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와 새로운 한·중 관계 모색
Editor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시립대학교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으며 산업연구원 북경지원 수석대표를 맡았다. 주요 연구분야로 산업조직, 부품소재, 중국 산업, 자동차 산업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룩하여 대부분의 제조업종에서 생산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2차 5개년 기간(2011-2015) 중 지속적인 구조 고도화 정책을 통해 기술이나 품질, 생산구조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구조 고도화는 한·중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구조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수요 부진과 질적 성장이 맞물리면서 공급과잉과 경쟁력 향상이 동시에 이루어져 경쟁이 보다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간 새로운 분업 및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대한 필요성
중국은 대부분의 산업에서 생산이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
섬유 등 경공업 제품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및 선박, 공작기계 등 기계류, 철강 및 에틸렌 등의 소재 등 다방면에 걸쳐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점유율을 보면, 자동차가 22.8%로 부동의 1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선박 인도량도 37.6%로 한국과 선두를 다투고 있다. 조강, 공작기계, 가전 등은 30~40%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2011년 12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질적인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일단 독자적인 기술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자동차만 하더라도 내연기관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 및 변속기 기술을 거의 해외에 의존하고 있었다.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의 경우도 중국은 낮은 기술 수준을 보여 고급 제품은 중국 내 생산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가치사슬에 있어 저부가가치 부문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저가격대의 상용 및 소형차를 수출하는 대신에 고급차를 수입하는 구조를 보였다.
중국 내 자동차 생산에 있어서도 중국 기업들에 비해 외자 기업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가격이 크게 높은 상황이었다.
주요 핵심부품은 수입이나 중국에 진출한 외자계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중국은 단순 조립이나 가공에 따르는 인건비만 획득하는 양상이었다. 아이폰의 생산구조가 대표적인 중국 산업의 문제점을 노출시킨 예이다.
아이폰은 조립기지가 중국에 있지만 대만 기업인 폭스콘에 의해 생산이 이루어지고, 이의 개발 및 디자인 등 가치사슬의 상류 부문은 미국 기업인 애플이 담당하고, 핵심부품들은 대부분 한국이나 일본기업에 의해 공급되는 구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임금수준은 빠르게 상승하였고, 저부가가치 및 고자원 낭비의 생산구조로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하게 되었다. 중국의 임금수준은 GDP 증가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산업구조의 고도화 추이
이에 따라 더 이상 양적 성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중국정부는 12차 5개년 계획 기간부터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 고도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략형 신흥산업의 육성,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 등을 추진하였다.
무엇보다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기존 제조업에 대해 산업구조를 최적화하고, 제품의 종류와 질적 개선, 산업 연관 능력 강화, 낙후 산업 퇴출 등을 실시하고자 했다.
산업 부문별로는 선진 장비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소재 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최적화하며, 소비재 산업을 혁신하여 고도화하는 등 규모가 큰 제조업에서 질적으로 강한 제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전략형 신흥산업 육성전략은 선진국들도 초기 단계에 있는 신산업 부문에서 중국이 선두주자로 나서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전략형 신흥산업으로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차세대 정보기술, 생물, 첨단장비 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등 7대 산업을 들고 있는데, 각 업종별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관련된 지원정책 등도 정비하였다.
중국은 산업구조 고도화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에 따라 R&D 투자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투자 규모에 있어 중국은 2011년에 이미 일본을 넘어섰고,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3년 이미 2.09%에 달해 2015년 목표였던 2.2%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물인 특허의 국제 출원도 크게 늘어 2013년 독일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특허 출원국이 되었다(그림 2 참조).
이에 따라 최근 중국 독자 브랜드들도 빠르게 성장하여 독자적인 기술 능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생산공장에서 연구개발 및 디자인 등의 역할을 갖춘 독자 브랜드가 활동하는 상황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전산업에서 하이얼, Midea, TCL 등 중국 독자 브랜드들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통신설비나 공작기계, 철강, 철도차량, 발전, 조선, 석유화학 등에서는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 브랜드들이다.
핵심부품 부문에 있어서도 해외 업체의 진출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의 성장도 이루어지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대형 LCD의 경우도 삼성, LG 등 세계적 기업들이 진출하여 중국에서 생산할 뿐만 아니라 BOE 같은 중국 브랜드가 차세대 LCD까지 대량생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에 있어서도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신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의 성장이 더 두드러졌는데, 전기자동차 부문만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중국에서 생산 및 판매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 독자 브랜드들이 담당하고 있다.
한·중 간 새로운 분업 및 협력관계 구축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한·중 간 새로운 분업구조 및 협력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산업부문에서 중국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획기적인 발전이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 간에는 거의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특히 신산업에 있어서는 오히려 격차를 유지하기가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산업은 한국도 발전 초기에 있는 반면, 중국은 이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오히려 한국을 능가하는 분야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산업 분야는 과학기술 수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군사 및 우주기술 등을 바탕으로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한국을 추월한 분야도 많다.
그러나 산업화 기술 및 틈새 기술 등에서 한국이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지만, 한국은 융합 기술 및 산업화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 부문에서 경쟁력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대규모 주력산업보다 중소업체들이 중요한 부문에서 기회요소가 많이 존재할 것이다.
중국의 시장구조에서도 질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고, 이러한 시장 변화는 국내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을 침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의 소득이 증대되고, 사회보장제도가 확충되며, 저탄소 경제 및 소비중시 발전전략이 추진됨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이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중국 투자는 생산기지로서의 의미보다 중국 내수시장 침투를 위한 전략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구조변화에 의해 초래되는 생산비용의 증가는 현지 투자 기업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국내 산업의 공동화 등이 완화될 여지도 존재한다.
한·중 간 분업을 통한 무역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여야 할 것이다.
단순한 품질이나 기술 등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쉽지 않고, 산업 및 기술 간 융복합뿐만 아니라 문화 등과의 융합을 통한 제품차별화를 실시해야 한다.
IT, 문화 및 감성기술이 복합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자동차 및 부품,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융복합 기계류, 스마트 융합 가전, 다양한 기술이 가미된 신개념 스마트폰, 웰빙 트렌드 접목 및 기능성을 강화한 고부가가치 생활용품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핵심부품 소재 및 장비 부문의 국산화 및 수출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핵심부품 소재 및 장비 부문에 있어 중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심 조선기자재,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등의 핵심부품 소재와 장비, 고강도 및 고기능 철강, 스마트폰 핵심부품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은 친환경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므로 친환경 제품의 개발 및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친환경 자동차 및 선박, 관련 부품 등은 향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중국에 비해 우리가 유리한 분야도 많이 존재한다.
중국도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을 위한 효율적 생산시스템 구축을 통해 생산 부문의 우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적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생산시스템 구축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효율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해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 부문에 따라서는 노사관계의 경직성, 과도한 인건비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생산기지로서의 중국 역할이 점점 축소됨에 따라 세계 여타 지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는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 공략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 특화된 R&D를 위한 기능을 중국 현지에 포진하는 등 가치사슬에 있어서도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향후 상품의 대중 수출은 한계가 있고, 지적재산권 수출 등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일본의 대중 상품수출은 위축되고 있지만 대중 특허 사용료 수지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중 간에도 지적재산권 무역에 있어 한국이 큰 폭의 흑자를 거두고 있고, 2010년과 비교하면 2014년에 2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대중지적 재산권 수지 흑자는 22억 3천만 달러로 이는 상품 무역수지 흑자의 3.7%에 달하는 수치다.
한·중 협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가 중국에 기술을 공여하고, 우리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향후 중국 자본의 투자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미 새만금 한·중 협력 단지 등을 통해 중국 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진출에 있어서도 우리의 단독 투자보다는 한국의 기술 및 아이디어를 중국 자본과 결합하여 중국 시장을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국이 다수 지분을 가지는 중국기업 형태이지만 한국이 기술의 대가로 일부 지분을 획득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외국인의 중국 내 창업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진출하기 위해서 중국의 창업 기반을 활용하여 중국에서 창업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과학기술 등 기초기술 영역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나은 분야가 있고, 한국은 사업화 기술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므로 중국의 과학기술을 한·중이 공동으로 사업화하는 협력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