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02

02 - 중국의 무역구조 변화와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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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걸 연구위원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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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오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중국정부의 산업구조고도화 정책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중국의 수출입 구조가 고기술,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산업구조 변화를 직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 및 활용한다면 중국 시장은 다시 한 번 우리 경제와 기업의 발전 및 도약에 중요한 기회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



들어가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은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가죽, 인조섬유 등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의 활로를 제공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중고급 기술에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결합한 분업 시스템을 통해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 경제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던 대중국 수출이 2014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총 수출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최대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에서 대중국 수출 감소는 우리경제의 ‘근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48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0% 감소하였다.
 
지난해 연간 대중 수출이 5.6% 감소한 것에 비해 감소 폭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 경기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정부의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에 따른 가공무역 규제, 중국의 자급률 제고, 중국 제품의 기술력 향상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과 방향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저렴한 노동력과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를 통해 연평균 9.9%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득불평등, 소비와 투자 간 불균형, 생산과잉, 저부가 산업구조 등과 같은 고성장에 따른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우선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차세대 정보기술,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첨단장비 제조,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등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산업구조 고도화의 중점산업으로 육성하였다.

또한 저성장으로 대두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진입한 지난해에는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30년 그랜드 플랜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였다.
 
향후 30년을 3단계로 구분하여 1단계인 2025년까지 중국의 제조업 수준을 독일, 일본 단계로 끌어올려 세계 제조강국 대열로 진입할 계획이다.

2단계는 2025∼2035년으로 중국 제조업 수준을 글로벌 제조강국의 중간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다.

3단계는 2035∼2049년으로 주요 산업에서 선진적인 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을 혁신적으로 선도하는 세계 제조업 제1 강국으로 우뚝 서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 고정밀 수치제어 및 로봇, 항공·우주 장비, 해양 장비 및 첨단기술 선박, 선진 궤도교통설비,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설비, 농업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 10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 +」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사물인터넷을 제조업·농업 등 전통 산업과 결합해 산업구조 전환과 고도화를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수출입 구조 변화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중국의 수출입 구조도 변화하게 되었다.

첫째, 중간재 수입 비중이 감소하고 소비재 수입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비중은 2000년 63.9%에서 2015년 53.4%로 10.5% 포인트 하락하였다. 중간재 중에서도 부품 수입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반제품 수입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소비재 수입 비중은 4.2%에서 9.2%로 5.0% 포인트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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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중국 수출입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가공무역이 2000년대 들어 임금 인상과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중국정부의 판단에 따른 제한 조치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2000년 중국 수입에서 45.2%를 차지하던 가공무역 비중은 2015년 27.1%로 18.1% 포인트 하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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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외 기업이 제공한 원자재를 단순 가공하여 수출하는 형태의 무상수입 가공무역(來料加工)이 대폭 감소하였다. 반면 중국 기업이 원자재를 수입하고 가공하여 다시

수출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저가 노동력 위주의 생산기지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지난 10년 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오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중국정부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중국의 기술 수준별 수출입 구조도 고기술 상품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2000년대 초반 섬유, 의류 등 저기술 상품 위주에서 최근에는 전자, 정보통신 등 고기술 상품 위주로 수출상품이 전환되었다.

특히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지난 10년 사이 중국의 휴대폰 수출 비중은 2005년 1.2%에서 2015년 9.4%로 8.2% 포인트 증가하였다.

수입의 경우에도 반도체, 기계류, 화학제품, 자동차 등 중고기술 수준 이상 상품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였다.

넷째, 중국의 수출을 지역별로 구분해보면 최근 들어 ASEAN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섬유 산업 등 중국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낮은 임금수준의 ASEAN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최종 조립기지로 ASEAN 지역을 활용하고 있어 이들 지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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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중국의 수출입 구조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으나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50%를 넘었던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우리의 대중국 가공수출 비중은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15년 우리의 대중국 가공수출 비중은 50.0%로 일본 34.1%, 미국 17.1%, EU 11.0%보다 훨씬 높다.
 
높은 가공무역 비중으로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증가하고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드는 ‘천수답’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대중국 수출품목이 중간재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대중국 수출의 77.6%는 중간재이고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신창타이(新常態 , New Normal) 시대에 접어든 중국의 경제정책이 중속 성장전략에 맞춰 변화되고 경제성장률은 6%대까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신흥 산업과 서비스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과잉을 해소함으로써 경제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장의 저비용 중국 경제와 저부가가치 전통 산업에 맞춰져 있던 우리의 대중국 진출 전략을 중속 성장의 고비용 중국 경제와 고부가가치 산업에 맞는 새로운 진출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에 적응하여 서비스 산업과 신흥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보호 관련 산업이 중점산업으로 부상하면서 LED, 전기자동차,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절감 산업 분야에 대한 기회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국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 산업을 강력히 육성하고 개방을 확대하고 있어 교육, 문화, 의료, 관광 등 서비스 분야 진출도 적극 고려해야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기회로 활용해야

우리의 대중국 수출 전략도 새로이 짜야 한다. 중국경제가 회복되고 중국의 수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중국정부의 성장 패러다임과 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춰 하루라도 빨리 대중국 수출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가공무역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
 
중국 소비자와 소통을 통해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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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에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10여 년을 끌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지난해 12월 타결되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중국 전체 수입 품목 중 91%(수입액의 85%)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됨에 따라 우리 수출 기업의 전반적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어 중국 시장진출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폼목별로는 석유화학(이온교환수지, 고흡수성 수지), 철강(냉연강판,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기계류(포장기계, 환경오염 저감장비) 등 우리 수출 유망 품목과 전기밥솥, 에어컨, 냉장고 등 생활가전 및 패션 기능성 의류 등 최종 소비재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특히 제조업뿐만 아니라 법률·유통·환경·엔터테인먼트 등 굳게 닫혀있던 중국의 서비스 시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서비스 산업도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글을 마치며

얼마 전만 해도 아시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삼성이 올해 1분기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토종 스마트폰 브랜드에 밀려 8위까지 밀려났다.

‘짝퉁’으로 놀림을 받았던 중국 토종브랜드들이 단순한 모방에서 벗어나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졌던 제품군들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유수불부(流水不腐)라는 말이 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살아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최근 대중 수출부진은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독이 되거나 약이 될 수 있다.
 
중국 산업구조 변화를 직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고 활용한다면 중국 시장은 다시 한 번 우리경제와 기업의 발전 및 도약에 중요한 기회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