 수백 번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코카콜라의 뉴 코크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고 재앙이었다. 소비자들은 뉴 코크에 분노했고, 클래식 코크의 재출시를 요구했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코카콜라의 한 모금 블라인드 테스트는 단순히 맛을 평가할 뿐,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을 간과했다. 소비자가 단순히 코카콜라의 맛을 사는 것이 아니라,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산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도 쉽게 인지하지 못했던 기능 중심의 개발에서 소비자 중심의 개발로 시각의 변화를 준다면 기존과는 다른 의미와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게 된다.
국내 많은 기업들을 컨설팅 하다보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술적인 격차는 거의 없지만 브랜드 파워에서 밀려서 저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그 가치를 쉽게 확인할 수 없고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아 등한시하기 쉬우나, 고객에게 기술 이상의 상품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경쟁사의 진입장벽을 높게 쌓는 방법으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에비앙(evian)'
130년 전에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누군가 TV에서 이야기 했다면 사람들은 비웃었을 것이다. 주변에 흔한 물을 누가 돈 주고 사먹겠는가?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을 사먹고 있다.
에비앙은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한 기업이자 고급 생수 시장에서 1등을 고수해 오고 있는 브랜드이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의 지하수는 알프스에서 녹아내리는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아픈 사람을 치유한다는 스토리를 토대로 물을 약이라는 개념으로 인식을 변화시켜 성공하게 된다.
일반적인 생수 용기는 물의 기능인 신선도를 강조하기 위해 블루 계열의 차가운 컬러를 사용하는 반면, 에비앙은 분홍색을 사용했다. 주 고객인 여성층이 선호하는 색으로 용기를 디자인함으로써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용기 성형의 취약한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요철을 넣어 사용편익을 강화하고, 크리스찬 라크르, 장 폴 고티에, 폴 스미스, 이세이 미야케 등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들과 스페셜 에디션 물병을 디자인하여 에비앙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더 이상 ‘물’이나 ‘생수’라는 말로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에비앙이라는 브랜드의 강한 상징성은 꾸준한 스토리텔링과 혁신적인 디자인 마케팅의 값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 부(富)랜드
흔히 명품의 반열에까지 오른 제품들은 ‘브랜드’를 말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누구나 쉽게 알고 있는 고급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과연 무엇을 팔고 있는 것일까? 가방의 기능은 물건을 넣는 것이다. 그 기능에 특별한 차이가 없다면, 브랜드와 디자인의 차별화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독보적인 컬러 하나를 꾸준히 인식시켜 그 컬러만 보면 브랜드의 이름이 떠오르게 하는 작동 기제를 만들어 인식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함으로써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투자 대비 회수 비용이 훨씬 큰 것이 브랜드와 디자인이다.
즉, 하나의 아이콘이 되게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그저 브랜드를 명칭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브랜드는 관리하고 인식하고 끊임없이 고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접점이 되며,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대변하는 신뢰의 아이콘이다. 그래서 비가시적인 영역의 것들을 함축하는 하나의 시적 언어인 셈이다.
그림 2의 이미지는 동일한 형상, 동일한 컬러도 주변의 맥락적 인식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일한 형상이 A와 C에서는 B로, 12와 14라는 맥락에선 13으로 인식되고, 동일한 색상임에도 블랙 배경에서의 색상과 라이트그레이 배경에서의 색상이 달리보인다.
브랜드라는 것은 동일한 기술, 동일한 디자인도 달리 보이게 만드는 내재적인 인식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 및 기술, 브랜드는 혼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관계 맺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에서 A, C나 12, 14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물질에 대한 고객의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Brand Thinking
스탠포드대학교의 디스쿨(d.school)의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수업은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디자인 씽킹은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기업 아이데오(IDEO)가 창안한 개념으로 감성과 직관적 사고를 결합해 창의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혁신 방법론을 일컫는다.
디자인 씽킹은 고객이나 사용자의 공감을 얻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진짜 문제를 찾아낸다.
공감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문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원형을 제작하고 테스트를 거쳐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으로 제품을 완성하는 방법론이다.
‘디자인 씽킹’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디자인의 범주보다 훨씬 넓은 범주의 디자인 개념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술개발 툴로서의 디자인 인식 방법론으로 각광받고 있다.
필자는 더 나아가 ‘브랜드 씽킹(Brand Thinking)’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콘셉트가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술개발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식의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술이나 디자인은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잊혀지고 만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는 과정을 바꾸어야 한다.
그림 3의 사례는 필자가 진행했던 전동공구 디자인개발로 소비자 이용 행태를 조사·분석하여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브랜드 전략이 디자인 및 IP(기술)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이다.
‘Driving your tool!’을 핵심가치로 ‘Driving Tech’ 기술들을 모사하여 새로운 관점인 SMART 콘셉트를 디자인하고, 공구 상태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나 그립의 두께 조절 및 벤트홀, 헤드라이트의 기술개발을 통해 신규특허까지 IP포트폴리오를 창출하게 되었다.
이처럼 가치를 새롭게 규명하는 것은 기술개발의 방향성 및 IP포트폴리오 구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술에 옷을 입히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기술 그 자체를 브랜드의 언어로 해석하고 기술개발을 한다면 질 높은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나가면서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은 슬로건 ‘Think Diffrent’를 통해 고객들에게 기존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 및 디자인을 개발하여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큰 의미의 브랜드 콘셉트로 무장하여 브랜드가 단순히 네이밍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디자인과 기술개발에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이원화되지 않고 하나가 될 때 그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특허출원-디자인개발-브랜드개발-마케팅’이라는 순서의 전통적인 제품개발 방법에서 벗어나서 ‘무엇을 팔 것인가?’라는 그 의미의 가치를 정하고 ‘마케팅-브랜드개발-디자인개발-기술개발-IP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역발상의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면 우리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